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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평점 :
<캣피싱>은 틴에이지물이다. 다만, 할리우드의 틴에이지물이 지니는 환상들을 소거해나가면서 쓴 것이다. 밤새도록 계속 이어질 듯한 파티, 첫사랑, 쿨내 나는 관계와 팽팽한 긴장감이 없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에, SNS 시대에 그러한 세계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MZ세대의 틴에이지물이 어찌 쓰이는지를 잘 형상화한 책이다. 이 책은 우울하면서도 유머를 곁들이면서 10대들의 삶을 감싸려고 한다. SF 장르물의 외피를 지닌 책이지만 SF 설정들을 걷어냈을 때 지금 10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남는다. 앞으로 절망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밈으로 아득바득 버티는 세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안전하다 여기는 세대, 그리고 나가 아닌 누군가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세대. A.I와 친구로 지내는 세대.
이 책은 스토커이자 방화범인 아버지를 피해 캣넷으로 숨어든 주인공을 다룬다. 문제는 아버지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방식이다. 아버지는 계속 뉴스에 등장하지만, 그 뉴스가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다. 이 시대가 포스트-트루스라 불리는 시대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아버지는 실제 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가 처한 진실에 대한 불안을 상징하는 인물일 수도 있다. 무엇도 알 수 없는 시대라서 인간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온라인 상으로 누군가와 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내비친다. 흑인 혐오, 여성 혐오 등 우리 세대의 문제에 절망하기보다는 그것들을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공유하고 위로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장르적으로도 재밌는 책이지만 10대에 대한 사변적인 사고실험 보고서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이라서 유의미하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스릴러와 SF, 청소년 소설을 결합하는 작가의 솜씨는 훌륭하고, 책 편집이 깔끔한 편이라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동아시아 서포터즈 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