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는 건축가이자 작가 유현준이 ‘시간과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가가 있게 해준 특별한 공간들에 대해 사진과 글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인스타나 sns 등에 소개되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 남들이 찾은 장소를 소비하지만 말고 자기만의 공간. 즉, 나만의 보물섬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시간순서에 따라 여섯 개의 챕터들로 구성된 도시 에세이다.
챕터 1. 나를 만든 공간들 : 유년시절
작가는 유년시절의 기억 속에 특별했던 시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특히, p22~23 <마당과 형>은 ‘나와 형만 있어도 가득 차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로 첫 문장이 시작되는데 태어나서 살았던 집의 작은 마당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마당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내가 태어나고 고등학교까지 살았던 집도 슬레이트지붕이 덮인 작은 마당이 있었다. 작가는 형이 있었다했는데 나는 두남동생이 있어서 셋이 날씨에 상관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비가 올때면 슬레이트지붕에서 나는 빗소리 연주를 들으면서 어둠이 내릴때까지 총싸움, 칼싸움, 소꿉놀이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마당은 나만의 소중한 시공간이었다.
챕터 2. 나를 만든 공간들 : 청년시절
청년시절의 공간들은 집밖으로 벗어난 곳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작가가 건축을 배우는 시기라서인지 해외의 건축물과 공간에 대해 전공자의 시각으로 보고 느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p141~142 <산토리니>라는 글에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섬 집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섬이라서 나도 그곳의 풍경과 집들을 본적이 있다. 하얀벽에 파란지붕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는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곳. 언젠가 그곳을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는데 책에 담긴 사진과 글이 그 열망에 불을 붙였다.
챕터 3. 보물찾기: 내게 너무 특별한 도시의 요소들
p174~175 <터널> ‘아래, 위, 옆이 모두 벽으로 둘러쌓인 공간을 오로지 앞뒤로만 뚫려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앞으로만 가야한다. 터널에서 후진은 불가능하다. 시간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나도 터널을 지날 때마다 이 터널이 끝나면 다른 세계 혹은 시간이 아닐까 라고 느끼곤 한다. 특히 인제양양터널처럼 긴 곳을 지날 때는 더욱 그런 상상을 한다. 작가도 터널을 지나면서 시간과 공간을 느끼는 것 같아 동질감을 느꼈다.
챕터 4. 보물찾기 :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p224~227 <궁궐> 궁궐에 대해 읽을 때 3월에 다녀왔던 창덕궁을 떠올렸다. 도심에 몇 군데 없는 시간이 멈춘 곳이 아닐까. 처마 밑 단청과 문살의 섬세하고 단아함은 세계 어디에도 찾기 힘든 예술품이라고 생각된다. 올해 운 좋게 문들을 열어 방안에 바람을 씌우는 1년에 3일 있다는 날 중에 방문했다. 글 말미에 작가는 밤에 못 간다는 아쉬움을 말했는데 나는 야간에도 다녀왔다. 달빛과 전등 빛에 드러나는 은은한 모습은 어떤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열 마디의 말로 듣는 것보다 꼭 방문하라고 권하고 싶다.
챕터 5. 보물찾기 : 혼자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사람들은 여럿이 함께 북적이는 공간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요즘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커피전문점이 아닐까. 특히 커다란 통창이 있는 곳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p311~315 <창가 스툴 자리>에서 나와 다른 작가의 독특한 시각을 읽었다. 나는 혼자일 때 이 자리를 선호한다. 창가에서 빛을 벗 삼아 생각을 하는 것도 책을 읽어도 좋기 때문이다. 더해서 혼자 다인용 테이블을 차지하면 가게의 매상에 안 좋을 것 같다는 배려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는 창가의 스툴자리가 높은 이유를 ‘권력자는 높은데서 내려다본다.’라며 권력을 얻는 행위로 해석하는 부분이다. 건축학적인 이론인지 작가만의 의견인지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이었다.
챕터6. 보물찾기 : 일하는 도시의 시공간
내가 일하는 주공간은 집이다. 작가처럼 따로 작업공간을 가지지 못해서 일하는 시공간에 대해 말한다면 집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무언가를 읽고 글을 끄적이거나 할 때 주로 주방 식탁에서 한다. 식탁은 음식을 먹고 가족과 함께 하는 공간이기도하다. 독립된 나만의 공간은 아니지만 시간과 공간에 추억이 쌓이는 곳이 나만의 공간이라면 주방도 나만의 공간이요, 보물섬이다.
그동안 읽었던 작가의 다른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읽는 내내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추억과 생각을 많이 꺼내고 곱씹어볼 수 있었다. 전작에 비해 인류문화사와 건축학적인 내용이 거의 없어 전문적이지 않고, 소제목밑의 짧고 무겁지 않은 내용이라 더욱 읽기 편했다. 친밀한 시공간에 건축가의 깊이 있는 설명을 어려워하는 독자가 읽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