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 부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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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관심있게 읽었던 몇 편의 평전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로라 대소 윌스 著, 2020),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著, 2011),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카이 버드, 마틴 셔윈 著, 2010),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著, 2006) 등의 분량도 최소 800page가 넘고 최대 1,100 page가 넘었기 떄문에 이번에 읽은 책 역시 분량만큼 기대가 되고 반갑기까지 했다. 그와 함께 어떤 인물에 대한 평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이 인물이 이랬을까?’ 또는 ‘이건 좀 과장한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된다. 물론 저자 역시 인물애 대해 객관적이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평전이라는 게 결국은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기록한’ 것이므로 읽는 순간까지도 의문과 평가는 독자가 주관적으로 더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경제학자의 평론이라 어려울거라는 선입견은 없어야 하겠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인생에 대해 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기 위해 핵물리학을 이해하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 책은 연도에 맞춰 순차적인 순서를 충실히 따른다. 다만 ‘앨버트 허시먼’의 삶 속에 큰 부분이 주변에 따른 것이므로 그 부분도 아주 상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분량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 시절의 달콤한 가족 이야기보다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 새로운 국가의 흐름, 사회주의자들의 분위기 반전을 위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거기에 ‘1933년 베를린대학 분서사건’이나 파시스트들의 탄압, 결정적인 ‘히틀러’의 등장까지 ‘앨버트 허시먼’의 삶 주변 상황 모두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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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르슈만의 미랴는 히틀러의 ‘좌파’ 탄압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그전까지 유대교나 그 밖의 유대적 전통과 딱히 관련이 없던 히르슈만은 히틀러의 칙령으로 갑자기 ‘유대인’이 되었고, 그 떄문에 베를린 대학으로는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60년 뒤 이른바 ‘경제성 정치identity politics’가 유행했을 때 허시먼은 자비네 오페에게 이렇게 농담했다. “내가 젊었을 때는 정체성 identity[신분]은 문제가 아니었어. 신분증 identity paper이 문제였지.”

P. 172 ~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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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독일에서의 행적보다는 다른 유럽의 나라들의 국경을 넘나들며 스페인에서 저항운동을 했다든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유대인 구출활동을 해 나간 건 젊었을 적 무용담을 보는 듯 하다. 그 후 미국으로 넘어오기까지와 미국 입국시 이름을 바꾸려고 하면서 철자 두세개를 편의상 변경하면서 ‘알베르트 히르슈만’이 ‘앨버트 O 허시먼’이 된 건 어느 여행자의 수기 같기까지 하다.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앨버트 허시먼’은 지식보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에 더 삶의 활력을 느끼는 현실가이기도 했다. 이는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전부 지식인은 아니라는 것에 기인한 건데, 계급화와 계층화가 심한 나라들에서 농민들이 토지를 점거, 슬럼 거주자들이 건물을 점거하거나 반정부 활동들이 끊이지 않는 있는 것을 더욱 가까이서 바꾸고자 관여하는 건 꽤나 적극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은데, 앞서 스페인이나 다른 유럽의 나라에서 민족주의 반대파를 돕고 유대인들을 자유롭게 해준 이야기 역시 학자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긴 하다. 무엇보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겪은 경험으로 남아메리카에서도 직접 경험을 통해 연구를 이어나갔다는 건데, 사실 유럽과 남아메리카는 시기적으로나 배경적으로도 매우 다른데 그게 가능한가 싶기는 하다. 거기에 일부러 자원해서 군대를 갔고 보병부터 정보과 업무까지 잘 해낸 이야기는 ‘총을 잡은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걸 너무 드러내려 한 듯 해서 너무 광범위한 능력자로 그려졌다는 생각도 했지만 군에서 군화끈 매는 법을 계속 잊어버리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건 약간의 의심속에 웃음을 주는 포인트다.



인상깊은 부분은?

책의 중반부부터 그려진 ‘앨버트 허시먼’의 모습을 정리해보면 ‘행동파’와 ‘비주류’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변화를 가로막는 긴장감을 제거하는 걸 목표로 하고, 변화를 강제하고 추동해내는 긴장감을 만들어 그걸 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에는 일간 공감하지만, 그것으로 주류로 변화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보다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 이득이 쉽게 수량화되지 않으면 생산적으로 바뀌어도 그 이득이 정확히 파악되지 안되므로 거기서 만들어질 수 있는 변수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있었다면 더 주류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한다. 


미국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남아메리카의 나라들을 오고가면서 현지에서도 인정받은만큼 충실하게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 다만 개인으로써 연구도 연구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저 나이 많은 타국인이었을 수도 있을텐데 원로의 역할과 제도적인 차이를 인지하게 해주는 역할과 함께 남아메리카에 불었던 마르크스주의와 급진적인 민족주의를 어떻게든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걸 목표로 했음에도 열정적이었던만큼 결과가 폭발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책에서 강조하는 ‘앨버트 허시먼’은 예측력 있는 이론가로써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를 생각하는 방식을 전하는 지식인으로써의 역할에 대해 많이 할애한다. 그런 면에서 평전이 전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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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그 자신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가 속한 세계의 산물이기도 하다. 또한 지식인이 풀어내는 개념들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이 생겨난 맥락에 의해 제약을 받기도 하고 해방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실제 경험, 그리고 역사 속에서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해 이해는 허시먼에게 너무나 중요한 사고의 원천이었다.

(중략)

그에게 영감을 준 몽테뉴에게도 그랬듯이 말이다. 몽테뉴가 말했듯이, 삶은 “그 자체를 향한 목적”이다. 유럽의 파시즘에 대해 투쟁한 활동가로써, 미국의 군인으로써, 마셜 플랜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써, 콜롬비아에 대한 개발 투자의 자문위원으로서, 세계적인 재단과 개발은행의 컨설턴트로서, 실제 생활에서 허시먼이 했던 경험들은 곁길이 아니었다.

P.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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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책의 두께만큼 학문적으로도 많은 족적을 남겼지만, 의외로 ‘앨버트 허시먼’은 노밸상을 받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이해하기엔, 세가지 정도가 그 이유인 듯 한데, 논문이 수학에 기반하지 않아 논쟁 가능성이 있는 이론이라는 점, 세분화하지 않아 경제학에 기여한 바가 불명확하고 학문적인 진전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마지막으로 개발 경제학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연구 대상의 국가가 크게 발전하지 못했고 외부 충격없이 돌파구를 팢을 수 없는 현재 상황 등이 그 이유일 듯 해서인지 아쉬움이 남는다. 


​책의 무게감과 평전이라는 특성상 짧은 시간에 읽어나가기는 쉽지 않지만 다른 책 여러권보다 깊이있는 내용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동안 알지 못한 인물에 대해서도 한번 찾아보고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출판사에서 이런 책을 내기까지 번역과 편집, 그리고 제본까지 어려움이 있음에도 큰 결정에 의미를 두고 싶다. 



덧붙인다면?

1. ‘앨버트 허시먼’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 사회과학연구위원회(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에서는 그의 지적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앨버트 O. 허시먼 상>(THE ALBERT O. HIRSCHMAN PRIZE)을 제정하여 매년 수여하고 있다.


2. ‘앨버트 허시먼’이 쓴 책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혹시 사상에 관심있다면 그런 책들과 함께 관점을 확장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진중하게 읽어나갈만한 경영서 또는 한 인물의 평전을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 무엇보다 두꺼운 책은 잡기도 싫고 기승전결이 명확한 문학작품에 끌린다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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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부키'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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