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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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여행을 갈 때 꼭 읽어보고 가라고 친구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되었다. 예전에는 서유럽 6개국 찍고 찍고 돌아오기 바빴던 여행의 패턴들이 변하고 있던 찰나에 COVID-9로 하늘길이 모두 막혀버렸다. 2020년 로마에서 2주간의 휴가 계획을 짜고 있던 난 현지 예약 비용은 다 날리고 그나마 국내선 항공료만 일부분 찾을 수 있었던 로마는 아주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던 도시였다.


하지만 이상록 작가님이 보여준 로마는 과거와 현재가 머물러 있는 로마를 안 가면 후회할 거라고 손짓하고 계신 책을 만났다. 처음 받아봤을 때는 '한 도시를 이야기하는데 아무리 그림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니 모 이렇게까지 두꺼워야 할 일이야?'라고 생각했던 책이다.


시간이 겹겹이 쌓여져 있는 도시 로마의 이야기를 한꺼풀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나가시는 솜씨는 사랑방에 계셨던 할아버지의 말솜씨처럼 자꾸 듣게 되는 매력이 폴폴 넘쳐났다. 요즘처럼 현장감을 보여준답시고 쪼그맣게 찍힌 사진이 실려 있는 여행책이 아닌 그림으로 그려진 로마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수천 년 전 건물의 파편을 벤치 삼아 앉아 있는 그림을 보면서 아~~ 나도 저기 저렇게 앉아 있었을 텐데~~, 사진이 아닌 그림이 주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부러워하면서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수천 년 전 로마제국의 건물들 위에 흙으로 덮기만 하고 새 건물을 올렸기 때문에 지금의 로마의 모습에서 한 층 높이 아래에 고대 로마제국 시대의 건축물들이 있는 이유다. 아직 땅속에는 수천 년 전 고대 로마 제국의 유적지 위를 우리는 무심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 정말 놀랬다. 어디서도 이런 진짜 이야기는 들어 본 기억이 없다.


로마의 역사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유럽의 역사 속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그토록 수많은 전쟁에서 로마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길을 만들 줄 알았던 기술의 승리였다. 또 역사 속 이야기에서 영웅들의 사랑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 클레오파트라를 사랑한 로마의 두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는 모두 비극적으로 끝났지만 안토니우스 곁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했다는 사실도 또 처음 알게 되었다.


'죽음을 잊지 마라.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라는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면서 로마를 순례의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는 작가님의 기대처럼 이 책을 25일 동안 읽으면서 로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님이 사랑하는 로마의 숨결을 나도 흠뻑 맛보고 돌아올 수 있는 날이 어서 돌아오길 바라본다. 로마 시티 책과 함께 온 엽서들을 가지고 가서 한국으로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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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정
오가와 요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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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정』은 오가와 요코가 1994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The Memory Police』로 번역되어 2019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과 2020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은밀한 결정』은 왜 지금 번역되었을까?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박사는 80분간만 기억이 지속된다. 80분 후에는 기억이 소멸된다. 『은밀한 결정』에서는 사물의 존재와 기억이 하나씩 소멸되어 가고 있는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멸이 일어나면 섬사람들은 그것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소멸이 일어난 후에는 강물에 버리거나 불태워 버리는데 소멸이 일어난 후 남아있는 물건들은 강제로 비밀경찰들이 수거해 가고,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들은 비밀경찰에게 끌려가게 되고 그 후엔 사라진다.

엄마는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에 엄마의 비밀 서랍장에 들어있던 리본, 방울, 에메랄드, 우표, 향수에 대

한 추억을 엄마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소설가인 '나'는 혼자 살고 있다. 엄마의 조각품을 선물 받았던 이누이 씨 가족은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들은 지하 조직의 은신처로 숨게 된다. 소설가는 편집자 R을 아빠의 서고였던 곳을 페리 정비사였던 할아버지와 함께 은신처로 꾸미고 편집자 R을 숨겨주게 된다.

달력이 소멸되자 겨울은 가지 않고 봄은 오지 않는 섬이 되었다. 섬사람들은 모두 식량난을 겪게 된다. 비밀경찰은 소설가의 집을 급습하지만 은신처를 찾지 못하고 돌아간다. 드디어 소설이 사라지는 날이 왔다. 사람들은 책을 불태우기 시작했고 도서관은 통째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화씨451』을 읽는 듯했다. 다음엔 무엇이 소멸될까? 책 속에는 소설가는 실어증에 걸린 타자수와 연인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데, 할아버지의 소개로 소설가는 타자수로 이직을 하게 된다. 복선인 걸까? 섬에 지진이 발생하고 그때 엄마의 조각품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드러난다.

담담한 어조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날 울컥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에 애착을 가졌었던 인형과 장신구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소멸, 사라지는 것, 기억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울컥이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이 번역된 건 어쩌면 COVID-19로 지구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들은 아니었을까? 핼러윈 데이와 영혼들을 인도하는 주황색 꽃 셈파수칠로 뒤덮일 멕시코의 '망자의 날'에 《은밀한 결정》을 읽고 이 글을 쓰는 것도 다 '은밀한 결정'이었다. 내일은 영화 <코코>를 다시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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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2 아이네이스 2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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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에서 디도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이어지는 5권에서 아이네아스는 갑판에서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그가 본 것은 디도를 태우고 있는 장작더미의 연기를 보고 나쁜 징조로 생각한다. 디도의 죽음은 알지 못한 채. 나중에 디도의 저주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시칠리아에 도착한 아이네아스는 아버지의 제삿날을 기념하기 위한 시합을 하고 승자와 패자에게는 신중하게 보상을 하고 반칙에 적대감을 허용하지 않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여준다. 모든 종목들은 각각 과거의 일과 미래의 일을 보여주는 것처럼 노래된다. 양궁에서 표적이 된 비둘기는 죽음을 의미한다.


<신곡>에서 단테가 베르길리우스를 만나 지옥을 여행하듯이 6권에서 아버지 앙키세스는 아이네아스와 로마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우구스투스를 포함한 여러 영웅들을 보여 주기 위해 지하세계로 인도하게 된다. 그때는 삶과 죽음을 그리 다르게 바라보지 않은 것은 아닐까.


7권과 8권에서는 이제 전쟁이 시작된다. 라티누스 왕은 이방인과 딸을 결혼 시키라는 신탁을 받고 아이네아스 일행을 환대한다. 하지만 유노는 지하세계에서 복수의 여신 알렉토를 불러네 라티누스왕에게 입김을 불어준다. 베누스 여신은 남편에게 아이네아스를 위한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아이네아스에게 로마의 역사가 그려진 방패를 선물하면서 끝이 난다.


다음에 이어질 9권부터 12권도 계속 전투를 하는 모습이 그려질 텐데 다음 책이 빨리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12권의 마지막 전투 장면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산문으로 완성한 글을 장면별로 서사시로 바꾼 베르길리우스도 대단하지만 원문 시행의 <여섯 걸음 운율>로 구성된 서사시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18자 이하로 번역을 하신 김남우 역자님도 정말 대단하시다. 서사시를 읽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처음에 가장 많이 헛갈렸었던 아이네이스와 아이네아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도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노래(이야기)라는 뜻으로 주인공의 이름은 아이네아스!! "아이네아스는 다르다노스(이탈리아 출신)의 후손이고, 아프로디테(비너스)와 앙키세스의 아들이고,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의 사위이다."라고.


로마 건국 서사시를 베르길리우스에게 써줄 것을 요구하고, 또 베르길리우스의 미완성작을 불태워달라는 유언을 들어주지 않았던 위대한 영웅 아우구스투스의 로마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완성되길 누구보다 학수고대했던 사람이었던 그가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후대에까지 로마 건국을 노래하는 서사시가 불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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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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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 즐거운 고민이다. 페브릭 장정에 고급 한정판으로 만든 4대 장편을 고를 것인가? 펀딩 보급판 5종을 고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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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 - 시가 이렇게 왔습니다
이기철 지음 / 문학사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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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같은 느낌일 것 같아요. 천 편이 넘는 시 중에서 선택받은 54편의 시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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