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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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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9,120원, 킬로그램당 150원.
정인의 세상에선 모든 시간과 무게에
돈이 붙는다. 다른아이들도 그럴까?
2박 3일에 354,260원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태주도 알까?
20페이지

중학생이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귀하고 그나마도 일주일에 3일만 할 수 있다. 부러 느릿하게 걷는 걸음은 폐지를 탐색하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화요일과 목요일, 정인의 반나절은 고작 1,050원어치다. (P.19)’

수학여행비를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선생님의 제안에도 단 한 번 뿐인 여행을 갈 수 없는 건 수학여행에 드는 돈은 수학여행비만이 아니기 때문일 거다. 수학여행을 간다는 선택은 정인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선택지, 간다 안 간다라는 보기만이라도 갖는 것이 바람인 정인의 앞에 밤처럼 어둡고 초콜릿처럼 매혹적인 고양이가 나타난다. 만약을 선택을 하면 모든 것을 이루어 진다고, 선택을 할 수 없었던 정인에게 그 유혹의 말은 ‘스토롱 핫초코’보다 더 강력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오늘 저녁은 라면밖에 없는 삶, 아끼고 아껴도 결국 텅 빈 찬장만이 남는 삶에서 진열장 가득한 한정판 에어맥스(태주가 귀한 줄도 모르고 구겨 신는), 생전 처음 타보는 비행기(그것도 퍼스트 클래스), 좋아하는 아이와 단둘이 나누는 대화 같은 상상의 세계에서 계속 머무는 선택을 기꺼이 하고 싶지 않을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는 지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알람이 울리는 순간부터 선택이니까.
그리고 대부분은 그 선택이 우리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일은 잘 없다. 그냥 5분을 늦게 일어나는 선택을 하여 지각을 하거나 아침을 못먹어 점심시간까지 배가 고픈 고작 그 전도의 결말이 있을 뿐이다.
사실 중학생의 수학여행, 일생에 단 한 번이라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명한 관광지를 영혼없이 몰려다니는 그저그런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건 해봐야 알 수 있는 것. 작은 선택이, 그로 인한 결과가 차곡차곡 싸여 지금의 내가 있듯 아이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는 것이 어른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다고 까만냥이처럼 음흉한 속내를 숨기고 모든 것을 준다고 유혹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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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
대니얼 셰럴 지음, 허형은 옮김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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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 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 하듯이 말이다

목소리를 드릴게요, p.264, 정세랑, 아작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없어서 작가 정세랑의 말로 시작해본다. 이 책은 혹시 있을수도 있는 내 아이에게 쓰는 편지이니 말이다.

정세랑의 말처럼 미래의 아이들은 자신을 데려다 놓은 것을 무책임하다 비난하고 원망할 것이다. 우리의 지나친 소비와 무분별한 개발을 혐오할 것이다.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그 문제’를 야기한 우리를 역겨워 할 것이다.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는 현재의 우리가 이런 미래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말해주고 -혹시라도 이 책을 읽을수도 있는- 아이들을 향한 당부이지 변명이고 결국엔 현재를 독려하고 자신을 다독이는 책이다.



점점 먹구름을 드리우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모든 최고 경영자와 국가수반 들이 차라리 네가 죽기를 바라는데도 살아있는 너를 그려봤어. 그때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사랑이 집요함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

(P. 62)



지금 우리는 지구가 내어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미래에 써야할 것들까지 끌어다 사용하고 있는데 여전히 성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연일 경신하는 최고기온의 대책으로는 각 가정의 전기사용량 줄이기를 권고하면서 기업들은 싼 전기요금으로 24시간 꺼지지 않는 용광로를 달군다.

이런 세상에 살아있는 내 아이를 그려본다는 것은 얼마나 집요한 사랑인가. 이 사랑을 지키지 위해 저자는 여태 지나온 세월보다 더 많이 절망하고, 부단히 희망해야했다.



불과 며칠 전 우리나라에 퍼부어진 폭우를 생각해보자. 도시가 물에 잠겼고, 그때 우리는 재난 상황에 부재한 컨트롤타워를, 가난한 곳에 더 많은 피해를 낳는 불평등을 보고 분노하고 슬퍼했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말은 높은 곳, 안락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모두 아다시피 그것은 인재다.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기후 재난이다. 우리는 화가 났고, 대부분은 그뿐이었다. 행동으로 옮겨가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는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를 보았다.



사적인 비통함을 행동으로 전환하려는 그 몸부림이. 확성기에 대고 자신의 슬픔을 발화하고 그것이 의사당 복도에 울려퍼지는 것을 듣는 것이. 그 순간 든 생각은 그 친구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어야 한다는 것뿐이었어. 누구에게든 이렇게까지 하게 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P. 147)

슬픔과 분노를 동력으로 삼은 행동들이 승리할 때는 짧은 희망을 느꼈고, 패배할 때는 긴 비통함을 느꼈다. 결국 우리는 시시각각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패배에 무력해져선 안된다.

달군 철판 위 처럼 뜨거운 땅 위에서 폭우와 지진, 해일을 수시로 맞으며 부족한 식량으로 살아내다 결국 절멸을 향해 갈 모든 생물들을 위해, 그리고 지금 소멸하는 지구에서 현재의 우리를 위해 ‘대부분은 아마 무서운 시나리오겠지만 그중 어느 것도 전적으로 예측 가능하지 않’으니 ‘불확정성의 잠재력’(P.331)을 믿을 것. ‘눈에 불을켜고 살아 있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포기할 수 없’ (P.330)다는 것을 기억할 것.




분배가 축적을 대신해야 하고, 절제가 산업을 대체 해야 해. 역성장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하며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감속을 취해야 해. 아마 그렇게 한 뒤에야, 마침내 우리는 내려놓고 쉬는 법을 배운 뒤에야, 집단적 식히기가 점점 심해지는 열기를 꺾을 수 있을 거야

(P.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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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강명순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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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는 오랫동안 정착하고 싶은 곳을 찾았고, 마음에 꼭 맞는 장소를 발견했다. 보리수 두 그루가 있는 근사한 곳, 그 그늘 아래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호르메스를 읽을 수 있는 곳.

아주 마음에 꼭 드는 곳인데 심지어 그는 일생일대의 사랑을 만났다. 지적인 매력이 풍부하고, 취향이 닮은 사람, 로테다. (베르테르는 사피오섹슈얼이 분명하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표정에서 광채가 퍼져 나왔어. 내가 자기 말에 공감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시간이 갈 수록 그의 표정이 더 밝아졌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북, p.38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원수의 집안이라는 장벽이 있었고,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계급이라는 장벽이 있었고 (과연 그것 때문에 헤어졌는지는 의문이지만 일차적 이유이긴 하지…) 유리와 라라 사이엔 독재사회라는 장벽이(사실 장벽은 라라와 토냐 사이에 줄타기하는 유리라고 생각한…)있었다.

베르테르와 로테 사이에 있는 굳건한 벽은 알베르트라는 로테의 약혼자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 나는 로테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약혼자 (훗날 남편)와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지.

책은 베르테르의 편지로만 이어지기에 로테의 마름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여러 단서들이 흩뿌려져 있는데 -뜬금없이 시인의 이름을 읖조린다든가, (클롭슈토스는 1950-90년 독일에서 그의 시를 함께 읽는 것을 연인관계를 시작하는 방법으로 여겼고, 연인 사이가 되자는 암호였다고 함, 여자와 책, 슈테판 볼만) 그날 중으로 다시 만나달라고 청하자 응했다든가 하는 것- 그것이 그렇게 결정적 사랑의 증거이냐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하겠다.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는 성격이 정반대나 다름 없는데 알베르트가 채워줄 수 없는 감정적부분을 베르테르사 채워준 게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로테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제 진심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베르테르를 곁에 두고 싶어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북, p.200



짧지 않은 짝사랑을 지속하는 동안 베르테르는 그토록 사랑했던 자연도, 시도 놓치게 된다. 이쯤되면 베르테르에게 로테는 절대자 그 이상이 되는 게 아닌가. 내가 힘들 땐 절대자 앞에 무릎 꿇고 자비를 구걸하지만 그를 잃는다고 죽고싶은 마음이 들 것 같지 않지만 로테를 잃는 상상만으로도 베르테르는 생을 지속할 의욕을 모두 잃어버리니까. 어떻게해도 닿을 수 없는 사랑은 집착이 되고, 집착은 인생의 경로를 급작스럽게 끊어낸다.



우리가 종종 산책을 하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앉아서 쉬던 곳인데, 그곳 역사 완전히 물에 잠기는 바람에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북, p.186



그들의 산책로는 물이 빠지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겠지만 인생의 뒷부분을 포연으로 잘라낸 베르테르는 돌아올 수가 없다. 베르테르에겐 시간이 약이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다는 다정한 빈말이 소용없었겠지, 하지만 폭풍우에도 두 그루의 보리수나무가 서 있었듯 재난같은 사랑에서도 자신으로 굳게 서있었더라면, 자신이 죽는 것이 로테를 위한 희생이라는 이기적인 낭만따위는 일기장에만 썼을 탠데…



“잘 지내요, 로테! 영원히 안녕!”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북, p.217



독자들의 마음 속엔 영원히 남을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매일 치받는 슬픔이었다가, 가끔 슬프다가, 종종 그립다가, 간혹 생각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과 영혼 속에서조차 인간이란 존재는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니까. ‘그것도 순식간에!’



그러니까 살아,

마음을 약탈당하고, 닿지 못할 사랑에 혈관이 모조리 터져버릴 것 같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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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냄새라는 것이 있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울고 웃거나, 갈등, 곤혹 등 사람의 감정은 쌓인다.
모인다. 건물 속에, 거리에 머무른다. - 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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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남이 저를 죽여 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지만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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