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뭔데 이렇게까지 괴로운 거지?등단할 것도 아니고 지면에 발표할 것도 아닌데 글은 잘 쓰고 싶은 희한한 허세로 축적된 글들이 낱낱이 까발려진 기분이다.애초에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목적이 있었나하는 반성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생각'은 환상의 동물이 아닌가 하는 자조까지 이 책의 페이지마다 빼곡했다.책 속 문장들이 내 지난 글들을 마구 찔렀고상심에 가라앉았다. 그동안 뭘 써온거지?ㅡ위반하는 글쓰기는 '글을 잘 쓰려면 ○○를 해라.'라는 파다한 소문부터 부수기 시작했다. 꾸준히 쓰면 잘 쓴다. 많이 쓰면 잘 쓴다. 많이 읽으면 잘 쓴다. 이 모든 것들이 '필요조건'이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고, 정체기에 들어섰거나 입문하고자 하는 쓰기 희망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한다.내비게이션처럼 정확한 길을 가르쳐주는 것은 절대 아니고 단지 이정표이다.잘 쓰는 법은 이쪽 방향이지만 중간에 길을 잃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ㅡ앞서 말했듯이 나는 프로를 지향하는 쓰기 희망자는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아무것도 안쓰고 사는 하루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뭐라도 써야 사는 삶이라면 잘쓰고 싶은 욕망이 당연히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눈이 엄청 쌓인 날 부러 커다랗게 내놓은 아빠 발자국 이다.아주 조금 쉽게 갈 수 있게 해주지만 눈 길을 걷는 동안 발도 시리고, 빰은 얼어붙을 것이고, 다리는 아플 것이다.그럼에도 봄날은 온다.올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