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독특한 제목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라는 제목의 문학 소설이었다. 문학 소설이라는 타이틀이었기에, 딱딱한 문체와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달콤한 초콜릿에 쌉싸름한 맛이 있을까?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읽어 내려간 책이다.
책 제목이 유난히 궁금하였기에 의미를 해석하자면, 원제목인 ‘Come aguapara chocolate’는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나 상황을 의미한다. 그렇다. 제목의 의미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정말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좋은 감정이든, 그렇지 않은 감정이든 부글부글 끓어오름을 느꼈다. 그게 요리가 됐든.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을 소제목으로 하고 있고, 모두 맛있는 요리의 이름을 붙인 제목이었기에, 책을 읽는 동안 군침이 돌았다. 재료들이 조금 생소한 것도 있었기에 이 재료가 뭘까? 하는 궁금증을 책을 읽는 동안 재료를 직접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여성이었지만, 요리를 하는 공간이 부엌이라는 점에서 여성이 더 많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요리의 주제는 그 요리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부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요리에 중점을 두어서 이야기는 전개되었다. 그래서인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기도 했다.
막내딸 ‘티타’는 요리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요리에 남다른 재능을 타고났기에, 무슨 요리든 척척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맛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부엌에서 태어난 운명이었기에 요리에 두각을 나타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는 부엌에서 하루의 시간을 거기서 보낸다. 잠잘 때만 자신의 방으로 올라오는 것을 빼고는 모든 하루 일과를 부엌에서 보냈기에 그곳에 남다른 사랑을 가지고고 있다. 혹은 자신이 처음 태어난 곳이 부엌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티타의 어머니 ‘마마 엘레나’는 티타를 미워했다. 그래서 그녀를 때리기도 하고, 심지어 티타에게 독신으로 남아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한다는 가족 전통을 이어가야 하는 마마 엘레나의 한마디로 그녀는 마음에 큰 상처를 받는다. 또한, 티타가 사랑하는 남자 ‘페드로’와의 사랑도 이루지 못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티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을 하게 되는 페드로는 언니와 결혼하면서까지 티타옆에 있고 싶었기에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티타는 너무 슬펐지만, 페드로의 사랑은 자신임을 알고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 둘 사이를 아는 어머니는 두 사람을 늘 감시했기에, 둘의 사랑이 더 애절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언니가 임신하게 되었다. 집에는 가족 모두 나가고 없었기에 티타가 아기를 받아야 했다. 처음 아기를 받는 일이라서 걱정을 했지만, 티타는 아기를 잘 받아 냈으며, 언니에게 모유가 나오지 않았기에 자신이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였지만, 먹지 않았다. 그래서 유모를 구했지만, 죽고 만다. 아기 ‘로베르토’를 안던 중 아기가 자신의 모유를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티타는 처녀였기에 모유가 나올 리가 없었다. 그 일은 참으로 신기하였기에 가족 모두에게 비밀로 했다. 그렇게 티타는 로베르토와 페드로, 언니 모두를 사랑했다. 자신의 아이처럼 키웠지만, 어머니의 지시로 언니 가족은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했다. 어머니는 둘의 관계를 알았기에 떨어뜨려 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렇게 떠난 로베르토와 페드로 때문에 티타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고,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던 의사의 도움으로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티타의 사랑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세계 문학 소설이긴 하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문체로 요리라는 주제로 티타의 사랑이야기의 주제를 요리로 이끌어 냄으로써 색다른 전개를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요리의 조리법과 요리하는 모습들이 상상이 되었기에 더욱 달콤한 책이었던 것 같다. 티타의 사랑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이 소설에서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티타의 자기표현 수단이자 사랑과 슬픔과 욕망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인지 티타의 요리가 단순한 요리가 아닌 의미가 있는 요리였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