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에 깃든 재능을 진짜로 신이 주셨다면
아마 다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돈이나 자격, 조건이나 배경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을 살릴 자,
곧 죽을 자에게 웃음을 주는 자,
사람들을 죽이는 병의 이유를 알기위해 신의 금기를 깰수 있는 자,
바로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다.


낯선 시대, 낯선 나라의 TMI를 따라가다 보면 "의사"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고민을 볼 수 있다.
알 수도 고칠 수도 없는 병에 대한 근심과 열망
사랑하는 이를 살릴 수 없는 무력감
의사로서 참전한 전쟁에서 자행되는 살육을 목도하는 순간. (이래서 국경 없는 의사회가 있구나, 적십자는 건드리는 거 아니구나를 내가 느끼는 순간과 일치한다.)
신이 의사에게 준 단 하나의 수수께끼는 여전히 찾아 헤매겠지만 롭은 그것을 찾아가며 사람을 살리고, 또한 살리지 못해 맞이한 죽음을 애도할 것이다.


당신의 사명이 누군가를 살린다.
그게 부두의 노예든
왕 중의 왕이든.

그게 의사고,
우린 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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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선택한 의사 : 더 피지션 1
노아 고든 지음, 김소영 옮김 / 해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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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인공은 첫장부터 어린 동생들 뒤치닥거리를 하다가 예상치 못한 소식에 아버지를 찾아 달리고, 또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달린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아, 이게 주인공의 인생이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몸이 적응하느라 뜻밖으로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른이가 되어있었다. 나 얘기다다. 시간만 나면 자고 조느라 체력적 책태기가 찾아와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 부담스러워졌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인데도 말이다. 아, 책은 또 왜 이렇게 크고 무거운지 벌써부터 우르먹하고 세장쯤 읽었나 그랬다. 똑똑, 저기요? 책태기 어디가셨죠?


시련이 몰아친다.
나의 결락과도 같은 피붙이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시작되는 유랑생활은 즐거움도 행복감도 있었지만 얼레잃은 연처럼 하염없이 나부낀다.


그래도 꿈이 있었지,
꿈을 이루고자하는 열망이 있었지.


그래, 그러니까 가자. 가면을 써서 나를 위장하고, 왕께 엎드려 고하고, 이제 시작이다.


했는데 1권 끝남.
무슨일이지?
2권이 장난스럽게 내게 묻는다.
아직도 너 책태기냐고.
아니요 선생님, 당신이 제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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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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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크리스토성엔 강형욱이 필요하다.
담도 없고 문도 없는 곳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동물들을 거두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민폐끼치지 않는 선에서) 규칙이 필요하니까.


이것은 뒤마가 거둬들인 동물들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닭을 고소한 법조인의 이야기에선 반려동물의 죄는 주인이 제대로 돌보지 않은 죄라고 피력하고,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심지어 알아듣는다고 믿고있는) 미셸에게선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어때야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충직하진 않았지만 다정한 곁붙이였던 프리차드에게 끝까지 꼬리 내리지 않았던 자존감 높은 프리차드는 천국의 문 앞에서 뒤마를 기다렸을까?


사냥감을 보는 바위같은 모습으로 기다렸을 것 같기도 하고, 생전 친구가 오든 말든 뛰어다녔을 것 같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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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은 끝났다 - 다시 시작한 서울살이
김소망 지음 / 꿈꾸는인생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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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책은 떠나라고 부추기고 있다. 너는 왜 세계를 보지 않아, 나무도 아닌더 왜 한 곳에서만 못박혀있니.
내 세계의 협소함을 걱정하는 책들을 만나면 기분이 썩 좋지않다. 난 본디 야망이 에소프레스잔만 해서 협소한 내 세계에 만족하고 있으며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인터넷이 책이 채워준다. 또한 여행? 좋지 끝난 후엔 너희는 뭐 그리 대단한 걸 얻어왔는데? 삐뚤어지고 못난 질문이 불쑥 튀어 나간다.


저자는 답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도 작은 부분 많은 게 달라졌다고.


특히 내가 재미있게 봤던건 내 몸을 좋아한다는 고백이었다. 외국에 나가본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두툼한 지방층이 그다지 신경쓰이지않는다고 근데 한국에 들어오면 다시 수치스럽기 시작한다고. 그러나 저자는 한국에서도 경도 비만의 자신의 몸이 좋다고, 옆구리살 튀어나오는 붙는 폴라티를 입어도 수치스럽지 않다고. 이거 궁극의 이너피스아닌가 싶다.


지하철 자리를 차지하는 것조차 경쟁해야 하는 이 곳에서 옆자리의 날씬한 사람과 나의 몸을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의 경지가 아닌가싶다.

복근을 바짝 긴장시키지 않아도 되고, 내가 입고 싶은 옷 입으며 먹고 싶은 것 먹고, 조이는 바지에 내 몸을 밀어넣지 않는 것.
다만 그것 뿐이라도 삶의 질은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하루종일 배를 긴장시키는 삶이란 얼마나 피곤한가.


아마도 저자의 이너피스도 바닥날 것이 올것이다. 괜찮다. 그들에게는 시즌2가 있으니까. 맘 속 평화를 가득 채워오시라. 끝난 뒤에 이어지는 삶의 현장에서 채워온 평화를 풀어주시라. 가을 날 다람쥐처럼 그대들의 평화를 주워 모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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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눈에 부모가 태산 같아 보이는 때는 언제까지 일까? 부모는 그 커다란 든든함을 오래 유지하고 싶겠지만 자신의 부모가 태산이 아니라 동산이라는 걸 알게되는 때는 금방온다.


아이는 고작 동산인 부모를 원망할 때도 있고, 가끔은 귀찮아할 때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경애하게 된다.
작은 동산의 몸으로 태산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니.


몸의 덩치에 맞지않는 커다란 마음을 비웃을 자가 없듯이, 엄마를 위해 사라져버릴 결심을 하는 아이를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할수 있냐며 야단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심해보이지만 실은 다정한 주인집 아들의 현명한 대답이면 족하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그걸로 됐다.


모녀의 해피에버에프터를 꿈꾸며 오븐을 열어 폭신폭신하고 촉촉한 쉬폰케이크를 굽고싶다. 케이크에 기쁜 시간을 보냈던 모녀와 수다스러워 다정한 주인집 아주머니, 한심하고 현명한것이 동시에 담겨있는 겐토와 사려깊은 게키야스당 부부를 초대해서 홍차요정이 춤추는 것도 함께 보고, 베스트드롭은 하나미에게 양보할게.

그나저나 14살의 아이가 이토록 시고 짠 생각을 품을 수 있다니 루짱 인생 몇회차?

엄마한테 나 다시태어나면 엄마딸해도 돼? 하고 물었더니 응 안돼. 라고 하셨다. ㅇㅇ 나도 안해. 라고 대꾸했다(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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