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 목욕탕 1
김경일 글.그림 / 함께읽는책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음식을 남긴 채 식사를 마친 나에게, “너 나중에 지옥가면 니가 남긴 음식 다 먹어야 된다, 그래서 음식 남기는거 아니래” 라고 했던 알수없는 그 누군가의 음성이 이따금씩 나의 주위를 맴돌 때가 있다. 그 이따금의 환청은 출퇴근 지하철에서 “불신지옥!!!”을 외치시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를 만났을 때나 혹은 TV나 영화에서 가볍게든 무겁게든 영혼과 지옥등의 이야기를 다룰 때 나타나 곤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나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심오하고 철학적이나,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은 사람이 있을까? 란 의문이 들 정도로 그에 대한 해답은 존재하나 스스로 인정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사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려 간다. 인간의 허울에 행보는 이토록 허무하기 이를데 없다. 허무하기 때문에 인간들은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비하인드 스토리’ 를. 사람은 죽으면 귀신이 된다. 천국에 간다. 지옥에 간다. 혹은 환생한다. 등등의 사후세계를 말이다.



내가 만난 <괴기 목욕탕> 이라는 만화는 아마 사후세계에 대한 궁굼증에서 시작된 만화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물과 마물보다 더 마물 같은 인간들이 다 벗고 만났다.



지옥에서 고위관리직을 맡았던 헬름은 지옥생활에 회의를 느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인간들의 세상으로 내려와 목욕탕을 차리게 된다. 이름인즉 <괴기 목욕탕>, 왜 하필 목욕탕이었을까? 책에서 보여지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목욕탕이라는 공간적인 장치는 인간, 마물 할 것 없이 발가벗고 있다는데 의미를 둔다. 누구에게나 발가벗었다는 것은 그들의 높고 낮음을 알 수 없게 한다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발가벗은 그들에겐 그들이 소유한 명품옷, 외제차가 보이지 않고, 허름한 옷, 보잘것 없는 직장 또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세상에 빛을 본 아기들의 모습과 같다. 무엇이든 할수있고 누구든 될 수 있는 하얀 도화지의 원초적 평등 그 자체 말이다.



<괴기 목욕탕>의 사물함은 지옥과 인간세계를 연결하는 문이다. 그곳은 지옥에 간 인간들의 탈출감행 입구 이기도 하고, 지옥에서 포상을 받아 인간세계로 휴식을 온 마물들의 출입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인간세계에서 일하는 목욕탕 식구들에게 세금을 받으러 내려오는 마물관리의 출입문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지옥관리에게 바치는 세금이 인육이나 인간의 피가 아닌 인간들이 사용하는 돈이라는 것이다. 나는 많이 의아했다. 그들에게 돈이 무슨 소용있을까? 하지만 작가는 헬가에게 상납받은 돈을 받아 한뭉치를 덥썩 먹어 버리는 마물관리의 입을 통해 멋지게 인간세상을 풍자를 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높은 분들만 맛보는 인간들의 돈인가? 크흐흐 느껴진다. 느껴져… 인간들의 희로애락이 섞인 이 혼탁한 맛! 흐음 꿀맛이야! 길고 더러운 여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 온 거군,,, 이건 정말 뭐랄까 지옥보다 더욱 지옥스런 맛이야.. –P 79-



개인의 이익을 위한 무한한 이기주의, 탐욕에 눈먼 자들의 어리석은 죄, 가진자들의 끝없는 욕망, 쉴틈없는 노동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향한 원망, 인간 그들의 마음은 어느새 지옥 그 자체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헬가 가족들은 이런 인간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며, 지옥세상과 인간세상을 연결하는 목욕탕처럼 어느 한쪽에도 설 수 없는 존재들이 되어버린다. 인상세상을 파멸 하려는 마물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그들은 과연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오랜만에 만난 신선한 소재를 재료로 한 <괴기 목욕탕>은 신선했으나 미흡함이 없지 않아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주었다. 작가의 직설화법은 가끔 유치함을 느끼게 하며, 청소년용이라 하기엔 19금의 내용이 너무 많고, 성인용이라 하기엔 스토리의 파고듬이 부족한 느낌을 떨치기가 힘들다. 하지만 작가의 다음작이 궁굼해 지는 것 만큼은 사실이니 <괴기 목욕탕>에 흡입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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