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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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비트윈: 경계 위에 선 자>는 빠르고 강력하다. 농장에 급작스레 침입한 괴한이 돼지들을 몰살하고 떠난다. 한편에서는 7살 때 사이비 종교 집단생활촌에 어린아이가 끌려 온다. 인간 광우병이라 할 수 있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사람들은 미쳐서 서로를 죽이려 하고, 그럴수록 사이비 종교 집단에 사람들이 밀려든다. 주인공인 윈터는 사이비 종교 집단을 감옥이라 여기면서도 밖에서 생활한 것보다는 안락해서 처음에는 그곳을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매그너스라는 사이비 종교 집단 교주는 윈터의 언니와 결혼하게 되고, 윈터는 자괴감에 인터넷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 검색한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이름은 신 천국 인터내셔널이고 교주인 매그너스는 아담을 자처하면서 젊은 여성에게 접근해 성폭행을 저지른다. 그녀는 자신이 매그너스의 성폭행에 의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언니를 구하려 하지만 이 종교를 탈출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밖에서는 나날이 전염병이 심해지고 사람들은 더 내부로 몰리게 되는데... <라인 비트윈:경계 위의 선자>의 매력은 세계관 설정이 탄탄하고, 이 세계관 아래에서 살 떨리는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전반부까지는 시큰둥하게 읽다가 중반부부터는 복선들이 풀리면서 생기는 카타르시스에 정신 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아마 할리우드에서 곧 판본을 사가지 않을까 싶은 책으로, 장르 소설로는 최적의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코로나 이후를 비평하는 역할이 있는데, 코로나 이후에 우리는 서로를 겉으로는 믿을 수 없게 된 점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사이비 종교를 그것과 연결해 실은 아군인 줄 알았던 사람이 적이고, 가족은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작가가 전염병의 역학 과정에 대해 얼마나 조사했는지 작가 노트에 드러난다. 사이비 종교의 설정이 조금은 더 실존적이고, 인물의 갈등이 더 깊었기를 바랐으나 이 정도로 만족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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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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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은 틴에이지물이다. 다만, 할리우드의 틴에이지물이 지니는 환상들을 소거해나가면서 쓴 것이다. 밤새도록 계속 이어질 듯한 파티, 첫사랑, 쿨내 나는 관계와 팽팽한 긴장감이 없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에, SNS 시대에 그러한 세계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MZ세대의 틴에이지물이 어찌 쓰이는지를 잘 형상화한 책이다. 이 책은 우울하면서도 유머를 곁들이면서 10대들의 삶을 감싸려고 한다. SF 장르물의 외피를 지닌 책이지만 SF 설정들을 걷어냈을 때 지금 10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남는다. 앞으로 절망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밈으로 아득바득 버티는 세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안전하다 여기는 세대, 그리고 나가 아닌 누군가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세대. A.I와 친구로 지내는 세대. 


이 책은 스토커이자 방화범인 아버지를 피해 캣넷으로 숨어든 주인공을 다룬다. 문제는 아버지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방식이다. 아버지는 계속 뉴스에 등장하지만, 그 뉴스가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다. 이 시대가 포스트-트루스라 불리는 시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아버지는 실제 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가 처한 진실에 대한 불안을 상징하는 인물일 수도 있다. 무엇도 알 수 없는 시대라서 인간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온라인 상으로 누군가와 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내비친다. 흑인 혐오, 여성 혐오 등 우리 세대의 문제에 절망하기보다는 그것들을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공유하고 위로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장르적으로도 재밌는 책이지만 10대에 대한 사변적인 사고실험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이라서 유의미하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스릴러와 SF, 청소년 소설을 결합하는 작가의 솜씨는 훌륭하고, 책 편집이 깔끔한 편이라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동아시아 서포터즈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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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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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번역이고, 구성도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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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arthian Tales 어션 테일즈 No.1 - alone
김보영 외 지음 / 아작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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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 하루만에 다 읽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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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뉴엘 - 마지막 숨결 현대 예술의 거장
루이스 부뉴엘 지음, 이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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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뉴엘의 팬이라 하더라도, 책이 이리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그의 급진적인 영화 뒤편에 숨은 서정성들이 일렁였고, 이것이 오로지 기억만으로 쓰인 회고록이라기에는 모든 일들이 생생하다. 이만큼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예술을 하더라도 성공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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