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 목욕탕 1
김경일 글.그림 / 함께읽는책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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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음식을 남긴 채 식사를 마친 나에게, “너 나중에 지옥가면 니가 남긴 음식 다 먹어야 된다, 그래서 음식 남기는거 아니래” 라고 했던 알수없는 그 누군가의 음성이 이따금씩 나의 주위를 맴돌 때가 있다. 그 이따금의 환청은 출퇴근 지하철에서 “불신지옥!!!”을 외치시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를 만났을 때나 혹은 TV나 영화에서 가볍게든 무겁게든 영혼과 지옥등의 이야기를 다룰 때 나타나 곤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나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심오하고 철학적이나,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은 사람이 있을까? 란 의문이 들 정도로 그에 대한 해답은 존재하나 스스로 인정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사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려 간다. 인간의 허울에 행보는 이토록 허무하기 이를데 없다. 허무하기 때문에 인간들은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비하인드 스토리’ 를. 사람은 죽으면 귀신이 된다. 천국에 간다. 지옥에 간다. 혹은 환생한다. 등등의 사후세계를 말이다.



내가 만난 <괴기 목욕탕> 이라는 만화는 아마 사후세계에 대한 궁굼증에서 시작된 만화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물과 마물보다 더 마물 같은 인간들이 다 벗고 만났다.



지옥에서 고위관리직을 맡았던 헬름은 지옥생활에 회의를 느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인간들의 세상으로 내려와 목욕탕을 차리게 된다. 이름인즉 <괴기 목욕탕>, 왜 하필 목욕탕이었을까? 책에서 보여지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목욕탕이라는 공간적인 장치는 인간, 마물 할 것 없이 발가벗고 있다는데 의미를 둔다. 누구에게나 발가벗었다는 것은 그들의 높고 낮음을 알 수 없게 한다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발가벗은 그들에겐 그들이 소유한 명품옷, 외제차가 보이지 않고, 허름한 옷, 보잘것 없는 직장 또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세상에 빛을 본 아기들의 모습과 같다. 무엇이든 할수있고 누구든 될 수 있는 하얀 도화지의 원초적 평등 그 자체 말이다.



<괴기 목욕탕>의 사물함은 지옥과 인간세계를 연결하는 문이다. 그곳은 지옥에 간 인간들의 탈출감행 입구 이기도 하고, 지옥에서 포상을 받아 인간세계로 휴식을 온 마물들의 출입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인간세계에서 일하는 목욕탕 식구들에게 세금을 받으러 내려오는 마물관리의 출입문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지옥관리에게 바치는 세금이 인육이나 인간의 피가 아닌 인간들이 사용하는 돈이라는 것이다. 나는 많이 의아했다. 그들에게 돈이 무슨 소용있을까? 하지만 작가는 헬가에게 상납받은 돈을 받아 한뭉치를 덥썩 먹어 버리는 마물관리의 입을 통해 멋지게 인간세상을 풍자를 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높은 분들만 맛보는 인간들의 돈인가? 크흐흐 느껴진다. 느껴져… 인간들의 희로애락이 섞인 이 혼탁한 맛! 흐음 꿀맛이야! 길고 더러운 여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 온 거군,,, 이건 정말 뭐랄까 지옥보다 더욱 지옥스런 맛이야.. –P 79-



개인의 이익을 위한 무한한 이기주의, 탐욕에 눈먼 자들의 어리석은 죄, 가진자들의 끝없는 욕망, 쉴틈없는 노동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향한 원망, 인간 그들의 마음은 어느새 지옥 그 자체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헬가 가족들은 이런 인간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며, 지옥세상과 인간세상을 연결하는 목욕탕처럼 어느 한쪽에도 설 수 없는 존재들이 되어버린다. 인상세상을 파멸 하려는 마물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그들은 과연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오랜만에 만난 신선한 소재를 재료로 한 <괴기 목욕탕>은 신선했으나 미흡함이 없지 않아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주었다. 작가의 직설화법은 가끔 유치함을 느끼게 하며, 청소년용이라 하기엔 19금의 내용이 너무 많고, 성인용이라 하기엔 스토리의 파고듬이 부족한 느낌을 떨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작가의 다음작이 궁굼해 지는 것 만큼은 사실이니 <괴기 목욕탕>에 흡입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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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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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그야말로 침체기다. 매일 똑같이 일어나는 반복된 일상이 지겹다. "나는 다른데는 살쪄도 허리는 이상하게 안찌더라" 라고 무심한척 치밀하게 뱉었던 자랑을 이제 할 수 없을 것 같아 짜증난다. 내가 하는 일이 별볼일 없는 것 같아 한숨이 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만빼고 행복한 것 같아 우울하다. 사방이 막혀버린 1평남짓한 방안에 갖힌듯 숨막히게 살던 요즘에 나에게 지인이 선물해준 <재미>라는 책은 '당신의 슬럼프를 탈출하는 문은 저쪽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해 주고 있었다. 
 
"재미가 있다면 우리의 내일은 더욱 설레일 것이다" 

이 책은 아빠, 엄마, 아이 라는 구성원을 가진 가족을 등장시켜 그들 각각의 생활을 독백형식으로 이야기 하게 하고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은 재미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삶을 변화시킨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빠
일밖에 모르는 재미없는 남편, 아빠 그리고 상사.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며 비싼 카메라를 구입하겠다는 아내가 한심하다. 한번도 이겨본적이 없는 야구경기를 단한번의 결석없이 참석하는 이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회사일에 온 신경을 쓰고 매달려도 일이 될까말까인데 부하직원들은 왜 퇴근시간이 땡하기가 무섭게 달려 나가는 걸까?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엄마
잔소리를 달고 사는 엄마, 아내 그리고 백수 아닌 백수인 주부.
옆집남편은 돈만 잘 벌어오는데, 옆집 아이는 과외없이도 잘만 공부하던데, 결혼생활로인해 모든것을 잃었다. 얻은것이 있다면 푸짐한 살뿐.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싶다. 

아이
부모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녀, 학교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
엄마 아빠는 자주 다투신다. 저런 부모님께 나의 고민을 털어놓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나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러던 어느날 내 편이 되어줄 친구를 사귀게 되고 나에게 닦쳤던 왕따는 다른친구에게 넘어간다. 친구들을 말리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 

우리는 흔히 지루한 일상을 '다람쥐 챗바퀴돌듯' 이라는 말에 비유하곤 한다. 이는 변화없이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다람쥐에 챗바퀴질을 반복된 인간의 삶에 빗 댄 것이다. 이처럼 반복된 일상은 똑같은 것에 금새 싫증을 느끼는 인간의 뇌에 나태함과 지루함, 그리고 의욕상실의 짜증을 심어준다. 이는 '왜 나이는 먹을 수록 빨리 가는가?' 의 질문과도 일맥상통 한다.  어린 아이들은 모든것이 새롭기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이후 중년, 노년으로 가는 길에 새로운 것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다람쥐 챗바퀴도는 듯한 반복된 일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새로움이 없는 반복된 일상은 우리의 뇌로 하여금 시간에 가속도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재미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뇌에게 <재미> 있게 살아 볼 것을 권하고 있다. 당신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라. 물론 지루했을 지언정 안전했던 삶에 변화를 주는 것은 두려움을 가져 올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당신을 긴장시킬 것이고 당신의 삶은 더이상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주된 논점인 재미는 단순히 재미있는 놀이만을 고집하며 그것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재미와 흥미는 당신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고, 즐거움은 당신의 뇌에게 다양한 사고를 제공해 창의력을 줄 것이고, 도전 정신과 자신감을 그리고 생기넘치는 삶을 제공 할 것이라는 거다. 

책을 읽으며 나에 슬럼프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보니, 재미가 없어서 느슨해 졌었던 것 같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큰 고민이 없어서 자꾸만 고민거리를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속에 등장한 아빠, 엄마, 아이가 재미를 통해 본인에게 닥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고 내외적으로 화합을 가져 올 수 있었듯이  나에게도 무언가 재미를 주어야 겠다. 요가를 배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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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뒷골목 - 어느 트렌드세터의 홍대앞 카페 가이드
양소영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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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날나리, 개성, 음악, 클럽, 빈티지, 예술, 광란, 자유>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홍대의 이미지 이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홍대는 서울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신대륙이나 다름 없었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벗어나 살아본적이 없는 나의 사촌동생이 서울 관광을 온적이 있었다. 태어나서 전철을 처음 타본다며, 카드를 찍고 지나가는 것 자체를 무서워 하던 녀석이 서울에서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63빌딩과, 롯데월드, 대학로 그리고 홍대 라고 했다. 그당시 홍대는 나도 제대로 가본적이 없던 곳이었기에 63빌딩과 롯데월드 그리고 강북이 주무대였던 나에게 편한 대학로를 구경시켜주며 홍대는 살짝 없던 얘기로 만들어 버렸었다. 그때 이 책<홍대앞 뒷골목>이 있었다면 여러번 와본척 하며 데리고 다녔을 텐데 말이다. 

저는 홍대앞에 삽니다.일 없는날에는 동네 구석구석을 쏘다닙니다. 이골목을 돌아 저골목에 이르면 또 어떤 멋진 곳이 나올지... 홍대앞의 스타일리시 하고 예쁜 카페,밥집, 술집들 지금 그곳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작가 양소영-

작가가 소개하려던 것과 같이 홍대에는 단순히 맛만 좋은 밥집, 옷만 이쁜 옷집, 안주가 맛있는 술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홍대에 존재하는 모든 가게에는 스타일리시 라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홍익대학교 자체가 미대로 유명하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홍대의 거리와 곳곳은 지루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스타일리시 하다. 

책은 <홍대앞 뒷골목> 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커피프린스 길, 서교초등학교 길, 홍대정문 길, 삼거리포차 길, 주차장길 로 나눠 홍대 골목 구석구석의 맛집과 멋집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그곳의 인테리어나 음식, 음식의 가격등이 자세하게 나와있어 홍대 맛집가이드북이라 할수 있을만큼 가이드 역할에 충실했다. 그외에도 가게를 오픈하게 된 계기나 주메뉴 선택 동기등에 대한 사장님의 인터뷰 또는 그 가게를 찾는 주류층에 대해서까지 설명하고 있어 단순한 소개글 이상의 재미가 있다. 그리고 책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그곳의 사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꼭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든다.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가게들 대부분이 각국의 전통음식들이 주 메뉴인 곳들이 많으며, 음식뿐만 아니라, 공연을 하는 카페, 전시를 하는 카페 등등 이색적인 장소가 아주 많다. 이는 매일 먹는 한식, 매일 먹는 커피, 매일보는 tv 드라마 등에서 벗어나 마치 일탈의 세계로 우리를 유혹하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며 홍대 음악문화나 클럽문화에 비중을 두거나, 홍대가 젊음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유나 혹은 역사에 대해서도 다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란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홍대앞뒷골목에 위치한 맛집 멋집에 대한 소개글이니 나의 바램은 조금 무리가있다 싶다. 

우리가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가게 되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안내 책자 처럼, 이 책 또한 홍대입구역에 배치 해 놓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여름 이 책한권을 들고 다양한 문화와 음식 그리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홍대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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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소여 비행 클럽 -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
하라다 무네노리 지음, 임희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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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오락실에 앉아 테트리스에 열중하고 있는 19살의 대입 수험생 노무라 노부오, 그의 평범한 외모와는 달리 오락을 즐기는 그의 손놀림은 평범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의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을 목격한다면, 아마 누구라도 저사람 손에 신 들린거 아니야? 라며 혀를 찼을 것이다. 그의 손은 사실 초능력이에 가까운 놀라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 다른이들이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빠른 손놀림, 손끝만 스쳐도 알수 있는 지페의 금액, 그는 그가 가진 놀라운 손 감각을 소매치기를 하는데 사용한다. 

'톰소여의 비행클럽' 이라는 소설이 나의 집중력을 흔들어 놓았던 부분은 바로 이부분 이었던거 같다. 모름지기 소설의 주인공이란, 어떠한 악행을 저지르건 독자의 응원을 받게 되어있다. 그것이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속에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된다. 라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한 지론이다. 독자는 주인공이 소설속 인물이라는 것을 잊고 읽는 이인 나와 어느덧 동일시 시켜, 주인공에 어떠한 악행도 옹호할 준비가 되어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노무라의 능력은 마치 소설속 주인공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작가가 생각간 뒷이야기들과 이어질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서 만들어 놓은 작위적인 스토리의 냄새가 풍긴다. 

판타스틱 청춘 질주 사기극 '톰소여 비행클럽' 제목 한번 시원하다. 통쾌한 성장 소설일 것이라 나는 짐작했고, 개성있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일러스트가 나의 마음을 흔들었었다. 나는 재일교포 출신의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가네시로 가즈키의 'GO' 나  'SPEED' 와 같을 것이라고 마음대로 추측했다. 청소년의 방황과 성장을 그렸던 'GO'와 'SPEED' 에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사실 비슷한 종류에 일본소설일 것이라 생각했기에 실망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비슷한듯은 하다 하지만 그러나 깊이는 결코 같지 않았다. 

섬세한 감각을 가진 손가락으로 소매치기의 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 노무라 노부오, 수학만 너무 잘해 수학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불우한 가정 환경의 괴짜 천재 수학(가부라기 지로), 노무라,수학과 달리 명문 사립 여고에 다니는 4차원 엉뚱 소녀 기쿠치 , 호텔을 운영하는 왕년의 소매치기 할머니 치사토. 그외 아주 잠깐 등장하는 몇명. 

주인공 노무라의 소매치기 능력을 눈치챈 수학은, 노무라에게 대입수능 시험지를 훔치는데 너의 손이 필요하다. 라며 도와주지 않을 시엔 소매치기를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겠다 라며 협박아닌 협박을 한다. 협박과 호기심에 이끌려 동참하게된 노무라는 대입수능 시험지 경로의 정보 제공자이자 수학의 친구인 여학생 기쿠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또한 우연히 노무라의 소매치기를 목격한 치사토 할머니는 노무라에게서 본인의 과거의 모습을 보며 그를 돕게 된다. 

단조로운 등장인물의 수 만큼이나 등장인물들은 깊이가 없다. 주인공 노무라가 왜 불량 청소년이 됐었어야 하는지, 왜 그토록 어머니를 무시하는지, 수학과 기쿠치는 왜 저러한 성향을 가지게 됐는지, 치사토 할머니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2% 부족하다는 말을 인용하기엔 70%는 부족해 보인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뒤엔 저러한 과거가 있었구나 라며 이해하기엔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깊이 없이 둥둥 떠다닐 뿐이다. 

개방적인 일본이기에 오는 문화차이 때문인가? 아니면 시대적 변화에 따른 세대차이 때문인가? '톰소여 비행클럽'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서른살의 내가 이해하기엔 불편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대범하다. 주인공 노무라는 아무런 꺼리낌없이 소매치기를 한다. 수학은  무모할 정도로 건방지고 도전적이다. 이 음모의 같은팀이라며 수학을 통해 소개받은 노무라와 기쿠치는 만난 첫날 서로에게 몸을 허락한다. 그후 노무라와 기쿠치는 연인이 되고, 마약을 해오던 기쿠치에 의해 노무라 또한 마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된 치사토 할머니는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 음모에 동참한다.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을 오마주 했다던 이 작품은 어째서 톰소여의 순수함을 찾아볼 수 없는걸까? 청소년시절 혹은 유년시절 누구나 해봤을만한 호기심에 의한 일탈은 언제나 내면의 성숙함과 순수성을 이끌어 내는데 이 소설의 일탈은 타락이었으며, 일상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남은것은 성숙함과 순수함이 아닌 패배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곤 또 생각했다. 나는 어느덧 청소년의 일탈에 혀를 쯧쯧차는 기성세대의 자리에 올라온 것일까? 라고 ..... 아니!! 내가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것이 사실일 지라도, 이책은 청소년의 비행은 있었으나, 성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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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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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책과의 만남을 갖게 된다. 어떤이에게는 부모가 잠잘때 읽어주었던 백설공주가 그 만남의 시작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학교에 들어가서야 만날수 있는 교과서가 책과의 첫 대면일지도 모른다.

책과의 첫 만남 이후 책과의 동행이 삶에 스며들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영 이별 하거나, 가끔씩 만나거나, 혹은 한동안 지워버렸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기도하다. 우리는 책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사람일까?

책 좋아하는 사람이랑 수다 떨기, 책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사랑하기, 책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따라 하기, 책에 나오는 음료와 음식 먹어보기, 책에 나오는 음악 찾아 듣기, 책이 알려주는 장소 가보기, 읽었으면 행동하기 등 자칭 '책 행동학'의 창시자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작가소개)

그녀의이름은 정혜윤, 그녀의 직업은 CBS라디오 PD이며,또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지독한 독서광으로  2007년 '침대와 책' 이라는 책에서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방대한 지식을 나눈바 있다. 바로 이책이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게 한 문제작 이기도 하다.

'침대와 책'이후 그녀가 선택한 책은 바로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이라는 부제를 가진 '그들은 한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이다. 이 책은 부제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정혜윤 그녀가 만난 11인의 독서가들에 책에 대한 이야기 이다. 
 

정혜윤 그녀의 이름이 없더라도 11인의 독서가들에 대한 이름만으로 이 책은 어느덧 읽고 싶은 책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김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어렸을 때 아버지가 누나에게 사준<강소천 아동 문학 전집>으로 책읽기에 입문했다던 진중권, 그는 마크 트웨인의 책을 통해 짓꿎은 유머감각을 배웠으며, 애드거 앨런 포의 전집은 최근 다시 구입했을 만큼 그의 광팬이라고 한다. 
 

진중권이 독서에서 가장 중시 하는 것은 추천 도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진중권이 책을 읽는 이유는 감동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자기만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P30-

활자 중독증이 걸릴만큼 책읽기를 사랑한 정이현, 책을 읽었더니 칭찬을 받더라? 라며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던 변영주, 책을 읽을 때 만큼을 아무도 내게 일을 시키지 않았기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던 신경숙, 세살때 오빠의 책가방을 뒤져 한글을 익혀 몇년후 선데이 서울을 보며 놀았다던 공지영 각자의 책과의 만남을 읽으며 왜 다들 어렸을 때 부터 책에 파묻힐 수 있었던 걸까? 라는 생각에 나는 조금 의기소침 해졌다. 아마 이 책에서 임순례의 글이 없었다면 나는 진정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어렸을때 부터 지독히 책을 좋아하고, 책과의 만남이 용이 했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임순례의 책과의 만남은 고등학생이 될 무렵 겨우 한두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던 나와 비슷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사주는 그런 정상적인 가정은 아니었죠. 텔레비전도 없었고 동화책 한 권 굴러다닌 적이 없으니까 친구들이 동화책 이야기를 하거나 만화영화 이야기를 해도 전혀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했어요-P112-

그런 그녀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도서관이 있는 중학교에 입학한 후 부터이다. 뒤늦게야 책읽기에 입문한 그녀는 책을 통한 새로운 세계와 매력에 한동안 푹 빠져 이해도 못했던 토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발자크와 모파상의 책들을 읽었다고 한다. 이후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고, 선생님들께 공부 잘하는 아이로 좋게 찍힌 안도감 때문인지 숙제를 안해갔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정혜윤이 폭소를 터트렸듯 나 또한 숙제에 얽힌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대폭소를 터트렸다.

숙제를 안해가도 공부를 잘해서 심하게 맞지는 않았어요. 나중엔 선생님들도 그냥 좀 괴팍한 애라고 생각했고 나도 '그냥 맞고 말아 몸으로 때워' 이렇게 생각했죠.  .......한문숙제 같은건 4번 쓰는 게 숙제였다면 그다음엔 두배로 8번, 16번,....512번까지 간 적이 있는데 그쯤 되면 선생님도 나도 포기했죠-P119-

이 책은 뚜렷한 기억이 나는 책이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로인해 새로운 책들에 대해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지식인 11인의 책에 대한 회상, 그들이 추천한 책, 그들의 책과의 만남 모든 것이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떨치기 힘들게 한 사람은 바로 정혜윤 그녀 였다.

물론 정헤윤이 만남사람, 그녀의 눈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잠시뿐 온통 정혜윤 그녀 스스로가 감상에 젖어 이 분이 이책을 얘기하니 이 책이 생각난다면서 본인이 생각난 그 책에 대해 적지않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이런 그녀의 글쓰기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흐름을 놓게 만든다. 그리고 그녀가 떠오른 책들에 대한 그녀의 감상은 이 책은 어떠하다 라는 추천에 개념보다 그녀 스스로의 아주 지극히 추상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그녀의 자서전에 지식인 11인에 인터뷰를 조금씩 인용한 느낌마저 들어 무엇이 주인지를 모르겠다.

이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인 책읽기의 후기이기 때문에 나만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불편했다. 도대체 그녀가 모르는 책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정도로. 그리고 11인의 지식인들의 책과의 만남이 더 알고 싶은 갈증이 나는 것 또한 참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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