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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 ㅣ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평점 :

☆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작은 존재들이 건네는 단단한 위로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고, 일상과 일 사이를 쉼 없이 오가다 보면,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작은 돌멩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조약돌》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괜찮아, 너는 너만의 무늬를 지닌 존재야.”라고. 정호승 시인의 우화는 나무나 조약돌 같은 낮고, 조용한 존재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이 스며든다. 외로움, 기다림, 두려움, 그리고 사랑. 그건 모두 우리가 너무 잘 아는 감정들이니까. 특히 조약돌 이야기에서 마음이 오래 머문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지는 걸 ‘기회’라 믿는 작은 돌. 그 마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우리 자신을 닮았다. 무언가 되어야만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 그저 존재 자체로도 빛나는 삶이 가능하다는걸, 시인은 조약돌을 통해 조용히 알려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낙타의 이야기다. 기다림이 끝내 이별로 이어질 때, 우리는 상대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살면서 많은 관계의 끝을 경험했고, 그 끝에서 마음이 다 찢겨나가는 아픔도 남았다. 그런 나에게 낙타의 “저기 오아시스가 있다"라고 전하는 말은 이별을 더 이상 슬픔으로만 기억하지 않게 해주었다. 작별에도 따뜻한 방향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이야기는 짧지만 질문은 길다"라는 점이다. 그 질문은 삶의 핵심을 건드린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어떤 빛깔로 여기에 머물고 있는 걸까.
삶에 지치고, 스스로를 작고 희미하게 느끼는 날들에 《조약돌》은 내 안에 남아 있던 봄비 같은 감정을 깨운다. 겉으로는 여전히 겨울 같아도, 그 안에선 분명히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조용히 위로를 건네고 싶다면, 아니,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주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싶다.
지금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이미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안에 있다고, 곧 당신도 피어나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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