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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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말없이 말을 거는 존재들의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말수가 줄었다. 많이 겪어서일까, 아니면 오래 견디며 쌓은 참을 인忍 때문일까. 하지만 말이 없어도 누군가를 이해하고, 오래 바라보는 눈길에도 충분히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항아리》에는 세상에서 비켜난 듯한 존재들이 나온다. 잘못 구워져 버려졌던 항아리, 하늘을 그리워하지만 날 수 없는 나무 새, 서울역 앞의 눈사람들. 누구에게도 특별할 것 없는, 어쩌면 우리 자신 같기도 한 이 존재들이 한 편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다시금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손을 내민다.


어릴 적 읽었던 이솝우화가 날카로운 교훈을 남겼다면, 이 책은 어른이 된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말한다.

"괜찮아, 지금 모습 그대로도 의미 있어." 마치 긴 겨울을 지나 피어난 꽃 봉오리처럼, 그렇게 작고 조용한 위로가 페이지마다 피어난다.


하루가 무겁게 끝나는 저녁, 잠시 책장을 펼쳐 한 편만 읽어도 좋다. 차례를 따르지 않아도, 어느 이야기든 나지막이 말을 걸어올 테니까. 아이에게 읽어줘도 좋고, 지친 친구의 생일 선물로 건네도 좋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을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정호승 시인의 글은 단지 ‘따뜻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다. 그건 마치 겨울 창가에 가만히 스며드는 햇빛 같다.(지금은 너무 뜨거운 여름이지만)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안아주는 온기. 그 따스함 속에서 내 마음의 항아리도 조금씩 다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항아리》는 그런 책이다. 버려졌다고 느끼는 모든 마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조용한 기도 같은 이야기.


#항아리 #정호승 #비채 #선물하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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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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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사랑을 찾아 떠난 물고기 풍경, 그 여정이 내 마음을 흔들다”


정호승 시인의 우화소설 『연인』은 사랑을 찾아 날아오른 작은 풍경 하나가 세상을 돌며 들려주는 아주 조용하고도 울림이 큰 이야기이다. 고요한 문장과 서정적인 상상이 어우러져,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 한켠이 나지막하게 떨렸다. 마치 오래된 풍경 소리를 듣듯이.


이 이야기는, ‘사랑이 변했을까’라는 풍경 푸른툭눈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철제 줄을 끊고 날아오른 풍경은 지리산을 넘어 바다와 도시를 지나며 사람과 동물, 도시와 자연, 삶과 죽음을 마주친다. 그 여정은 낯설지 않다. 나 역시 한때 누군가의 마음을 오해하고, 나를 몰라주던 세상을 등지고 싶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존재의 의심”과 “사랑의 진정성”이라는 주제로 푸른툭눈이 붕어찜 식당에서 도망치고, 낚싯바늘을 피해 저수지로 향하고, 사랑했던 비둘기에게 버림받는 장면들은 아프고도 생생해서, 어느새 저는 그 작은 풍경의 마음에 이입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푸른툭눈처럼 작고 흔들리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흰물떼새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헌신 앞에서, 저는 눈을 잠시 감고 숨을 골랐다. “내가 누군가를 저렇게 사랑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던져졌다. 결국 사랑이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찾아오고, 그 사랑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검은툭눈이 푸른툭눈에게 전한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내가 진정 사랑을 했으면 그것이 곧 성공이야.” p.156

이 문장은 마치 오래전 이별을 겪고 방황하던 제게 보내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사랑이 어떻게 끝났든, 그 사랑이 진심이었다면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림도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답다. 풍경이 흔들리는 처마 끝, 물결치는 섬진강, 어두운 서울역의 밤… 이야기의 감정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각적 서정이 스며든다.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이 책은, 한 권의 동화처럼 보이지만 어른을 위한 깊은 위로의 책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온 존재로서 이 책을 읽었다. 사랑은 언젠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찾아 떠나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연인』은 나의 지난 사랑을 돌아보게 했고, 앞으로의 사랑을 어떻게 품어야 할지 다시금 배우게 해준 책이었다. 이 소중한 이야기를 이 계절, 따뜻한 햇살 아래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연인 #정호승 #비채 #우화소설 #선물하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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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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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지원도서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

눈앞의 세상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너진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야 했다. 황정은의 『작은 일기』는 그런 "살아냄"의 과정을 담아낸 기록이다. 가장 개인적인 글쓰기 방식인 '일기'를 통해, 이 책은 우리 모두가 함께 겪은 시대의 아픔을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불러낸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던 시간. 그리고 그 뒤에도 계속된 모욕감, 무기력, 절망,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작은 일기』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황정은의 글은 언제나처럼 절제되어 있지만, 그 속의 감정은 날것 그대로 거칠다. 마치 살갗을 벗겨낸 자리에 아직 멈추지 않은 피가 흐르는 것처럼 생생하다.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견뎌냈다. 나도, 내 아이도, 거리에서, 광장에서, 군대에서, 집 안에서. 하지만 쉽게 꺼내 말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말문이 막힌 그 시간, 작가는 묵묵히 일기를 썼다.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주어진 몫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말할 수 없어서 썼다"라고, “울 수 없어서 기록했다"라고 고백한다.

이 책 앞에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시간인 것처럼 몸이 반응한다. 나도 그 밤을 함께 보냈고, 나도 추웠고, 나도 누군가의 무사함을 빌며 마음을 졸였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심장이 조여오고 손끝이 저릿하다. 나 역시, 어제의 충격이 오늘의 익숙함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악한 면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결국 다정함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길 위에서 누군가가 건네준 초콜릿 한 개, 미리 계산된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서로를 알아보고 이어주는, 우리가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슬픔을 잊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잠기지 않고, 무기력해지지 않으려는 마음. 세상의 불합리함에 분노하면서도, 여전히 이 세계를 사랑하려는 의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지낸 내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책장을 덮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이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까? 작가는 말한다. “나는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라고. 그 말은, 우리가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끝까지 붙잡아야 할 마지막 감정일지도 모른다.



#작은일기 #황정은 #창비 #가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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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한국사
김재완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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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기묘한 이야기 속에서 되살아나는 전통의 맥


『기묘한 한국사』는 ‘전통’이라는 낱말이 잊히고 마모되는 시대, 그것을 새롭게 되새기게 하는 기묘한 문(門)이다. 역사를 단지 교과서 속 연표나 영웅담으로만 소비해온 이들에게, “그날, 한국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묻고 있다. 우리는 그저 흘러간 과거가 아닌,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전통’을 마주하게 된다.


한때는 교과서의 답안을 외우기 바빴던 나에게 이 책은 단순히 흥미로운 미스터리의 나열을 넘어, 오래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역사란 단지 사실이 아닌, 기억이고 해석이며,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이기 때문이다.


책은 다섯 장으로 나뉘어 한국사의 기묘한 장면들을 풀어낸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10번이나 주인을 바꾸며 오늘날 박물관에 도달한 여정은 단순한 소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켜낸다는 것'의 의미, 예술과 정신을 후손에게 남기려 했던 전통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그 여정 하나하나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저 그림이 아니라, 시대와 사람의 숨결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감록』을 둘러싼 금서 이야기나, 산송으로 벌어진 400년의 묘소 다툼은 단순히 땅과 조상, 명당을 둘러싼 집착은 농경민족이자 제례 문화를 중시해온 우리의 정체성 그 자체다. 요즘은 봉분 하나 없이 납골묘로 간소화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조상의 묏자리를 통해 자손의 안위를 기원한다. 조선 시대의 묘지 소송이 내게는 조부모님의 제사 문제로 충돌하던 지난날의 기억과 맞닿는다.


세 번째 장에서 다룬 우범선과 우장춘 부자의 이야기에는 시대의 상흔이 녹아 있다. 친일파의 아버지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들의 삶은, 분열된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고통스러운 발자취 속에서 가족이라는 작고 사적인 역사가, 거대한 민족사의 윤곽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았다. 역사는 결국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또한 조선의 내시와 궁녀, 화공과 역관의 삶을 들여다본 마지막 장은, 지금껏 ‘주인공’이 아니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내시가 단지 거세된 하인이 아니라, 왕권의 신뢰를 받고 국정을 이끌던 고위 관료였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의 역사’를 배워왔는지를 반성하게 만든다.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발견되는 것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물음은 결국 “오늘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고 있는가?”라는 자문으로 이어진다. 『기묘한 한국사』는 역사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작은 횃불이 되어 줄 것이다.


#기묘한한국사 #김재완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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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프레임
조성환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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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누구나 한 번쯤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인생의 주제들


탄생과 죽음, 공존과 고립, 선함과 폭력성에 대해 아주 독창적이고도 시적인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어쩌면 나 역시 거인의 일부였고, 언젠가는 사신의 그림자 아래 놓일 운명을 지닌 존재임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1부 「제네시스」는 익숙한 창세 신화를 낯선 언어로 새롭게 조명한다. 거인은 우리 안에 있는 원초적 본성처럼 보인다. 파괴와 고립의 상징인 남성형 거인과, 소통과 절제를 상징하는 여성형 거인의 관계는 단순한 젠더 구도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양가성 그 자체다.


내가 젊었을 땐 이 이야기를 단순한 판타지로 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안다. 서로 다른 성향이 충돌하면서도 결국 다시 만나고 분리되는 이 과정은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재구성하는 순환의 구조임을.


2부 「무명 사신」은 내게 더 날카롭게 다가왔다. 긴 삶을 살아갈수록 죽음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동시에 더 복잡한 의미로 다가온다. 사신조차 감정에 휘말려 인간의 삶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은, 마치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명 연장의 결정 앞에 선 가족들의 마음을 떠오르게 했다. 그 누가 감히 생사의 경계를 명확히 나눌 수 있겠는가? 인간의 생명을 관리하는 사신들조차 ‘너무 인간적’인 존재였다.


인생의 어느 언덕을 지나 다시 한번 숨 고르기를 하는 나이에, 조성환의 이 작품은 단숨에 읽히지만 단숨에 이해되지는 않는다. 되려 그 여운은 오래 남아, 며칠이고 곱씹게 한다. 그것이 이 그래픽 노블의 진짜 힘이다.


조성환 작가는 감정의 극단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균형 속에 무게를 실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결국 어디로 가는가. 인간을 비추는 ‘산’의 눈과, 인간을 수거하는 ‘사신’의 손끝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통받고, 그래서 더욱 희망을 품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몰 프레임』은 찰나의 아름다움과 영원의 두려움을 함께 들여다보게 만든다. 삶과 죽음을 한 번에 들여다보고 싶은 이에게, 아니 그 경계에서 삶을 다시 묻고 싶은 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조용히 사유하고 싶은 여름밤, 이 책을 펴들어보시라. 그림은 말이 없지만, 생각은 끝이 없을 것이다.


#스몰프레임 #조성환 #미메시스 #박정민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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