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감성 - 글쓰는 일상가의 감성에세이
윤선미 글.사진 / 가름솔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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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파 걷는 것이 어려워지고나서야 직립보행의 고마움을 깨달았다. 이처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이 흐트러지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일상에서 흐린 것, 맑을 것, 즐거운 것, 울적한 것들을 허투로 흘러가게 두지 않고 부지런히 건져올린 사람이 있다. 건져낸 것들을 자신의 단어로 제련한 일상감성가, 작가 윤선미이다.



'근사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일상을 갉아먹는'다. 묵묵히 쌓아온 시간을 성실하게 토해낼 때 비로소 읽는 이는 쓰는 이의 문장에 스민다.
그의 시간에 한올한올 얽혀 능라를 만들고 싶은 것, 그가 제련한 단어에 내 단어를 꿰매고 싶은 것, 그러다 문득 쓰는 이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은 것.
이 모든 마음들은 그의 '도둑같은 하루' 또는 '시인같은 하루'에서 비롯한다. 그의 일상은 이토록 나와 감응했다. 오랜시간 앉아있어 허리가 아픈 것도 잊고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내가 읽어낸 작가의 일상은 연철같다. 부드럽고 강하다. 이러한 매일은 요정할머니가 준 선물이 아니라 찬물과 뜨거운 불 사이를 쉼없이 오가고 부단히 담금질한 결과일 것이란 걸 아는데, 그걸 알면서도 가끔은 포근한 뜨개실 같고 또 가끔은 단단한 골무같은 그의 하루를 요정할머니가 짠 하고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비디 바비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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