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열차에 타시겠습니까?


일요일 아침 나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어린이였다. 언니 옆을 몰래 빠져나와 살금살금 할아버지방으로 건너가 식지않은 아랫목을 차지하고 티비를 틀면 꼬마유령 캐스퍼를 볼 수 있었다. 그 혼자만의 유희를 나는 꽤 오랜시간 간직했다.


은하철도999는 사실 어린애들이 보기엔 다소 철학적이다.


작가들이 번갈아 하는 자신들의 이야기에 굳이 은하철도를 넣은 이유는 자신들이 은하철도999의 덕후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메텔과 철이가 도착하는 별마다 살아가는데에 어려움과 외로움 소외감등등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경유지에 도착하면 대충 꿰매놓았거나 모른척 덮어놓았던 상처들이 터지고 파헤쳐져서 도로 아프고 쑤신다.
아 괜히 봤어. 안보면 저절로 나아서 없어져버릴 것을.
아니다. 그건 사라진 게 아니고 잠시 잊힌거다.

벌어져있는 상처에 소독약을 뿌리고 곪은것을 긁어내고 습윤밴드를 잘 붙여주어도 남는 흉터를 무작정 덮어두고 방치하면 안되잖아.


M과 P가 운행하는 열차를 타보자.
그들과 비슷한 시기의 어린시절을 보냈다면 효과는 더욱 클 것이고 그렇지 않다해도 분명 얻어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슬픈, 애틋한, 그리운 어린시절과 그라고 감추고 싶은, 추억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흑역사들이 있을테니까.
열차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얘기를 마구 해버리자. 울고불고 욕하고화내도 어차피 열차에서 내리면 바이바이 사요나라 짜이찌엔 아디오스 안녕이니까.


나는 어린시절의 흉터를 본다.
깨끗하게 아물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흉터인지도 모를만큼 예쁘고 앙증맞다.
추억이란 그런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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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별사탕을 알아?

일본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별사탕은 건빵 안에 들어있는 부속품이다. 쬐끔만 먹었을 때 맛있지만 많이는 먹지못하고 멀리서 보면 예쁘장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악한 설탕덩어리.


미카엘라의 애정이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과연 미카엘라는 자신 말고 누구를 사랑했을까? 사랑 말고 다른 것이 사랑보다 못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말로 자신을 위안한들 그건 정신승리에 불과하다.


사와코와 미카엘라 다쓰야와 다부치 아젤렌과 파쿤도, 하나같이 다 나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그러나 더 나쁘고 덜 나쁘고를 나는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은 순전히 내 기준에 부합한 것이고, 가장 나쁜 사람은 이미 언급했으니 나름의 순서를 정하는 것은 솔직히 의미가 없다고 여겨진다.


한사람에게 바쳐지는 마음, 순도 높은 사랑이든 잠시 호기심에 지나가는 관심이든 종류에 상관없이 그것을 확인하고싶은 것은 기실 사람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욕구이지만 마음을 주고, 받는 두 사람이 아닌 타인이 확인해본다는 것은 월권임을 지나쳐 무례고 기만이다.

사와코는 미카엘라에게 더는 안 돼. 라고 말했고,


미카엘라는 듣지않았다.


약속이라는 말로 사와코를 죄책감에 빠트렸고, 침묵이라는 무기로 사와코를 의심하게 했으며 마지막엔 티켓을 받으며 웃었다.
그것으로 미카엘라가 끝내 얻고싶었던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때 그 곳에 존재했던 자기 자신이란 생각을 끝끝내 떨치지못했다. 강박적 절제로 그때의 몸을 유지하고 공유하지 못한 (실제론 했으나 하지못했다고 여겨지는)다쓰오를 여전히 갖고싶어하는 것도 그때 그 시절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졌다면 과해석일까?

딱한 것은,
결국 다쓰오가 열망하고 사랑하는 것은 단 한명 뿐이고, 미카엘라는 아젤렌이 말했듯 끝내 제대로 사랑받지 (또 사랑하지)못할것이라는 확신이다.


우리나라의 막장월드라는 아침드라마에서도 너무 과하다 여겨질정도의 막장을 이토록 담담하게 쓸 수 있다는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힘이다. 그 어떤 밀실 살인과 숨막히는 추격전에서도 느끼지못한 서스펜스를 참혹한 불륜이야기에서 느끼다니. 에쿠니가오리의 힘이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는 바다.
아 이제 불륜과 자극적인 소재는 그만두고 냉정과 열정 사이로 돌아와. 라고 해도 나는 에쿠니가오리를 끊지못할것이다.


거짓말같은 이 이야기속에서 단언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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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고독이 키워낸 화가, 뭉크


마치 신이 예술가를 빚고 세상에 태어나게 할 때 너에겐 재능만큼의 시련을 주겠노라 하고 선언한 듯, 내가 알만한 예술가들은 전부 시련에 달달 볶였고

뭉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머니의 이른 죽음과 연이은 누이의 죽음
아버지의 엄한 교육 병약하게 태어나 늘 죽음과 맞닿아 있던 몸.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 뭉크도 그것들을 비료삼아 많은 작품들을 탄생시킨다.

그알못이라
뭉크하면 떠오르는 그림이라곤 절규와 절망뿐이고,
그 그림에서 비롯된 오해인것이
뭉크가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단명했을 것이라 짐작했는데
뭉크는 정말 많은 작품들을 남겼고, 심지어 80세까지 살았단다.(골골80이란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로다) 모르고 있던걸 알았을 때의 놀라움이란!

"나는 예술로 삶과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 그림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P.220


작가는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쓴다. 생각이란게 없으면 사실 껍데기나 마찬가지일 것이며 그것은 화가도 마찬가지 아닐까?
기술적으로 훌륭하거나 혹은 사진을 찍어낸듯 정교하게 그린 그림은 순간의 감탄을 자아낼수 있을지 모르나 가슴에 오랫동안 남지는 못한다.
그리고 고백하건데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분파나 사조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그런건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건 뭉크의 그림 두어점이 내 뇌리에, 가슴에 또렷하게 각인 되었다는 점이다. 뭉크의 감정히 고스란히 전이 되는 기분에 오랫동안 그 페이지를 떠나지 못했다. 뭉크가 바랐던 것이 이런것일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여전히 나는 그알못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혼을 품고 그린 그림앞에서 순수하게 경탄하는 내 무지가 나쁜것이거나 화가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열린 문을 들어서는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므로.


아픈아이를 다시 한 번 본다.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옆사람을 보는 표정이 그렇게 슬퍼보이지 않는다.
고통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파란 하늘을 노니는 새가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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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복 : 공리주의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4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정미화 옮김 / 이소노미아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밀아저씨는 19세기사람이며,
그때의 시대적배경으로 생각하므로 지금 이시대에 당연하다 여겨지는 것들도 그 시대엔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길 바란다.


공리주의란
학생때 다 배웠을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원칙으로 한다.
나는 이것이 이 세상사람들이 모두 행복할 순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고 믿고있다.

사실 세상사람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행복할 수는 없다. 아무리 낙관론적인 밀아저씨라도 이 말을 부정키는 어려울 것이나,

행복이란 것의 기준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이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고통이 없는상태.


음식을 남기는 아이들에게 흔히 말한다. 네가 지금 버리는 음식이 없어서 저 멀리에선 굶어죽어.
이 말은 음식을 남기는 아이들에게 하는 훈육이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식량도 없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기억하라는 말과도 같다.


나의 행복을 추구하고 생각할 때,
내가 무언가를 덧없이 쓰고 버릴 때,
내 고통을 이겨내려 무던히 힘쓰고 애쓸 때.
더불어
타인의 행복과 빈곤과 고통을 생각한다면
공리주의의 실현이 꿈만은 아니겠다.


밀아저씨의 말이 어렵고, 이해가 안되고, 가끔 신경질이 날것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읽고 생각하길 바란다.
2세기전에 땅에 묻힌 사람의 말은 생각보다 현재와 밀접하고,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출판기획과 번역실험을 하면서 멋지게 춤을 출 이소노미아와 함께 저도 춤을 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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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최대환 지음 / 파람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최대환 #당신이내게말하려했던것들 #파람북
#아독방 #아독방서평단 #아직독립못한책방 #에세이

아주 간혹 책이 나를 선택한다고 밖에 설명하지 못할 일이 일어나곤 한다. 내가 서점에 가거나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른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 어떤 계기로 나에게 올 때 나는 책이 나를 간택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최대환신부의 아주 사적이고 어쩌면 사소한 영화, 책, 음악에 대한 감상문이며 세상을 향한 애정이고, 신께 드리는 경배이다.

클래식을 잘 몰라서, 언급하는 책들을 하나도 안 읽어서, 영화는 너무 본 지 오래되서 검색해 들어보고, 읽어보고 싶은 책을 메모하고, 영화에 대한 기억을 되새겨보다가 나는 불현듯 깨달아진 것 같다.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을.

내가 지나쳐온 수많은 시간, 또 앞으로 겪을 많은 일들이 아무렇게나 소비되어 뒤로 흩어지는 나날들이라도 어느 순간은 감사했고, 소중했고, 퍽 아름다웠을 기억이며 미래에도 그럴것이라고.

예컨대 멋진인생이란 영화를 생각하면, 겨울마다 보았던 뮤지컬 스토르 오브 마이라이프가 생각날 것이고, 극장을 나섰는데 들어갈 때는 없었던 눈이 소복히 쌓여있던 환상적인 반짝임이 떠올라 기뻐진다는 걸.

지금도 그런 순간들이 켜켜이 쌓이고 있을 것이다.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우리의 보석은 아마 그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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