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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 <노자도덕경>과 「대학」으로 파보는 남녀의 즐거움 ㅣ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2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평점 :
여자와 남자를 도덕경과 대학에 비유하여 설명하다니, 많이 알지 않고서야 감히 대입하기 어려운 시도를 저자는 해냈다. 오랜시간 동양고전을 공부한 분이니 가능한 일일테지만, 읽으면서 참으로 노력하고, 깊이 생각하는 저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문장에 배어있는 관록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다. 얼마나 글을 쓰고 생각해야 이런 수준에 오를지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내용도 알찼다. 다만,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가다보니, 읽다가 답답해지기도 하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남녀의 갈등, 사회적 차이, 생리적 차이 등을 총 3부에 걸쳐 저자의 의견과 인용이 줄을 잇고,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들이 너무나도 많아 동양 문화에서 남녀는 다 넘이 그 넘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 현재 남녀 관계는 도덕경과 대학의 적용에서 벗어난 모습을 많이 연출하고 있다. 남성의 여성화가 진행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로 남성의 필요성이 예전보다 줄어들면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책의 내용 중에는 남성은 규율 중심이라 대학에 가깝다고 한다. 근데, 여성도 만만치 않다. 여성끼리 못살게 구는 걸 못봤는 모양이다. 직장에서도 그렇고, 여고에서 특히 남고를 능가하는 기이한 규율로 아주 약자는 한없이 약하게 만들어버리고 보이지 않는 알력으로 자살 방조에 이르는 행태들이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 이런 점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일 뿐 남자나 여자 모두 어리버리한 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성에 대해서만큼은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 또한 요상한 기류를 타고 변화하고 있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아이에 대한 사랑의 방식과 깊이가 남성과 완전히 동일하리라 기대하는 건 솔직히 어렵다. 부성애를 싸그리 무시하면서까지 모성애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최근들어 생활이 윤택해지고, 소득 수준이 일정 범위를 넘어선 국민 비율이 늘어나자 남성도 아이에 대한 사랑에 과거와는 다른 애틋함을 보이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조만간 부성애도 다시 조망될 전망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이 대체로 서구에 비해 못 살았던 시절이 근대에 절대적으로 많았고, 유교 사관의 틀에 갖혀 여성이 억눌려 살아온 게 동양 전반적인 현상이다. 경제의 힘, 계몽의 힘은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무서운 힘이다. 이 책은 저자의 주장도 이색적이지만, 내용이 상당히 탄탄하다. 그냥 저자의 의견을 따라가도 재미가 넘친다. 교양도 풍부하고, 생각할 꺼리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