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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평점 :
항상 시끄러운 곳엔 영국이 있었다.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1960년대에 독립한 나이지리아는 다양한 부족 간의 갈등과 기독교-이슬람 간 종교 갈등 문제가 심각한 나라다. 1983~1999년 까지 군사독재와 정치혼란, 만성적인 기근의 덫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 1999년, 나이지리아는 군사정권의 민정 이양으로 다시금 민선 정부를 되찾게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치고지에 오비오마의 「어부들」은 1990년대의 나이지리아 서부의 마을 아쿠레에 살고 있는 5남 1녀의 가족 이야기이다. '어부들'이란 제목은 '형제들'을 가리킨다. 전근 명령으로 아버지가 아쿠레를 떠나면서 격주로 오던 발걸음은 점점 뜸해지기 시작했다. 집안을 통제했던 권력자가 사라지자 남은 가족들은 자유로워진다.
장남 이켄나는 동생들과 함께 마을에 흐르고 있는 출입이 금지된 오미알라강에서 낚시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잘못된 일을 하면 교정을 받아야 한다.'라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채찍으로 매질을 당한다. 아이들에게 채찍이라니...
금지된 강에서 이켄나는 미치광이 아불부에게서 "너는 어부의 손에 죽을 것이다."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 예언을 듣고 믿는 순간부터 든든한 형이었던 이켄나는 그 예언을 부정하기도 하지만 동생들 중에서 한 명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두려움에 점점 예민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믿었던 동생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로 무장된 의심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기 시작한 이켄나로 인해 보자와 격렬한 싸움을 하게 되는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리고 두 형을 잃은 남은 동생들은 아불부를 찾아내 복수에 성공하지만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아불부에게도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다. 오래된 가난과 궁핍으로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도둑질을 하다 사고로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아불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아불부와 이켄나의 가족들이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아불부의 예언을 들은 4명의 어부들-이켄나, 보자, 오벰베, 벤저민-은 마치 그 예언을 실현하려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를 참새나 곰팡이로 부르는 애칭이 있을 만큼 믿고 사랑했던 가족들 사이에 예언이라는 의심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 씨앗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실현된 것이다. 6년 후, 벤저민과 남은 가족들은 걱정과 연민으로 서로를 감싸준다. 이 가족에게 아직 희망의 끈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