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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부터인가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심하게 몰입이 되어 버린다. 어릴 적 처음으로 접했던 것이 만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을 통해 애니 만의 또 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살아가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과거든 미래든 어디든 여행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인 것 같다. 그리고 감동 또한 밀려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아닌 책을 통한 그러한 감동이 전해져 온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책 표지에서부터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언가 모르게 끌리는 느낌으로 책을 접했고, 읽어내려 갔다. 책의 첫 느낌은 판타지적은 느낌을 받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판타지 요소보다는 SF적인 느낌을 더 많이 주었다. 미래의 모습과 이야기들이 전개되었으며, 무서움을 주는 전설이야기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진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래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과거처럼 느껴지는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모습들이 묘사된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이지만, 천 년 후라는 시간이 지난 미래라는 배경이 책의 제목처럼 「신세계에서」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현재에서 ‘와타나베 사키’의 과거 이야기로부터 전개된다. 그는 210년 12월 10일, 가미스 66초(한국의 읍에 해당하는 규모)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가 태어날 때 이상한 기후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 대나무에서 꽃이 폈으며,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등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2주 후에 ‘마리아’가 태어났다. 그녀는 태어날 때 미숙아였고, 탯줄이 목에 감겨 위험했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가미스 66초는 일곱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었고, 밖의 세계와 66초 사이에 ‘팔정표식’이 가로막고 있었다. 외부 세계는 요괴나 악령이 있어 혼자 밖으로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요괴쥐, 미래에 있을 법한 호랑이집게, 큰왕털갯지렁이 등 생소한 생물들이 등장한다. 그런 생물들이 등장하면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삽화까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여튼, 책 속에 등장하는 생물들과 인간들은 그 세계에서 등장하는 ‘사토루’, ‘사키’, ‘레이코’, ‘미노시로’ 등 모두 한 반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 이들은 하계 캠프를 떠나게 되고, 과제를 준다. 과제를 하려고 이곳저곳을 가며, 생소한 것들을 보게 되고, 아이들 몇 명이 발들 들여놓지 말아야 할 금지된 곳에 발을 들여놓았기에 신세계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신세계의 균열로 무섭고 두려워하는 존재인 ‘악귀’와 ‘업마’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신세계에서」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통해 이야기는 전개되고,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기에, SF 작품이긴 하지만, 성장 소설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유토피아적인 미래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니, 시골의 풍경이 떠올랐다. 이처럼 「신세계에서」는 미래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런 표현 속에서 과거의 모습들을 회상하게 하는 매력을 가진 소설이었다.
「검은 집」의 작가인 그는 「검은 집」을 공포 소설로 포장했다면, 「신세계에서」라는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유토피아적인 면을 표현했고, 자연과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가 됨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비록 판타지는 아닌 SF라는 장르로 「검은 집」과는 다른 장르의 소설이지만, 「기시 유스케」의 또 다른 상상력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천 년 후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기에 미래의 신세계는 이 소설에서 말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