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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책과의 만남을 갖게 된다. 어떤이에게는 부모가 잠잘때 읽어주었던 백설공주가 그 만남의 시작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학교에 들어가서야 만날수 있는 교과서가 책과의 첫 대면일지도 모른다.
책과의 첫 만남 이후 책과의 동행이 삶에 스며들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영 이별 하거나, 가끔씩 만나거나, 혹은 한동안 지워버렸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기도하다. 우리는 책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사람일까?
책 좋아하는 사람이랑 수다 떨기, 책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사랑하기, 책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따라 하기, 책에 나오는 음료와 음식 먹어보기, 책에 나오는 음악 찾아 듣기, 책이 알려주는 장소 가보기, 읽었으면 행동하기 등 자칭 '책 행동학'의 창시자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작가소개)
그녀의이름은 정혜윤, 그녀의 직업은 CBS라디오 PD이며,또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지독한 독서광으로 2007년 '침대와 책' 이라는 책에서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방대한 지식을 나눈바 있다. 바로 이책이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게 한 문제작 이기도 하다.
'침대와 책'이후 그녀가 선택한 책은 바로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이라는 부제를 가진 '그들은 한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이다. 이 책은 부제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정혜윤 그녀가 만난 11인의 독서가들에 책에 대한 이야기 이다.
정혜윤 그녀의 이름이 없더라도 11인의 독서가들에 대한 이름만으로 이 책은 어느덧 읽고 싶은 책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김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어렸을 때 아버지가 누나에게 사준<강소천 아동 문학 전집>으로 책읽기에 입문했다던 진중권, 그는 마크 트웨인의 책을 통해 짓꿎은 유머감각을 배웠으며, 애드거 앨런 포의 전집은 최근 다시 구입했을 만큼 그의 광팬이라고 한다.
진중권이 독서에서 가장 중시 하는 것은 추천 도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진중권이 책을 읽는 이유는 감동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자기만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P30-
활자 중독증이 걸릴만큼 책읽기를 사랑한 정이현, 책을 읽었더니 칭찬을 받더라? 라며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던 변영주, 책을 읽을 때 만큼을 아무도 내게 일을 시키지 않았기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던 신경숙, 세살때 오빠의 책가방을 뒤져 한글을 익혀 몇년후 선데이 서울을 보며 놀았다던 공지영 각자의 책과의 만남을 읽으며 왜 다들 어렸을 때 부터 책에 파묻힐 수 있었던 걸까? 라는 생각에 나는 조금 의기소침 해졌다. 아마 이 책에서 임순례의 글이 없었다면 나는 진정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어렸을때 부터 지독히 책을 좋아하고, 책과의 만남이 용이 했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임순례의 책과의 만남은 고등학생이 될 무렵 겨우 한두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던 나와 비슷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사주는 그런 정상적인 가정은 아니었죠. 텔레비전도 없었고 동화책 한 권 굴러다닌 적이 없으니까 친구들이 동화책 이야기를 하거나 만화영화 이야기를 해도 전혀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했어요-P112-
그런 그녀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도서관이 있는 중학교에 입학한 후 부터이다. 뒤늦게야 책읽기에 입문한 그녀는 책을 통한 새로운 세계와 매력에 한동안 푹 빠져 이해도 못했던 토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발자크와 모파상의 책들을 읽었다고 한다. 이후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고, 선생님들께 공부 잘하는 아이로 좋게 찍힌 안도감 때문인지 숙제를 안해갔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정혜윤이 폭소를 터트렸듯 나 또한 숙제에 얽힌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대폭소를 터트렸다.
숙제를 안해가도 공부를 잘해서 심하게 맞지는 않았어요. 나중엔 선생님들도 그냥 좀 괴팍한 애라고 생각했고 나도 '그냥 맞고 말아 몸으로 때워' 이렇게 생각했죠. .......한문숙제 같은건 4번 쓰는 게 숙제였다면 그다음엔 두배로 8번, 16번,....512번까지 간 적이 있는데 그쯤 되면 선생님도 나도 포기했죠-P119-
이 책은 뚜렷한 기억이 나는 책이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로인해 새로운 책들에 대해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지식인 11인의 책에 대한 회상, 그들이 추천한 책, 그들의 책과의 만남 모든 것이 좋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떨치기 힘들게 한 사람은 바로 정혜윤 그녀 였다.
물론 정헤윤이 만남사람, 그녀의 눈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잠시뿐 온통 정혜윤 그녀 스스로가 감상에 젖어 이 분이 이책을 얘기하니 이 책이 생각난다면서 본인이 생각난 그 책에 대해 적지않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이런 그녀의 글쓰기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흐름을 놓게 만든다. 그리고 그녀가 떠오른 책들에 대한 그녀의 감상은 이 책은 어떠하다 라는 추천에 개념보다 그녀 스스로의 아주 지극히 추상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그녀의 자서전에 지식인 11인에 인터뷰를 조금씩 인용한 느낌마저 들어 무엇이 주인지를 모르겠다.
이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인 책읽기의 후기이기 때문에 나만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불편했다. 도대체 그녀가 모르는 책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정도로. 그리고 11인의 지식인들의 책과의 만남이 더 알고 싶은 갈증이 나는 것 또한 참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