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하는 글쓰기
강창래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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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데 이렇게까지 괴로운 거지?
등단할 것도 아니고 지면에 발표할 것도 아닌데 글은 잘 쓰고 싶은 희한한 허세로 축적된 글들이 낱낱이 까발려진 기분이다.

애초에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목적이 있었나하는 반성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생각'은 환상의 동물이 아닌가 하는 자조까지 이 책의 페이지마다 빼곡했다.

책 속 문장들이 내 지난 글들을 마구 찔렀고
상심에 가라앉았다.
그동안 뭘 써온거지?


위반하는 글쓰기는 '글을 잘 쓰려면 ○○를 해라.'라는 파다한 소문부터 부수기 시작했다. 꾸준히 쓰면 잘 쓴다. 많이 쓰면 잘 쓴다. 많이 읽으면 잘 쓴다. 이 모든 것들이 '필요조건'이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고, 정체기에 들어섰거나 입문하고자 하는 쓰기 희망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내비게이션처럼 정확한 길을 가르쳐주는 것은 절대 아니고 단지 이정표이다.

잘 쓰는 법은 이쪽 방향이지만 중간에 길을 잃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프로를 지향하는 쓰기 희망자는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아무것도 안쓰고 사는 하루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뭐라도 써야 사는 삶이라면 잘쓰고 싶은 욕망이 당연히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눈이 엄청 쌓인 날 부러 커다랗게 내놓은 아빠 발자국 이다.

아주 조금 쉽게 갈 수 있게 해주지만 눈 길을 걷는 동안 발도 시리고, 빰은 얼어붙을 것이고, 다리는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봄날은 온다.
올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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