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감성 - 글쓰는 일상가의 감성에세이
윤선미 글.사진 / 가름솔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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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파 걷는 것이 어려워지고나서야 직립보행의 고마움을 깨달았다. 이처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이 흐트러지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일상에서 흐린 것, 맑을 것, 즐거운 것, 울적한 것들을 허투로 흘러가게 두지 않고 부지런히 건져올린 사람이 있다. 건져낸 것들을 자신의 단어로 제련한 일상감성가, 작가 윤선미이다.



'근사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일상을 갉아먹는'다. 묵묵히 쌓아온 시간을 성실하게 토해낼 때 비로소 읽는 이는 쓰는 이의 문장에 스민다.
그의 시간에 한올한올 얽혀 능라를 만들고 싶은 것, 그가 제련한 단어에 내 단어를 꿰매고 싶은 것, 그러다 문득 쓰는 이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은 것.
이 모든 마음들은 그의 '도둑같은 하루' 또는 '시인같은 하루'에서 비롯한다. 그의 일상은 이토록 나와 감응했다. 오랜시간 앉아있어 허리가 아픈 것도 잊고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내가 읽어낸 작가의 일상은 연철같다. 부드럽고 강하다. 이러한 매일은 요정할머니가 준 선물이 아니라 찬물과 뜨거운 불 사이를 쉼없이 오가고 부단히 담금질한 결과일 것이란 걸 아는데, 그걸 알면서도 가끔은 포근한 뜨개실 같고 또 가끔은 단단한 골무같은 그의 하루를 요정할머니가 짠 하고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비디 바비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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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나로 살고 싶다 - 추구하는 대로 사는 존재의 기술 테드 사이콜로지 시리즈
브라이언 리틀 지음, 강이수 옮김 / 생각정거장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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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드라마를 보면 십중팔구 나오는 대사가 있다. "너답지 않게 왜이래?" 역시 되돌아오는 대사 역시 온국민이 떼창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그것.

"나 다운게 뭔데?"


그렇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남들은 그렇게도 잘 판단하는 '나'를 정작 나는 잘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심리테스트며 mbti같은 것에 흥미를 갖고 그래, 나 맞아 나 이런 것 같아, 라고 납득하지만 간혹 결과에 나를 욱여 넣은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기도 한다. (참고로 나는 intj이고, 그래 맞아, 나 이래, 어쩜 이토록 정확할수가! 하고 감탄했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은 기질 보다 훨씬 힘이 세다,' (p 82) 그러므로 '생물 발생적', '사회 발생적' 성격보다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퍼스널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있다.

퍼스널 프로젝트는,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는 활동이다.' 우리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천함으로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알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퍼스널 프로젝트가 무엇이고, 이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실현함으로서 '웰 두잉 Well-Doing'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는 법을 5개의 챕터로 설명한다.

책을 읽을수록 지금껏 살아온 날들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쾅쾅 받는 기분이었다. 생물 발생적, 사회 발생적 성격이 어떠하든 나는 삶의 중심이 되는 목표와 신념의 중간쯤 되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건 나도 모르게 정하여 둔 내 퍼스널 프로젝트였고, 그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가끔은 내 성격을 바꾸기도 했으며(자유 특성) 그것이 지칠 때는 혼자 굴을 파고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정신력을 비축했다.(틈새 회복)
저자가 말하는 거의 모든것이 내가 살아 온 삶의 군데군데에 놓어있어 안심하고, 흐뭇하다.


저자는 내 본질에 가깝게 사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나다운 것은 거대한 붙박이장이 아니라 취향대로 이동가능하며 조립가능한 DIY와 더 비슷하다. 내가 원하는대로 사는 것, 그게 나답게 사는 것이다.


아주 가끔은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를 때도 있겠지만 그땐 '우연 받아들'이자. 그 우연은 높은 확률로 세렌디피티 serendipity 일 것을 믿으며 말이다.


서점을 방황하다 발견하여 펴 본 이 책이 누군가에게 세렌디피티일 것이고,
그가 팔꿈치를 핥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그 또한 누군가의 재미겠지.
'다른 사람의 팔꿈치를 핥는다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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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테마 소설집
조남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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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도시에 안부편지를 보냈다.
잘 사십니까?
도시들은 시티픽션으로 답장한다.
그럭저럭, 살고는 있습니다.

어느 아파트어는 '봄날아빠'라는 정체 모를 정보가 불법 입주하여 압가트가 들썩였고, 도시 한복판, 잊힌 왕과 왕후가 잠들어 있는 종묘에선 왕과 후를 모시는 영물이 회의에 빠진 도시인을 건져주기도 했다.
서울의 무인도에선 우리를 평행우주로 보내줄 프로그램이 일생일대의 질문을 하고 있을 때쯤, 누군가는 대관람차 안에서 시간의 거품을 느끼며 울렁였다고.
이처럼 도시의 답장에는 그럭저럭 사는 사람들의 사연으로 빽빽했다.

현실이라는 땅바닥을 딛고 사는 게 사람이지만 우리는 환상이라는 것에 일부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환상은 픽션이란 이름으로 쓰여지고, 돌고돌아 또다시 현실이다.

한강조망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순 허름한 집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
지진으로 무너진 문화재는 살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무한정 복원이 미뤄져도 과연 괜찮은 걸까,

이런 질문들이 앞다퉈 튀어나왔다. 누구에게도 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차라리 밤섬으로 달려가(아니 헤엄쳐가) 그 존재에게 리셋을 부탁하고 싶기도했다.

그러나 또 현실이라는 땅바닥.
그럭저럭 살고는 있다는 답장에 고생하세요, 저도 어떻게든 살아보겠습니다, 라고 대답해 본다.

-
지금 어디에 사세요?
아니,
지금 어떻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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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하는 글쓰기
강창래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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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데 이렇게까지 괴로운 거지?
등단할 것도 아니고 지면에 발표할 것도 아닌데 글은 잘 쓰고 싶은 희한한 허세로 축적된 글들이 낱낱이 까발려진 기분이다.

애초에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목적이 있었나하는 반성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생각'은 환상의 동물이 아닌가 하는 자조까지 이 책의 페이지마다 빼곡했다.

책 속 문장들이 내 지난 글들을 마구 찔렀고
상심에 가라앉았다.
그동안 뭘 써온거지?


위반하는 글쓰기는 '글을 잘 쓰려면 ○○를 해라.'라는 파다한 소문부터 부수기 시작했다. 꾸준히 쓰면 잘 쓴다. 많이 쓰면 잘 쓴다. 많이 읽으면 잘 쓴다. 이 모든 것들이 '필요조건'이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고, 정체기에 들어섰거나 입문하고자 하는 쓰기 희망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내비게이션처럼 정확한 길을 가르쳐주는 것은 절대 아니고 단지 이정표이다.

잘 쓰는 법은 이쪽 방향이지만 중간에 길을 잃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프로를 지향하는 쓰기 희망자는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아무것도 안쓰고 사는 하루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뭐라도 써야 사는 삶이라면 잘쓰고 싶은 욕망이 당연히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눈이 엄청 쌓인 날 부러 커다랗게 내놓은 아빠 발자국 이다.

아주 조금 쉽게 갈 수 있게 해주지만 눈 길을 걷는 동안 발도 시리고, 빰은 얼어붙을 것이고, 다리는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봄날은 온다.
올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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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여자를 침묵하게 만드는가 - 관계의 늪에 빠진 나를 구하는 회복의 심리학
해리엇 러너 지음, 양지하 옮김 / 부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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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정적 길은 지름길,
긍정적 길은 에움길.

물론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치는 것은 단 한마디의 말이나 단 한 번의 행동 때문은 아닐 것이다. 차곡차곡 적립해온 분노포인트가 더 적립할 수 없을 정도로 차버린 어느 날, 관계는 망가진다.

서로에게 쉽게 던진 말(때론 무슨 말인지 생각조차 안나는), 배려없는 행동이 분노나 불안 포인트로 쌓인다. 아주 쉽게.

하지만 그것을 상회하거나 무산시키는 기쁨포인트는 정말이지 쌓기가 어렵다.
분노포인트가 잡몬 1을 잡아 100원을 얻는 식이라면 기쁨포인트는 잡몬을 무수히 잡고 보스몬까지 처치해야 겨우 10원 얻는 식이다.
이렇게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관계는 바로잡기가 어렵다.


물론 이 책처럼 행동하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보스몬을 처치하러 가지 않아도 될 것이나, 우리는 어리석고 또 성격이 급하며 가끔은 이성의 끈을 쉽게 놔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내담자의 사례 뿐 아니라 저자의 가족에게서 나타나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쥐어준다.
물론 이 모든 사례와 해결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저자와 우리사이에 놓여있는 문화적 간극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냉소적인 돌직구와 가끔 따뜻한 조언은 분명 용기가 된다.

나의 목소리를 찾자는 것은 남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내 목소리의 볼륨을 시의적절하게 조절하고 때론 과감히 음소거 해야할 줄도 알아야 하고, 솔직하다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도, 가식은 덮어놓고 지양해야할 것이 아니란 것도 저자의 똘똘 뭉쳐 던지는 돌직구로 쳐맞고 깨닫는다.


나는 잘못 살진 않았지만,
더 잘 살 수 있게됐다.
그렇게 믿는다.


이 책의 제목은 페미니스트도서로 분류될 수 있지만 사실 성별을 나누지 않고, 무엇이 그들을 침묵하게 만드는가 였다.
p.309에서 파티에 참석한 일본인에게 한 미국인이 '원폭투하는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모든 미국인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사과하자 일본인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말해주는 일본인 1이 필요하다.
옮긴이의 말이 있었으면 좋았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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