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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중국 허난성 태생인 옌롄커(1958년생),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작품이 금서 조치 되어서 중국에서는 읽기가 힘들다고 한다. 중국을 대표하고 외국에선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낯선 이름의 작가다. <일광유년>은 1998년 발표된 작품으로 4년간 집필을 하였는데 요추 부상으로 상태에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바러우산맥의 깊은 곳, 문명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마을 산싱촌에서 대를 이어 벌어지는 죽음의 세월을 기록하고 있다. 산싱촌은 란씨, 두씨, 쓰마씨의 세 성을 가진 주민들로만 구성된 마을이다. 여든 살까지 사는 사람도 있었던 마을이지만 몇 대에 걸쳐 수명이 점점 줄어서 목구멍이 막히는 병으로 마흔 살을 넘기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마을의 촌장이 된 쓰마란은 마을 사람들과 자신을 살리기 위해 먼저 자신의 피부를 팔아 번 돈으로 링인수를 끌어올 수로 공사를 추진하게 된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공사에 동원된 마을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사장에서 영양결핍과 고된 노동으로 다치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드디어 링인거 수로가 개통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고약한 냄새가 나서 링인수는 마실 수 없는 물이었다. 수로가 시작되는 곳은 이미 공장과 집들로 가득했고 물은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이었는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쓰마란의 선택은?
수로 공사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피부를 팔 생각을 했을까? 어린 시절 작은 삼촌의 죽음을 목격한 후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인지 죽음을 피하고 더 살고자 하는 욕망의 광기였을까? 아니면 촌장이라는 작은 권력을 휘두르고 싶었던 것일까? 옛말에 완장 찬 머슴처럼 무서운 게 없다더니 바로 쓰마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쓰마란과 란쓰스가 사랑하는 사이인 줄 알면서도 두주추이는 쓰마란과 결혼을 강행한다. 두 여자 아니 세 명 모두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두주추이는 껍데기만 끌어안고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란쓰스는 사랑하는 사람의 병원비를 벌고자 인육 장사(매춘)를 선택했다.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그 마을에서 남아서 마치 죽음을 기다리며 살았던 마을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중국의 호구제를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살고자 하는 욕망을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쓰마란은 마치 히틀러와 닮아 있다.
960쪽의 벽돌책에 담겨있는 옌롄커의 세계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신실주의(神實主義))을 찾기 위해 반드시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 되었다. 이 한 권 만으로도 외국에서 왜 유명한 작가인지 알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그의 모든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전작주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