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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대한 시론 ㅣ 현대지성 클래식 66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지원도서
“왜 사는가?”를 묻는 당신에게 『시지프 신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중년의 삶은 말 그대로 ‘중간’이다. 젊지도 않고, 완전히 늙지도 않았으며,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서 낯선 주름을 발견하고는, 이제 더는 되돌릴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되는 나이. 아이를 재우고 조용한 방에서 이 책, 『시지프 신화』를 펼쳤을 때 나는 묻고 싶었다. 정말로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 알베르 카뮈는 이 근원적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다”고, 아니, “그렇다고 말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책 속 시지프는 무의미한 형벌을 끝없이 반복하는 존재다. 산 위로 바위를 굴려 올리면, 다시 바위는 아래로 떨어지고, 시지프는 또다시 그것을 끌어올린다. 단순한 형벌처럼 보이는 이 반복 속에서 카뮈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출근하고, 일하고, 돌아와 밥을 하고, 아이를 챙기고, 잠들고. 그렇게 하루가 반복된다. 나 역시도 시지프처럼 살아왔다. 아무런 변화 없이, 목적 없이, 단지 ‘해야 하니까’ 살아내는 것. 그것이 과연 의미 있는 삶인가?
그러나 카뮈는 우리에게 “반항하라”고 말한다. 희망도 아닌, 체념도 아닌, 오직 반항. 그는 신을 믿지 않고도 절망하지 않으며, 삶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무조건적인 긍정에 기대지 않는다. 삶은 본디 무의미하며, 우리는 그 무의미를 알고도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고 말이다.
이 철학은 마치,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아이의 눈동자처럼 정직하고 냉정하다. 아이가 “왜 살아야 해?”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제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어. 하지만 네가 살아가는 순간마다 네가 그 의미를 만들 수 있어. 엄마도 그걸 배우고 있어.”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다가왔던 문장은 이거였다.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행해 보여야 할 인물에게 행복이라는 말을 붙인 카뮈의 이 대담한 선언은, 중년의 내가 삶을 다시 마주하는 새로운 태도로 남았다. 바위는 떨어진다. 관계는 어긋나고, 몸은 지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나는 또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린다. 그 행위 자체가 나의 삶을 만든다.
카뮈는 우리가 종교나 절대적인 진리 대신 스스로의 인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믿음은 허무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사다리가 된다.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무의미를 껴안으며, 그래도 살아가겠다는 ‘반항’의 선언. 그것이야말로, 중년의 내가 이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였다.
『시지프 신화』는 인생의 ‘중간’에 선 이들이, 포기하지 않기 위해 읽어야 할 삶의 연습장이다. 무의미를 안고서도, 끝까지 살아내는 시지프처럼. 그리고 나처럼. 그러니, 바위를 다시 밀자. 눈부신 태양이 아직 저 산 너머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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