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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프레임
조성환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지원도서
누구나 한 번쯤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인생의 주제들
탄생과 죽음, 공존과 고립, 선함과 폭력성에 대해 아주 독창적이고도 시적인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어쩌면 나 역시 거인의 일부였고, 언젠가는 사신의 그림자 아래 놓일 운명을 지닌 존재임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1부 「제네시스」는 익숙한 창세 신화를 낯선 언어로 새롭게 조명한다. 거인은 우리 안에 있는 원초적 본성처럼 보인다. 파괴와 고립의 상징인 남성형 거인과, 소통과 절제를 상징하는 여성형 거인의 관계는 단순한 젠더 구도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양가성 그 자체다.
내가 젊었을 땐 이 이야기를 단순한 판타지로 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안다. 서로 다른 성향이 충돌하면서도 결국 다시 만나고 분리되는 이 과정은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재구성하는 순환의 구조임을.
2부 「무명 사신」은 내게 더 날카롭게 다가왔다. 긴 삶을 살아갈수록 죽음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동시에 더 복잡한 의미로 다가온다. 사신조차 감정에 휘말려 인간의 삶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은, 마치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명 연장의 결정 앞에 선 가족들의 마음을 떠오르게 했다. 그 누가 감히 생사의 경계를 명확히 나눌 수 있겠는가? 인간의 생명을 관리하는 사신들조차 ‘너무 인간적’인 존재였다.
인생의 어느 언덕을 지나 다시 한번 숨 고르기를 하는 나이에, 조성환의 이 작품은 단숨에 읽히지만 단숨에 이해되지는 않는다. 되려 그 여운은 오래 남아, 며칠이고 곱씹게 한다. 그것이 이 그래픽 노블의 진짜 힘이다.
조성환 작가는 감정의 극단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균형 속에 무게를 실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결국 어디로 가는가. 인간을 비추는 ‘산’의 눈과, 인간을 수거하는 ‘사신’의 손끝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통받고, 그래서 더욱 희망을 품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몰 프레임』은 찰나의 아름다움과 영원의 두려움을 함께 들여다보게 만든다. 삶과 죽음을 한 번에 들여다보고 싶은 이에게, 아니 그 경계에서 삶을 다시 묻고 싶은 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조용히 사유하고 싶은 여름밤, 이 책을 펴들어보시라. 그림은 말이 없지만, 생각은 끝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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