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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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쉼을 꿈꾸는 일이 어쩐지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들의 연속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조급하고, 쉴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해야만 겨우 한숨 돌릴 수 있는 삶. 그래서 이 책의 첫 문장을 읽었을 때, 울컥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는 너무 많은 걸 해내며 살아온 한 사람이, 지쳐버린 끝에서 비로소 쉼을 배우려 애쓰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바쁘게 달려온 만큼, 작가의 번아웃은 깊었고, 그로 인해 ‘쉬기’라는 가장 단순하지만 어려운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쉬는 동안’에도 공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결국 또 하나의 책을 완성한다. 이 모순적인 여정이야말로, 현대를 사는 우리가 겪는 쉼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가장 유쾌하고도 진지한 반어가 아닐까?


곳곳에 등장하는 조니 선의 라인 드로잉은 글의 결을 따라가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져준다. ‘공백 채우기’, ‘이사’, ‘우정’ 같은 짧은 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이자, 우리 삶의 거울 같다. “자신의 변화도 애도할 수 있다"라는 문장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낡아지는 내 안의 무언가를 조용히 안아주는 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쉼이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강박 없이, 내 템포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그게 글쓰기일 수도 있고, 그림 그리기일 수도 있고, 반려견과 눈을 맞추는 일이거나 그냥 멍하니 앉아있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그 모든 선택이 내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쉼은 회복이고 지쳤을 때, 나의 본래 속도로 돌아가는 일이다. 이 책은 삶에 지친 이들이 각자의 삶을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거울 같아서, 번아웃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번아웃이라는 말조차 입에 올리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조심스레 건네고 싶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그건 아마, 나를 다시 만나는 가장 조용한 방법이 아닐까? 오늘도 쉼을 꿈꾸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조니 선의 문장처럼 다정하게, 자신에게 말을 건네게 되기를.


#하던일을멈추고바닷속으로 #조니선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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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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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작은 존재들이 건네는 단단한 위로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고, 일상과 일 사이를 쉼 없이 오가다 보면,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작은 돌멩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조약돌》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괜찮아, 너는 너만의 무늬를 지닌 존재야.”라고. 정호승 시인의 우화는 나무나 조약돌 같은 낮고, 조용한 존재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이 스며든다. 외로움, 기다림, 두려움, 그리고 사랑. 그건 모두 우리가 너무 잘 아는 감정들이니까. 특히 조약돌 이야기에서 마음이 오래 머문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지는 걸 ‘기회’라 믿는 작은 돌. 그 마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우리 자신을 닮았다. 무언가 되어야만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 그저 존재 자체로도 빛나는 삶이 가능하다는걸, 시인은 조약돌을 통해 조용히 알려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낙타의 이야기다. 기다림이 끝내 이별로 이어질 때, 우리는 상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살면서 많은 관계의 끝을 경험했고, 그 끝에서 마음이 다 찢겨나가는 아픔도 남았다. 그런 나에게 낙타의 “저기 오아시스가 있다"라고 전하는 말은 이별을 더 이상 슬픔으로만 기억하지 않게 해주었다. 작별에도 따뜻한 방향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이야기는 짧지만 질문은 길다"라는 점이다. 그 질문은 삶의 핵심을 건드린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어떤 빛깔로 여기에 머물고 있는 걸까.


삶에 지치고, 스스로를 작고 희미하게 느끼는 날들에 《조약돌》은 내 안에 남아 있던 봄비 같은 감정을 깨운다. 겉으로는 여전히 겨울 같아도, 그 안에선 분명히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조용히 위로를 건네고 싶다면, 아니,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주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싶다.


지금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이미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안에 있다고, 곧 당신도 피어나게 될 거라고.


#조약돌 #정호승 #비채 #선물하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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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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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말없이 말을 거는 존재들의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말수가 줄었다. 많이 겪어서일까, 아니면 오래 견디며 쌓은 참을 인忍 때문일까. 하지만 말이 없어도 누군가를 이해하고, 오래 바라보는 눈길에도 충분히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항아리》에는 세상에서 비켜난 듯한 존재들이 나온다. 잘못 구워져 버려졌던 항아리, 하늘을 그리워하지만 날 수 없는 나무 새, 서울역 앞의 눈사람들. 누구에게도 특별할 것 없는, 어쩌면 우리 자신 같기도 한 이 존재들이 한 편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다시금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손을 내민다.


어릴 적 읽었던 이솝우화가 날카로운 교훈을 남겼다면, 이 책은 어른이 된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말한다.

"괜찮아, 지금 모습 그대로도 의미 있어." 마치 긴 겨울을 지나 피어난 꽃 봉오리처럼, 그렇게 작고 조용한 위로가 페이지마다 피어난다.


하루가 무겁게 끝나는 저녁, 잠시 책장을 펼쳐 한 편만 읽어도 좋다. 차례를 따르지 않아도, 어느 이야기든 나지막이 말을 걸어올 테니까. 아이에게 읽어줘도 좋고, 지친 친구의 생일 선물로 건네도 좋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을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정호승 시인의 글은 단지 ‘따뜻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다. 그건 마치 겨울 창가에 가만히 스며드는 햇빛 같다.(지금은 너무 뜨거운 여름이지만)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안아주는 온기. 그 따스함 속에서 내 마음의 항아리도 조금씩 다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항아리》는 그런 책이다. 버려졌다고 느끼는 모든 마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조용한 기도 같은 이야기.


#항아리 #정호승 #비채 #선물하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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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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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사랑을 찾아 떠난 물고기 풍경, 그 여정이 내 마음을 흔들다”


정호승 시인의 우화소설 『연인』은 사랑을 찾아 날아오른 작은 풍경 하나가 세상을 돌며 들려주는 아주 조용하고도 울림이 큰 이야기이다. 고요한 문장과 서정적인 상상이 어우러져,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 한켠이 나지막하게 떨렸다. 마치 오래된 풍경 소리를 듣듯이.


이 이야기는, ‘사랑이 변했을까’라는 풍경 푸른툭눈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철제 줄을 끊고 날아오른 풍경은 지리산을 넘어 바다와 도시를 지나며 사람과 동물, 도시와 자연, 삶과 죽음을 마주친다. 그 여정은 낯설지 않다. 나 역시 한때 누군가의 마음을 오해하고, 나를 몰라주던 세상을 등지고 싶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존재의 의심”과 “사랑의 진정성”이라는 주제로 푸른툭눈이 붕어찜 식당에서 도망치고, 낚싯바늘을 피해 저수지로 향하고, 사랑했던 비둘기에게 버림받는 장면들은 아프고도 생생해서, 어느새 저는 그 작은 풍경의 마음에 이입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푸른툭눈처럼 작고 흔들리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흰물떼새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헌신 앞에서, 저는 눈을 잠시 감고 숨을 골랐다. “내가 누군가를 저렇게 사랑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던져졌다. 결국 사랑이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찾아오고, 그 사랑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검은툭눈이 푸른툭눈에게 전한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내가 진정 사랑을 했으면 그것이 곧 성공이야.” p.156

이 문장은 마치 오래전 이별을 겪고 방황하던 제게 보내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사랑이 어떻게 끝났든, 그 사랑이 진심이었다면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림도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답다. 풍경이 흔들리는 처마 끝, 물결치는 섬진강, 어두운 서울역의 밤… 이야기의 감정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각적 서정이 스며든다.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이 책은, 한 권의 동화처럼 보이지만 어른을 위한 깊은 위로의 책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온 존재로서 이 책을 읽었다. 사랑은 언젠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찾아 떠나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연인』은 나의 지난 사랑을 돌아보게 했고, 앞으로의 사랑을 어떻게 품어야 할지 다시금 배우게 해준 책이었다. 이 소중한 이야기를 이 계절, 따뜻한 햇살 아래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연인 #정호승 #비채 #우화소설 #선물하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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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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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지원도서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

눈앞의 세상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너진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야 했다. 황정은의 『작은 일기』는 그런 "살아냄"의 과정을 담아낸 기록이다. 가장 개인적인 글쓰기 방식인 '일기'를 통해, 이 책은 우리 모두가 함께 겪은 시대의 아픔을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불러낸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던 시간. 그리고 그 뒤에도 계속된 모욕감, 무기력, 절망,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작은 일기』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황정은의 글은 언제나처럼 절제되어 있지만, 그 속의 감정은 날것 그대로 거칠다. 마치 살갗을 벗겨낸 자리에 아직 멈추지 않은 피가 흐르는 것처럼 생생하다.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견뎌냈다. 나도, 내 아이도, 거리에서, 광장에서, 군대에서, 집 안에서. 하지만 쉽게 꺼내 말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말문이 막힌 그 시간, 작가는 묵묵히 일기를 썼다.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주어진 몫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말할 수 없어서 썼다"라고, “울 수 없어서 기록했다"라고 고백한다.

이 책 앞에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시간인 것처럼 몸이 반응한다. 나도 그 밤을 함께 보냈고, 나도 추웠고, 나도 누군가의 무사함을 빌며 마음을 졸였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심장이 조여오고 손끝이 저릿하다. 나 역시, 어제의 충격이 오늘의 익숙함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악한 면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결국 다정함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길 위에서 누군가가 건네준 초콜릿 한 개, 미리 계산된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서로를 알아보고 이어주는, 우리가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슬픔을 잊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잠기지 않고, 무기력해지지 않으려는 마음. 세상의 불합리함에 분노하면서도, 여전히 이 세계를 사랑하려는 의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지낸 내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책장을 덮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이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까? 작가는 말한다. “나는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라고. 그 말은, 우리가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끝까지 붙잡아야 할 마지막 감정일지도 모른다.



#작은일기 #황정은 #창비 #가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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