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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 거대 플랫폼은 어떻게 국가를 넘어섰는가
라나 포루하 지음, 김현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주요 포인트는?
책 제목인 ‘돈 비 이블(Don’t be Evil, 사악해지지 말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구글의 모토였다. 하지만 과연 지금도 그 모토를 지켜가고 있는가? 이것이 이 책의 저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일 것이다. 물론 구글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미국의 기술 플랫폼 기업인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5대 기업의 시가 총액이 프랑스의 전체 경제규모를 능가해질만큼 거대해졌다. 그만큼 그들은 거대해지고 강해졌으며, 안타깝게도 사악해졌다. 자본주의 사회는 거대 자본을 따르고 그걸 가진 집단은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유지하고 더 확장하려 한다. 어쩌면 이런 거대 자본으로 지켜지는 기업은 그 자체로써 이념이고 사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가 향하는 의지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그런 기술 플랫폼 기업 중에서도 페이스북과 구글, 그리고 아마존을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우선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은 규제와 관련해 면죄부를 누렸는데, 구글이 공짜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페이스북도 따로 비용없이 공짜로 회원 가입이 가능하며, 아마존은 가격도 깎아주면서까지 공짜로 제품을 나눠주기도 하므로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고객이 무비용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터와 인간 관계라는 비싼 대가를 치룬다는 것을 모른채 그런 데이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게되기까지 규제나 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는 것이 그것이다. 거기에 이런 온라인 서비스는 사용자의 접속이 필요하고, 한 미디어에서 다른 미디어로 쉽게 연결하고 그런 사용 습관까지 데이터로 수집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SNS나 여러가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이런 경고는 알면서도 당하는 기업의 전략이라는데 공감이 간다. 그리고 이미 이런 보이지 않는 가치 외에 이미 금전적인 부분도 많이 지출되고 있다는 것은 개인에게도 영향이 될 수 밖에 없다.
많은 지면을 쓰진 않았지만 저자의 이야기 중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건, 여러가지 형태의 불평등이었다. 우선은 이런 산업 또는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직종에 따라 나뉘는 사람들, 거기에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의 불평등을 먼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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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은 빅테크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노동자 계층의 본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준다. 시간당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수많은 화이트칼라 프리랜서들은 노동자 계층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좌익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하는 추세를 따라 고용 안정과 복리 후생까지 고려한다면 화이트칼라 프리랜서들 역시 연금 및 의료보험 부족, 나날이 커지는 취약성, 경제 먹이사슬 상위로 이동하는 일자리 대체 기술의 저가 공세 등 비슷한 문제와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
P.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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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여러가지 빅테이터를 이용해 범죄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중을 감시할 수 있어지지만 그런 모니터링이 속하지 못하는 지역이나 구성원에 대한 정보 부족, 또 본질적인 목적이 변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감시받을 수도 있다는 지나친 간섭, 게다가 이런 불평등이 재생산-확대되고 그에 따라 이런 감시기능 자체를 사람들이 멀리하게 되면서 고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런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인터넷은 이 시대의 철도이며 전 세계 상업과 의사소통 중 상장부분이 이뤄지는 공공 인프라의 필수 요소’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찰스 프랜시스 아담스’가 쓴 책을 인용하여 “사건이 변해감에 따라, 공인된 거래법이 통로를 이용하는 독점자를 규제함이 틀림없어도 불완전한 방식의 규제가 이뤄질 뿐이다."라는 철도 문제에 관한 타이틀을 인터넷으로 바꿔도 전혀 이상할게 없다며(P. 214)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는만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기술 플랫폼 기업은 생활 속 깊숙히 들어와 있다는 것에 더 조심스러워질 뿐이다.
인상깊은 부분은?
저자가 기술 플랫폼 기업을 무조건 악(Evil)이라고만 여기는 건 아니다. 정보에 대한 제약에 대해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누가, 어떻게 데이터를 보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 역시 구글의 처음 시작이나 페이스북의 첫 서비스를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규모가 너무 커져버리는 바람에 내부에서 변화하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감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광고를 노출하거나 협업을 통해 그들과 같이 성장하고자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보면 무관심과 의도적인 외면 속에 상상보다 더 큰 부와 권력, 오만함을 갖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저자는 이런 변화의 한 이유를 기업 공개(IPO)에서 찾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모두 혁신기업이라 하고 그만큼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기업 공개 이후 혁신은 모두 잊어버리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조금 더 많은 이윤과 더 높은 주가를 위해 적은 비용으로 지적 재산과 데이터에 접근하려고 하고, 기술보다 경영에 더욱 힘을 쏟게 되면서 변화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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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행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는 소득공제 가능한 CEO의 연봉을 100만 달러로 제한했지만 100만 달러가 넘는 성과 기반 급여에 대해서 예외를 인정해 스톡옵션의 형태로 좀 더 많은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중략)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려는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스티클리츠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스톡옵션 붐은 온갖 종류의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도록 갖은 동기를 부여했고, 각 기업을 실제보다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제가 ‘분식회계creative accounting’라고 부르는 관행은 경제에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 관행이 생겨나게 된 직접적인 책임이 스톡옵션 붐에 있습니다.”
P.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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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일반인들은 기술 플랫폼 기업들이 진짜 악한지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비단 그들의 서비스를 악독하다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구글이 옐프(Yelp)의 지역 검색 서비스와 협업하려다 그런 유사한 서비스를 내놨고 이후 옐프를 인수하려다 실패했는데 원래 옐프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더 다양한 서비스를 먼저 내놨었다든지, 아마존이 미국 내 물류사업 점유가 높아지면서 UPS같은 유통업체에 큰 폭으로 할인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이 유통업체는 이익 보전을 위해 다른 작은 고객들의 배송 비용을 인상하게 할 수 있다는 건 저자가 이야기하는 ‘생계와 삶까지 위태롭게 하는’ 일련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앞서 말한 기술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기업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하지만, 조금은 이런 서비스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단순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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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엄청난 크기와 규모, 속도 때문에 빅테크를 추적하고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리가 가진 반짝반짝하고 빛이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얻기 위해 정확히 무엇을 포기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중략)
인간은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내는 조물주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디스토피아적인 불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공지능의 주인은 인간이다. 이런 힘이 있는만큼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녀들을 위해 빅테크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나갈 능력이 있다. 그래야 할 책임도 있다.
P.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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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그래왔던 것처럼, 당장 그걸 해내기 어렵다면 앞으로는 더욱 더 힘들어질 것이기 떄문이다.
덧붙인다면?
1. 대부분의 지적과 비평이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거라서 조금 아쉽다. 아마존과 애플에 대한 내용도 이렇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한번 보고 싶다.
2. 최근 빅데이터나 SNS에 관한 책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당시 상황 또는 기업의 입장을 문제삼는 내용들이 많다. 도대체 무슨 일들을 벌였던건지.
3. 미국의 기술 플랫폼 기업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이 어떻게 지금의 권력을 갖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인터넷 비즈니스와 웹 쇼핑, SNS는 그저 이용하는 것일 뿐 그 외의 내용에 관심이 없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세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