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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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는 거머리다. 사람의 살갗에 달라붙는 것. 사람을 먹고 살며, 인간 영혼의 진액을 빨아내는 것. 증오는 사람을 바꾸어 놓으며, 그들의 평화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먹기 전에는 떠나지 않는다. 증오는 거머리가 그러듯 사람의 살갗에 달라부터, 표피 아래로 점점 더 깊이 파고든다. 그래서 피부에서 그 기생충을 떼어 놓는다는 것은 그 살점을 뜯어낸다는 뜻이 되며, 그것을 죽이는 일은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아불루에 대한 형의 증오는 피부 밑 깊은 곳에 박혀 있었다.


형제들은 과연 아불루를 무찌를 수 있을까? 어찌보면 증오는 사랑보다 더 광기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증오심으로 살면 자신도 얼마나 힘든 삶일까? 그래서 가장 큰 복수는 용서하고 내가 잘 사는 것일지도. 증오심으로 사는 건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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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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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가 죽을 날에 새처럼 매일 것이다.

너는 벙어리가 될 것이다.

너는 절름발이가 될 것이다.

네 혀는 굶주린 짐승처럼 네 입에서 비어져 나올 것이며 다시는 네 입속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너는 두 손을 들어 공기를 쥐려 하겠지만 그러지 못할 것이다.

너는 그날 말을 하려고 입을 열겠지만 말이 네 입안에서 얼어붙을 것이다.

너는 붉은 강에서 헤엄칠 것이나 다시는 그 강물에서 떠오르지 못할 것이다.

너는 수탉이 죽듯 죽을 것이다.

아불루의 예언을 듣고야 말았다. 이케나, 어쩌면 좋니? 정말 너의 앞날은 예언자의 말처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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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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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라. 내가 너희들에게 늘 가르쳐왔던 대로, 모든 나쁜 일에서는 뭔가 좋은 것을 퍼 올릴 수 있다. 그 가르침에 걸맞게, 나는 너희들에게 너희가 다른 종류의 어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해주려 한다. 오미알라 같은 더러운 늪의 물고기가 아니라 정신을 낚는 어부가 되거라. 성공하려고 단단히 작정한 사람 말이다. 이번 삶의 강과 바다와 대양에 두 손을 담그고 성공을 거두는 아이들이 되어라.˝

은행에 다니는 아버지가 아들들을 강에서 낚시하는 어부로 키우고 싶지는 않겠지.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 비행기 조종사, 교수, 변호사 같은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겠지. 아~~ 근데 채찍 매질은 너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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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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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속 심실에는 피가 고여 있다. 우리 집의 두 심실-아버지와 어머니-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심실을 찌르면 집 안 전체에 피가 흘러넘친다.

아버지가 욜라로 가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시간과 계절과 과거가 중요해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현재와 미래보다 그것들을 더욱 열망하고 탐하게 되었다.

아빠의 전근명령서는 육남매를 키우는 엄마에게도 청천벽력같은 날벼락이었겠지.

엄마의 독박육아.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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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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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태생인 옌롄커(1958년생),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작품이 금서 조치 되어서 중국에서는 읽기가 힘들다고 한다. 중국을 대표하고 외국에선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낯선 이름의 작가다. <일광유년>은 1998년 발표된 작품으로 4년간 집필을 하였는데 요추 부상으로 상태에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바러우산맥의 깊은 곳, 문명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마을 산싱촌에서 대를 이어 벌어지는 죽음의 세월을 기록하고 있다. 산싱촌은 란씨, 두씨, 쓰마씨의 세 성을 가진 주민들로만 구성된 마을이다. 여든 살까지 사는 사람도 있었던 마을이지만 몇 대에 걸쳐 수명이 점점 줄어서 목구멍이 막히는 병으로 마흔 살을 넘기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마을의 촌장이 된 쓰마란은 마을 사람들과 자신을 살리기 위해 먼저 자신의 피부를 팔아 번 돈으로 링인수를 끌어올 수로 공사를 추진하게 된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공사에 동원된 마을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사장에서 영양결핍과 고된 노동으로 다치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드디어 링인거 수로가 개통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고약한 냄새가 나서 링인수는 마실 수 없는 물이었다. 수로가 시작되는 곳은 이미 공장과 집들로 가득했고 물은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이었는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쓰마란의 선택은?



수로 공사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피부를 팔 생각을 했을까? 어린 시절 작은 삼촌의 죽음을 목격한 후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인지 죽음을 피하고 더 살고자 하는 욕망의 광기였을까? 아니면 촌장이라는 작은 권력을 휘두르고 싶었던 것일까? 옛말에 완장 찬 머슴처럼 무서운 게 없다더니 바로 쓰마란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쓰마란과 란쓰스가 사랑하는 사이인 줄 알면서도 두주추이는 쓰마란과 결혼을 강행한다. 두 여자 아니 세 명 모두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두주추이는 껍데기만 끌어안고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고, 란쓰스는 사랑하는 사람의 병원비를 벌고자 인육 장사(매춘)를 선택했다.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그 마을에서 남아서 마치 죽음을 기다리며 살았던 마을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중국의 호구제를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살고자 하는 욕망을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쓰마란은 마치 히틀러와 닮아 있다.



960쪽의 벽돌책에 담겨있는 옌롄커의 세계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신실주의(神實主義))을 찾기 위해 반드시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 되었다. 이 한 권 만으로도 외국에서 왜 유명한 작가인지 알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그의 모든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전작주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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