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 일본 우주 강국의 비밀
쓰다 유이치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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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간 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책이다. 지상과 우주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과학 블록버스터, 일본이라는 우주강국의 비밀이 담겨 있는 위성발사체 '하야부사'에 대한 호기심에 이 책을 펼쳤다.


하야부사는 소행성 탐사선이며 본래 목적은 별의 부스러기를 가지고 돌아오는 기술, 즉 표본 회수 기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구에서 달보다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표본을 채취하고 회수해온 일은 하야부사가 세계 최초라고 하니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하야부사와 하야부사2는 계획 수립 측면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하야부사는 공학 실증 미션으로 기획됐고, 하야부사2는 소행성 탐사 미션으로 기획됐다는 점이다.(33쪽)


2011년 5월 하야부사2 프로젝트 팀이 정식으로 출범했고 2014년 12월이 발사 예정이었다. 대형 프로젝트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맞닥뜨리기 마련이었고 이 책에는 하야부사2의 개발에서 발사까지의 과정이 총망라되어 있다. 매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다. 과학도들, 우주선 탐사에 관심 있는 이과생들의 관심을 끌만한 서사들이 시간순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과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지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작가는 기술적인 내용이 집중 설명되고 있는 부분은 스킵 하면서 읽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미지의 세계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야부사2 성공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프로젝트 출범부터 로켓 발사까지 주어진 시간은 3년 6개월. 통상 5년 걸리는 위성 개발 기간보다 훨씬 짧았고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온갖 노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92쪽)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도전했던 일이 의무가 되어 버리면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작가에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도전의 과정도, 고난도, 성공도, 그리고 실패까지 숨김없이 드러내야 비로소 의의가 있고, 그러자면 도박은 하지 않아도 도전을 끊임없이 하는 팀 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125쪽)는 것이다. 긍정적인 팀 문화 덕분에 하야부사2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션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귀중한 우주비행 기회를 유감없이 활용하기 위해,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 연구하고, 최대한 즐기자.

그런 정신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하야부사2팀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75쪽)


하야부사2 목적지인 소행성 이름은 공모 결과 '류구'이다. 소행성에 이름 붙이는 것은 관행이다. 류구는 7000 넘는 응모작 가운데 위원들의 논의와 조사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류구의 형태를 가장 알기 쉽게 표현하는 단어는 '주판알'이고 소행성 전문가들은 학술적인 표현법에 따라 팽이형이라 부른다고 한다. 류구는 인류가 방문한 첫 팽이형 소행성(169쪽)이라고 하니 경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야부사2만의 놀라운 성과는 또 하나 있다. 한 천체에 두 번 이상 착륙할 수 있는 탐사 시스템은 공학적으로도 인류가 단 한 번도 규현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 일을 생채기 하나 없는 하야부사2가 실현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회는 수십 년 안에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일본 우주과학 미션 가운데 기술 수준을 수십 년 이상 진화시킬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고 하니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류구 탐사로 인해 공학 기술 관점에서 세계 신기록 7개 수립이 가능했다고 한다. 하야부사2가 밝혀낸 여러 가지 과학 데이터는 소행성의 일생, 더 나아가 태양계 역사의 신비를 풀 새로운 열쇠가 되었던 것이다.


하야부사2가 보여준 류구의 세계는 많은 과학적 지식을 안겨 주었고,

과학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류구에 도착해 탐사 상황을 전파로 알려줬을 뿐인 현 단계에서도

이만큼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주었으니 류구의 표본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우리 인류에게 무엇을 안겨줄지 자못 기대된다.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260쪽)


하야부사1호기는 소행성 표본으로 가는 길을 열어놓은 선구자였고 하야부사2는 당당하게 소행성 표본 회수라는 세계를 열었다. 하야부사2 프로젝트팀은 앞으로 더 놀라운 탐사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고, 우주공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미지를 향한 그들의 도전은 기초과학을 진전시키는 효과를 얻었고, 인류의 과학적 사고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야부사2가 류구를 떠났을 때 어떤 프로젝트 멤버가 이런 소회를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미션은 너 나 할 것 없이 '내가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라고 여길 미션이구먼". 이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작가 츠다 유이치는 그 말에 눈시울이 시큰했다고 한다. 그가 만들고 싶었던 팀, 꿈꾸던 팀이란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여길 수 있는 팀' 바로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일본 전역을 환희로 이끌었던 하야부사2 프로젝트의 성공 서사를 보면서, 극단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최첨단 기술과 더불어 최고 팀워크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독자들이 하야부사2의 성과를 즐기면서, 완벽했던 팀워크의 감동을 느끼면서 우주탐사의 대장정 속으로 함께 걸어가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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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상처 - 오늘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선생님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심리학, 최신 개정판
김현수 지음 / 미류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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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선생님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심리학서"라는 책 소개 글이 마음을 움직였다.

교사들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교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은 자주 하소연을 한다. 정년퇴직까지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아이들로부터, 학부모로부터, 상급 관리자로부터 받는 상처가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잃게 만든다고.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던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로 교사들에 대한 대우는 좀 달라졌을까?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 궁금증과 걱정과 씁쓸한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정신과 교수 김현수가 교사들로부터 직접 들은, 그들이 받은 상처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제도로부터, 철학으로부터, 관계로부터 받은 교사들의 상처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육 제도나 시스템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7쪽)이 안타깝다. 시스템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일은 여전히 요원한 일인지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가운데 개개인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지켜내야만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교육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전반이 그러하다. 슬픔이 차오른다.

교사들은 명백히 감정노동자이다. 무방비 상태로 무자비하게 휘두루는 상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보호막이 없다. 그들은 상처받을 걸 뻔히 알면서 교사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엄하게 가르쳐야 하는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도 모른체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체벌의 수위에 따라 자칫 아동학대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기에 늘 두려움과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게다가 교사를 무력하게 만드는 스몰 트라우마 역시 위협적이다. 동료 교사들이 무심코 하는 말, 관리자들이 혼내는 말,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말,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부리는 투정 등이 교사에게는 다 스몰 트라우마가 되어 상처를 남긴다(54쪽)는 것이다.

교사와 아이들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이라는 배에 함께 올라탄 공동체(58쪽)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상호 간에 라포가 형성되어야 한다. 교사와 아이들 간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고, 교사가 아이들의 이로운 결정을 돕는 협력자라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없다.

아이들과 교사가 진리를 중심으로 만나 함께 뭔가를 깨닫고 공감할 때, 혹은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동시에 공명하는 경험을 할 때, 이때도 교사와 학생에게는 치유가 일어난다. 그리고 교사는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수업 안에서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실현되었음을 깨닫게 된다.(170쪽)

교사들이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교사 동료들 간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들 스스로가 미래의 불을 지피고 나르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그 불씨를 동료 교사들과 나눠 가짐으로써 스스로 존중받는 집단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교사들도 자기 고백과 자기개방을 해야 한다.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힘들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상처로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혼자만의 동굴 속에 갇혀 체념하지 말고, 동료 교사들과 연대해서 함께 빛을 향해 걸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복원할 수 있는 힘을 함께 키워나가는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성장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혼자 있지도 말고, 동료 교사를 혼자 두지도 말라'라는 조언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깨지고 상처받지만 또 치유받기도 한다. 행복에서 불행으로 갔다가 불행에서 다시 행복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복원할 수 있는 힘, 지금 우리 교사들에게는 이런 힘이 필요하다.

(245쪽)

무엇보다도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교사, 위로가 필요한 교사, 학생, 부모, 관리자로부터 무시당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더불어 교단에 오르는 일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교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교사들이 하루하루를 무시당하는 느낌과 싸운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교사로서의 삶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앞에 위축되지도 말고, 교사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의 벅참과 참다운 배움이 이루어지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무수히 다짐했던 순간들을 복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단에 서있는 교사는 아이들로부터 환대 받아 마땅하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바른길을 알려주는 교사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조건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깊은 유대관계가 맺어지는 학교를 기대해 본다.

행복한 교사 십계명 중 첫 번째 명제인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교사 자신이 행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교사와 함께하는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하려면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교사가 행복하려면 변해야 한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마음, 건강, 유쾌함, 수업 준비, 연대할 동료가 필요하다.(264쪽)'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임은 분명하다.

오늘도 교사들은 꿈을 꾼다. 교사로서 자기 정체성을 충분히 실현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 교육 제도가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꿈,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쉼터가 여기저기에 있는 학교였으면 좋겠다는 꿈, 입시를 위한 성적이나 진도에 구애받지 않고 내 나름대로 교육 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하고 싶다는 꿈,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는 꿈,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꿈..... (266쪽)

행복한 날도 있고 불행한 날도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작은 행복은 매일 필요하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역시 작은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나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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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말
후지데라 쿠니미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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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애니메애션 <귀멸의 칼날>속 캐릭터의 52가지 명대사 속에서 찾아낸 '꺾이지 않는 강하고 단단한 마음'이 담긴 명언을 모아놓은 책이다. <귀멸의 칼날>이라는 만화를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깨닫고 감동하고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귀멸의 칼날>을 좋아하는 독자 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책 속 캐릭터들을 처음 접한 독자들 모두 책속 캐릭터들에 더욱 공감하고 애정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애니메이션을 전혀 접하지 못했던 필자이지만 만화 매체가 가진 짧은 말 한마디가 우리 삶과 이렇게나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서 감탄하면서 읽었다. 이 책의 저자 후지데라 쿠니미츠는 '동서고금의 명언 모으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이 책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켜 주는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가 마음에 콕콕 들어와 박히는 문장들로 인해 마음을 가다듬고 오랫동안 곱씹으며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행복 상자에는 정해진 용량이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 너무 많으면 구멍이 뚫리고, 그곳으로 행복이 새어나가서 항상 부족해집니다. 반대로 원하는 것이 너무 적으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조금씩 행복을 채워나가야 합니다.(28쪽)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것 같고, 나만 불행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에게 주어진 행복의 총량을 조금씩 채워간다는 마음으로 여유있게 삶을 즐기는 태도가 중요할 것 같다.

입을 다물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이 없어도 자신의 힘이 누군가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아도,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이나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이 있다면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64쪽)

생각해보면 남들보다 조금은 잘하는 무언가가 한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소소한 재능이라도 나만의 강점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건 무얼까?'생각해보니까 '한번 마음 먹은 일은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것'인것 같다. 어떻게 보면 매우 쉬운 일인것 같지만, 결코 쉽지는 않다.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전이란 지금의 나보다 활실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 도로 밀리기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언젠가, 언젠가'라는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합니다. 당신이 일어선 횟수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116쪽)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한번도 걸어가지 않았던 길을 걷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어쩌면 고통스러운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경험과 지혜들이 미래에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나 역시 여러번 쓰러지고 실패했던 경험이 있지만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힘들거나 괴로울 때는 누군가에게 순순히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면 됩니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상대를 믿는 강한 마음이 있는 사람만이 순순히 손을 내밀 수 있으니까요.(146쪽)

힘들때 힘들다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약한 사람으로 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무조건 믿어주는 사람,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는 용기내서 말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마음을 보여주면 상대방도 마음을 보여주지 않을까? 어쩌면 그 사람도 나의 도움이 필요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생각들을 했다.

만약 당신 곁에서 소중한 사람이 절망하고 있다면, 냉정하게 말해주는 사람과 다정하게 위로해주는 사람 중 어느 쪽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지 생각해보십시오. 절망에 짓눌려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여유로움을 나눠주어서 절망을 가볍게 해주세요. 소중한 사람이 인간의 마음을 잃이버리고 혈귀가 되지 않도록.(163쪽)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 사람 역시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일테니까.' 말 한마디를 건네더라도 온기를 담아 다정하게 건네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다정한 말은 더 다정한 말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내가 살아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만약 당신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있다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바랍니다. 당신이 지금 살아있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221쪽)

오, 도전, 행복, 우정, 용기 등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자신에게 꼭 필요했던 말을 분명히 하나라도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보다 조금은 단단해져 있는 자신과 조우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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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새소설 15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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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설 작가님과 만난 첫 번째 책은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이었다. 가족이라는 혈연공동체의 족쇄에 발이 묶인 한 여성의 숨 막히는 일상들을 정밀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간결하면서 힘 있는 김이설 작가의 문체는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했다. 김이설 작가와 다시 조우하게 해준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를 펼치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내 이야기 같아서'

이 책에 등장하는 미경, 정은, 난주는 75년생 동갑내기 친구이다. 세 친구 중 미경의 직업은 공공도서관 사서이며 싱글이다. 필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자 세명이 등장하고, (직업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없지만) 필자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싱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인물이 서사의 한 꼭지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특별한 끌림이 있었다.

과거 미경의 강릉, 정은의 강릉, 난주의 강릉이 가진 의미는 제각각 달랐다. 끝끝내 고백하지 못한 강릉도 있었고, 다 같이 기억이 사라진 강릉의 밤도 존재했으며,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허무의 순간에 찾았던 혼자만의 강릉도 있었다. 그 모든 강릉이 25년 만에 그녀들로 하여금 다시 강릉을 찾게 한 이유였을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20대를 함께 보낸 뒤 25년 만에 떠난 강릉 여행에서, 그녀들이 고백하고 사과하고 화해하며 보낸 시간들에 뜨겁게 공감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 이후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갔기에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공백의 심연이 깊은 듯 보였다.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상처받은 미경, 일도 연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함에 패배감을 느꼈던 정은, 육아에만 전념하느라 세상 돌아가는 일에서 배제된 채 아줌마로 전락했다고 느낀 난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의 추억과 현재의 고통을 필터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들의 찰나의 우정에 읽는 내내 안도했다. 50대 언저리에 강릉의 금은방에서 우정 반지를 나눠 끼고, 원 없이 술과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던 새로운 강릉이 그녀들을 또다시 살게 할 거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세 친구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 한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찬란하게 아름다웠지만 이십 대인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갔다 이내 복귀했다. 풋사랑에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아파했던, 졸업을 앞두고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해했던, 아무런 준비 없이 사회에 내던져진 채 방황했던 한 시절이 소환되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십 대는 그냥 이십 대인 것만으로 힘든 거야.

(197쪽)

어느덧 '하여간 그렇대. 우리 나이가 한참 늙느라 바쁜 나이래. (149쪽)'라고 말하는 나이가 된 지금, 세 친구들에게 '강릉'이 그러했듯이 그저 그리운 한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감당할 수 없는 마음들이 켜켜이 쌓여 쿵 하고 내려앉을 때,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자 결국 거기밖에 없는 곳이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다 물속에 가라앉고 싶은 마음이 아닌, 모래사장에 앉아 여유롭게 파도와 바람을 느끼며 생기를 가득 채우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 물론 그곳이 강릉이어도 좋겠다.

그저 그리운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혼자여서 꽉 차는 곳.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자, 결국 거기밖에 없는 곳.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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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 공감부터 설득까지, 진심을 전하는 표현의 기술
정문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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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써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정문정 작가가 산문집 <더 좋은 곳으로 가자>에 이어 또 한 권의 새로운 책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로 돌아왔다. 작가의 첫 책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전국 모든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출간 5년 만에 50만 부 이상이 팔린 의심할 여지 없는 베스트셀러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는 그 책의 실전편이라고 하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무례한 사람을 수도 없이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 감정의 동요 없이 세련된 방식으로, '선 밟으셨습니다.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 주리라는 기대로 책을 펼쳤다. 자신의 기분을 정확히 전달하면서 할 말은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연습들을 해야 할지 작가가 알려주는 팁들이 궁금했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말을 부드럽게, 글은 선명하게'라는 주제로 오해와 왜곡 없이 생각과 진심을 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2부에서는 '공감은 영업인처럼, 설득은 과학자처럼'이라는 주제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고 마지막 3부에서는 '분노는 우아하게, 거절은 단호하게'라는 주제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귀띔해 주고 있다.

말은 감성의 영역, 글은 이성의 영역

1부에서 다루고 있는 말과 글의 차이가 매우 인상적이다. 글을 잘 쓴다고 무조건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작가님의 강연회를 보고서 '이 작가님은 앞으로 강연은 하지 마시고 글만 쓰셨으면 좋겠다'라는 개인적 바람을 가졌던 적도 있다. 말과 글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 말은 즉시성과 현장성이 있어 폭발적인 에너지가 발생하지만 금세 휘발됩니다. 반면 글로는 말이 닿지 못하는 심도 있는 논리를 차분히 세울 수 있죠.(21쪽)'라고 명확하게 차이점을 설명한다. 또한 말하기는 공감과 배려가 최우선이지만, 글쓰기는 얼마나 논리정연하고 정돈된 문장으로 쓰였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장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복함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동료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려고 하다가 감정이 포함된 뾰족한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차 하고 수습하기에는 늦었다. 이미 동료의 표정에서는 불쾌감이 스친다. 반면에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게 쓴다는 이유로 주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길고 장황한 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 '말은 부드럽게, 글은 선명하게 '라는 원칙만 지킨다면 좀 더 세련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은 좀 더 감성의 영역에 가깝고, 글은 이성의 영역에 가까운 듯하기도 해요.

(28쪽)

연결되기 바라는 간절함

관계를 지속하는 데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지식과 정보 전달에만 주력한다면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내 방식대로 판단하고 결론냄으로써 결국 사람을 잃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작가는 '표현을 잘한다는 건 그저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 듣는 평가가 아닙니다. 속마음을 마치 들여다보듯이 말해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86쪽)라는 말로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는 네 마음을 알아"가 아니라 "네 마음이 어떤지 궁금해"라고 진정한 관심을 보여주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처한 상황은 비슷하더라도 개별적인 경험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조금 투박하게 표현하더라도 진심은 전달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군더더기 없이 화려하고 완벽한 문체이지만 감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소박하고 단순한 문장이지만 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의 핵심 역시 '진심'의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닐까.

위로의 핵심은 디테일한 표현력에 있는 게 아닙니다.

비루한 표현이라도 쌓이고 쌓여 언젠가 연결되길 바라는 간절함에 있습니다.

어떻게 조언하느냐보다 얼마나 집중해서 들어주느냐가 중요하고요.

(124쪽)

최악의 상황에서 품위를 유지하는 법

무례하고 말하고 매너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품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잘못된 일에 대해 제대로 해명을 요구하지 못하고, 올바른 사과를 받아내지도 못한 채 속으로만 삭이다 속병이 들었다는 사람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화병'이 그것이다. 또한 거절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거절할 용기가 없어서 피폐해진 정신 상태로 몇 날 며칠 고민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거절'은 다만 행위에 대한 거절일 뿐인데 상대방(사람)에 대한 거부인 것처럼 받아들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명확히 거절 의사를 밝히고, 거절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사람과 상황을 분리함으로써 상처받지 않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수 있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른으로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일은 마음 관리와 언어 관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둘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언어를 잘 다룰 수 있다면

마음도 잘 다룰 수 있습니다.

(228쪽)

<다정하지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는 부드럽지만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 상대방과 나의 존엄을 지키면서 품위 있는 언어로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교양 있는 어른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시끄러운 세상에서도 '다정함'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힘 있는 책이다. 많은 독자들이 친절함을 기본으로 하되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현실적인 조언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일과 관계에서 성장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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