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올빼미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빛의 축복 속에서만 사물을 본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 눈앞에 장막이 드리운다. 그러나 올빼미는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볼 수 있는 두 눈을 지녔다. 그런데 그 어둠마저 볼 수 없게 눈이 먼다면 그 다음은 무엇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까. 바로 마음의 눈, 심안만이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세상 저 너머까지를 꿰뚫어 볼 수 있으며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 본 암울한 내면의 풍경을 초현실적인 환상의 힘을 빌어 적어내려간 글. 어느 누구도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할 때, 타인과의 사이에 깊고 어두운 심연만이 존재한다고 느껴질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침묵'이다. 타인과 이어진 모든 연결고리를 끊고 오로지 무겁게 침묵하는 것. 그러나 결국 그는 입을 연다. 고독한 영혼의 상처와 절망을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들려주고 싶어서이다. 그 독백을 들어주고 이해해 줄 유일한 사람이 바로 올빼미 모습을 한 자신의 그림자라는 아이러니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풀이 움트면서 내는 소리, 철새의 날갯짓 소리, 창백한 별들이 꺼져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자아를 가진 주인공 '나'.

 

 사방 벽이 막힌 방안에 앉아 고독하게 필통뚜껑을 장식하는 일을 하며 흐르는 시간을 무겁게 버텨내던 나는 운명의 순간 한 여인을 보게되고, 불가해한 마법 같은 치명적인 매력의 두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 여인이 나의 방에 찾아와 죽음을 맞이하자 시신을 매장하고 온 날, 나는 과거의 세계 속으로 돌아가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여전히 나는 고독하며 존재의 무덤, 마음의 무덤인 방에서 모든 것들과 단절된 생활을 한다.

 

 나는 늘 죽음에의 유혹에 빠져든다.

'나 자신을 망각의 잠에 내맡기고 싶은 욕망이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밀려왔다. 단지 망각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만일 그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만 있다면, 감은 내 눈이 잠을 초월해 무로 화할 수 있다면, 그래서 앞으로 언제까지나 내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내 존재가 한 방울의 잉크 속에서, 한 소절의 음악 속에서, 한 줄기의 색깔있는 빛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일이 가능하다면, 그리하여 이 파도들과 형태들이 점점 커져 무한대의 크기가 되어서 마침내는 희미해져서 사라져 버린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나의 바람도 이루어지리라.' (P64)

숨쉬는 순간순간이 너무 고통스러워 나의 존재가 소멸하여 무로 화하기를 바라는 그 처절함이 가슴을 파고들어 눈물이 흘렀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여기에 공감하여 자살을 했다고 한다.

 

 한 문장, 한 문장, 바람결에 흩날리는 꽃비처럼 아름답고 지난 밤 꿈처럼 불온하고 잠자리 날개처럼 얇고 섬세해서 내 마음도 따라 부서질까 두려워 조심조심 천천히 그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난해하고 형이상학적인 색채를 띈 작품을 이처럼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옮겨준 번역자의 노고와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문장이 아름다운 의미와 비유로 짜여진 한필의 비단처럼 격조있는 작품이다.

 

 사진 속 작가의 눈동자 속에서 불안과 절망과 죽음을 향한 광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왼쪽 검지를 입술에 댄 포즈에서 이 소설이 자전적 소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국 이란의 정치적 격동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타국을 떠돌며 부박한 삶을 이어간 작가 사데크 헤다야트. 앞으로 나갈 수도 뒷걸음질 칠 수도 없는 현실의 덫에 걸려 아편과 술에 의지하며 좌절과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그는 죽음만이 그를 구원해 주리라는 믿음 속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늘 불안하게 서성였던 자신의 어두운 심연을 자신의 그림자에게밖에 얘기할 수 없었던 외로운 사내. 그의 암울하고 슬픈 독백을 모두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지만 페르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이라는 평가에는 고개를 끄덕여 본다.

 

 참으로 매혹적이고 신비롭고 깊이있는 작품이며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개성 넘치는 책의 외형과 그 속에 담긴 작품의 가치가 빛을 발하여 오래오래 아껴가며 두고두고 되풀이해 읽고 싶은 책이다.

 

 사방이 고요한 밤

 마음의 눈으로 내면을 들여다 본다

 모든 인간은 고독하며 어두운 심연을 지니고 있다

 

 그 속에 존재하는 눈먼 올빼미의 독백을

 자신의 그림자에게 들려주노라면

 그래도 어둠이 옅어지는 새벽이 온다

 

 삶의 궤양에도 새 살이 돋기를 바라는 굳은 의지

 그 마음의 힘이 간절해지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변주곡. 사랑만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숫자만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주제도 없다. 나이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며 인간은 자신이 가진 모든 감성과 본능과 이성을 총 동원하여 자신만의 사랑의 연주를 한다. 그러나 사랑은 혼자서 할 수 없는 법. 물론 첫 소절부터 마지막 소절까지 애닯은 짝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랑은 두 사람이 만나 호흡을 맞추어야만 하는 이중주이다.

 

 사랑의 모든 행복과 불행이 여기서 비롯된다. 두 마음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낼 땐 천상의 행복에 도달하지만 음이 삐걱이고 박자가 엇나가기 시작하면 고통스런 지옥의 나락으로 추락한다. 때로 그 고통은 당사자를 죽음에 다다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이 된다.

 

 하지만 사랑은 인간이 가진 본성 중 가장 자연스레 찾아오는 것, 저절로 알게 되고 할 수 있게 되는 직관적인 부분으로 생각하기에 사랑을 배우고 익힌다는 행위는 여전히 낯설다.

 

 요즘 이성에게 어필하고 관계를 진도를 나가는 방법들에 대한 책들을 읽고, 심지어 연애 멘토들의 코치를 받고 강의까지 듣는 세태를 지켜보며 '사랑이란 결코 저렇게 인위적인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야 말로 영혼의 맑은 눈으로 상대를 알아보며 온 몸과 가슴에 스며드는 감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즐거움도 슬픔도 아픔도 맛보는 숭고하고 자연스러운 그 무엇이다.'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이유가 남들과는 좀 다르다. 아름답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려고 썼다는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사랑을 탐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34편의 문학작품 속에서 연주되는 사랑의 변주곡을 작가가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의 문체로 형상화 했는지에 대한 문학적 관심 때문이다.

 

 문학이라는 창조적인 예술분야가 탄생한 이래 사랑만큼 수없이 반복해서 다루어진 주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 사랑은 새로웠으며 달랐다. 작가는 엄선한 숫자 34편의 작품을 사랑이 가지는 여섯 가지 얼굴에 따라 나누었다.

 

 Part1은 여리디 여린 새순 같은 마음으로 가슴 설레던 첫사랑을 다룬 작품들이다. 우리 모두의 첫사랑의 교본이며 세계 청소년들에게 첫사랑의 상징이 되고 있다는 황순원의 <소나기>. 작가는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이 작품 속에서 사랑은 둘만이 간직한 비밀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소녀가 남긴 유언의 비밀을 이해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소년뿐. 첫사랑은 이처럼 둘만의 비밀을 남겨두고 스러지기에 슬프고도 아름답다.

 

 Part2는 자신의 온 몸과 마음을 다바쳐 전부를 내던지려는 뜨거운 열정을 다룬 작품들이다. 일편단심 정절의 상징인 <춘향전>에서 저자는 춘향의 강인한 인간성을 이끌어낸다. 당당한 기개와 용기로 장애를 뛰어넘어 스스로 사랑을 쟁취하는 춘향에게서 진심과 용기를 배워라고 오늘 날의 잔머리 춘향들에게 조언한다.

 

 Part3는 상대로 인해 서로 더 아름다워지는 성장에 대한 작품들이다. 열다섯 살 소녀와 서른두 살 남자의 사랑을 다루었던 화제작,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에서 작가는 소녀와 남자 둘 다 서로를 통해 사랑을 알고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했음을, 사랑이 비록 이루어지지 않고 고통스럽게 끝났어도 성장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남긴다는 것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Part4는 사랑하는 이들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고통의 극점, 이별을 다룬 작품들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꼭 이별이 마지막을 의미하는 비극적인 것만은 아님을 저자는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읽어낸다. 성숙한 사랑과 이별, 단 나흘 동안 서로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광활한 우주를 떠돌다 서로에게 빛을 던진 두 개의 별 같은 존재임을 끝내 믿어 의심치 않던 거대한 사랑의 의미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Part5는 세상의 상식과 도덕적 잣대로 인정받지 못한 불운하고 아픈 사랑에 대한 작품들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이미 결혼한 안나가 젊고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와의 사랑에 빠져 외국으로 도피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현실의 벽 앞에서 부서져 내리고 만다. 완전한 사랑을 갈구하던 안나는 자살로써 자신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던 세상에 복수를 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안나가 자살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을 만들고 홀로서기를 통하여 자기 인생을 현명하게 경영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오히려 진정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Part6는 사랑의 결정체이며 완벽한 종착역인 결혼을 다룬 작품들이다. 세기의 지성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을 선택하여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사랑과 결혼의 모습을 보여 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는 로멘틱한 결혼은 환상에 지나지 않을 뿐 행복이 깨지면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마흔네 살 여인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결혼이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집이 아니라 둘 사이의 거리에 새로운 다리를 놓고 소통하여 최적의 거리를 조절하는 성실한 노력이 필요한 과정임을 강조한다.

 

 작가의 프리즘을 통해 34편의 문학작품 속에서 변주된 사랑의 연주를 다 듣고나니,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과 사랑은 자신의 감정과 직관에 충실하며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가는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 궁극엔 같은 것임을 깨닫는다.

 

 작가도 나도 사랑은 달콤한 행복만이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용기와 실천으로 쟁취해야 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책임감과 헌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하나의 뿌리에 맞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온 문학작품 속의 사랑을 분석하여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려고 하는 책. 비록 수록된 모든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으나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사랑의 역사도 함께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사랑의 변주곡은 어떤 빛깔일지 되새겨 본다

 

 한 번의 인생을 살면서 운명적 사랑으로 내게 와 준 사람

 남아있는 시간도 지금처럼 자신보다 서로를 더 아껴주고 위해주며

 비바람 속에서도 한 우산을 쓰고 마지막까지 함께 걸어가고 싶노라

 

 사랑의 고백을 처음인 듯 하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예 12년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67
솔로몬 노섭 지음, 원은주 옮김 / 더클래식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쿤타킨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중1 여름방학,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읽었던 소설 <뿌리>의 주인공 이름은 사춘기 소녀의 가슴에 화인처럼 찍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억압과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 모든 인간이 각자 다른 자리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른 운명을 타고 태어났지만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함은 모두 평등하다는 뜻이다.

 

 적어도 살아오는 동안에 만나서 맺어지거나 스쳐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을 대할 때, 그 어떤 기준으로도 상대방을 멸시하거나 억압한 적 없이 진심으로 존중하려고 애썼다는 것만은 자부할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반상의 차별과 직업의 귀천이 없는 21세기의 오늘 날, 지구상 곳곳에 행해지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억압은 그 폭력성과 잔인함에 있어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평등과 인권이라는 말이 물처럼 흘러넘치는 시대에 비인간적인 비참한 삶을 살고있는 현대판 노예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하며 살고있다. 우리 모두의 눈과 가슴에 오래 전 노예의 삶을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비수처럼 날아와 아프게 꽂힌다.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던 작품이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의 원작으로 관심을 가졌는데 놀랍게도 당사자가 160여년 전에 기록한 실화였다. 그의 이름은 솔로몬 노섭. 1808년 노예제도가 폐지된 뉴욕주 미네르바에서 태어나 자유인으로 세 아이를 둔 한 가장의 가장으로 바이올린 연주자로 성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자리를 찾으러 워싱턴에 갔다가 꾐에 빠져 노예상인에게 납치되고 만다. 그것도 악명 높은 노예상인 제임스 버치에게 팔린 후 머나먼 남부 뉴올리언스 주로 끌려가 무려 12년 간 노예의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물건처럼 사고팔리기를 되풀이하며 탈출을 시도하기도 하며 가축처럼 목에 올가미를 매기도 하고 끊임없는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다. 하루종일 중노동에 시달리며 헐벗고 굶주렸다. 그러나 그는 한시도 자유를 향한 열망을 버린 적이 없이 끊임없이 탈출을 계획하고 추진하여 1853년 극적으로 구조되어 마침내 가족의 품에 다시 안겼다.

 

 그후 솔로몬 노섭은 12년 간의 노예 생활을 자세하게 정리한 자서전 <노예 12년>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노예 제도의 본질과 실상과 문제점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흑인 문학의 원천으로 자리매김 되었고 노예 해방의 도화선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작품을 읽는 내내 허구가 아닌 실화라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인간의 잔혹함과 악함에 인간임이 부끄럽고 좌절감과 공포가 마음을 짓눌렀다. 그러나 솔로몬 노섭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열망과 믿음은 결국 그를 가족의 품에 안기게 했다. 절대악 앞에서도 끝내 좌절하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고 자유의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선의의 승리를 보여 준 작품이다.

 

 문제는 이 작품을 비단 160여년 전 불운에 맞닥뜨린 한 흑인남자의 회고록으로만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노예제도가 존재하던 과거 역사의 일부분으로써가 아니라 오늘 날의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로 들여다봐야한다는 잔인한 진실.

 

 굳이 멀리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고있는 이 땅에도 수없이 많은 솔로몬 노섭이 있다. 질시와 차별과 인간이하의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며 인간이지만 인간으로부터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 잊을 만하면 메스컴을 장식하는 현대판 노예들의 이야기들을 우리는 한낱 일시적인 흥밋거리로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의 양심에 준엄한 질문을 던져 보아야할 것이다.

 

 진정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지녀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 타인과의 관계맺음에서 자신은 갑으로 상대는 을의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상대를 무시하고 억압하려한 적은 없는지 성찰해 보게 하는 책.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 속 들판에는 그 어떤 편견도 질시도 차별도 없는 자유와 정의와 존중이 향기로운 들꽃처럼 가득 피어나길 빌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영전략전문가 조철선의 기획 실무 노트 - 전략가를 지향하는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단 한 권의 경영 전략 실무서
조철선 지음 / 전략시티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 미학,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의 단어들을 사랑한다. 경제, 마케팅, 이익, 경영, 컨설팅 등의 단어들을 낯설어하고 심지어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이십 년이 넘는 직장 생활의 경력 속에서도 경영이니 전략이니 하는 개념보다는 업무계획, 리더십, 성실성, 창의력, 추진력 등을 업무추진의 필수요소로 여겼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이 세상 살아가는 모든 일에 기획과 전략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고, 꼭 기업을 경영하지 않더라도 실생활 곳곳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실용서적이라 생각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먼저 책의 첫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읽어본 가장 큰 판형의 두꺼운 책, 무게와 두께를 지탱할 수 있는 단단한 표지를 넘기니 첫 장에 저자의 친필 글씨가 있어, 책을 대하는 마음 매무새를 더 단정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이미 2007년 <전략기획전문가 조철선의 기획실무노트>가 출간되어 스테디 셀러로 유명세를 탔다. 그 이후 6년 간 저자의 강의 집필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원하는 바를 더하여 개정증보판을 내놓았다. 실무적인 부분에 치중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론 및 기법을 대폭 보강하여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만들다 보니 신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책이 탄생된 것이다.

 

 이 방대한 책은 총 5part로 정리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꼼꼼히 읽었고 쉽게 읽혔고 마음에 남는 part1의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chapter1은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전략의 의미를 짚어보고 경영전략의 대가들이 말하는 전략의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참 재미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경영전략의 개념이 변화해 온 것도,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내려지는 대가들의 정의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실무관점에서 살펴본 전략의 의미와 수립, 결정 과정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때 실제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chapter2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에 대한 내용이다. 복합적 사고를 도와주는 게임이론이 소개되어 있는데 죄수의 딜레마, 부부의 주도권 다툼 등 어떤 전략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chapter3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떻게 전략적 사고를 하고 경쟁자의 전략을 공략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집중력과 협력, 민첩성, 인내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chapter4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영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해결 기법을 담았다. 그리고 실제로 실무자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맥킨지, KT, 토요타, SK 등 유수의 기업들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part2는 반드시 알아야할 사업전략기획

part3는 성패를 좌우하는 마케팅 전략

part4는 전략적 리더에게 필요한 전사기업전략

part5는 사례와 함께 알아보는 기획서 작정 스킬로 이루어져 있다.

 

 경영관련 학문을 공부한 적도 없고 회사를 경영한 적도 없고 무엇보다 평소 그쪽으로 관심이 적다보니 책을 읽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솔직히 토로한다.

 

 part1은 정독하였으나 나머지는 어렵고 힘들어 전체적인 틀을 머릿속에 넣는 식으로 훑어읽기를 하였지만 큰 맥락은 잡을 수 있었다.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해당 부분을 펼치고 정독하면서 도움을 얻는 책으로 활용한다면, 독자의 책상 위에 놓인 '단 한 권'의 경영전략실무서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꼭 경영전략서로 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Tip들이 많아 경영의 문외한들이 읽어도 큰 도움이 되는 실용서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시포스의 바위가 가진 잔인한 부조리

온 힘을 다해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밀어올린 바로 그 순간 바위는 산 아래로 굴러떨어지지만 다시 밀어올릴 수밖에 없는 반복성. 예전에는 그저 제우스의 무거운 벌로만 보였던 시시포스의 행위 속에서 이제 우리의 삶을 본다. 각자의 자리에서 죽을 힘을 다해 발버둥치지만 삶은 만만치 않으며, 도처에서 발목을 붙드는 부조리 속에서도 또 하루를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 삶의 진정한 얼굴이다.

 

 이러한 무거운 삶의 속성 속에서 그래도 우리가 숨통을 틔우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의 자유의지가 허용된 공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근거하여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나름의 삶에 대한 대응 방식을 가지고, 때로는 좌절하며 때로는 저항하며 뚜벅뚜벅 삶의 길을 걸어간다.

 

 여기 그런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가감없이 수식없이 날것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설<양춘단 대학 탐방기>가 있다. 거칠고 소박하면서도 웅숭깊고 구수하고, 너무 아파서 오히려 눈물보다 웃음이 나는 이야기.

 

 남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 아들네로 옮겨 온 65세 양춘단이 대학 청소부로 일하면서 겪는 일들이 굵은 나무둥치가 된다. 거기에 양춘단의 부모 이야기, 아들 며느리 손자 이야기, 하숙생 이야기, 남편이 키우는 장닭 이야기 등이 가지가 되고 잎사귀가 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재미있고 매력적인 한국 소설을 만난 기분이다.

 

 환경 미화원들의 처우 문제부터 교수들과 대학의 비리, 어떤 사건이나 문제에도 통속적이고 순간적인 관심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학생들까지, 우리 대학의 겉모습에서부터 속에 숨겨진 어두운 단면까지 대학의 풍속도를 양춘단의 시선과 생각으로 낱낱이 파헤쳐 준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것을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비트는 필력이 블랙유머의 대가인 중국 소설가 위화를 떠올리게 한다. 삶의 파도에 휩쓸려가며, 꾸역꾸역 불행과 고통을 받아들이고 삼켜가며, 주저앉지만 기어이 다시 일어나 삶을 껴안는 보통 사람들의 위대함.

 

 밥을 나누며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강사의 자살 후 그가 남긴 노트의 글들을 화장실 벽에 옮겨 적고 다니던 양춘단. 대학의 상징이던 거대한 코끼리 석상에 밤마다 쉼없이 망치질을 해 마침내 석상을 무너뜨리던 양춘단. 자신의 손으로 조각한 예수상을 역시 자신의 손으로 깨트렸던 양춘단의 아버지의 행위야 말로 시대와 종교와 사회에 매몰되어 버리는 개개인 인간들의 살아있는 저항의 몸짓이며 삶 그자체가 아닐까 싶다.

 

 비록 그 몸짓이 호수에 파문하나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고 가라앉아 버리는 작은 돌멩이의 아우성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들의 삶은 존엄하고 가치롭다.

 

 아름다운 은유나 비유가 가득한 문장들로 문학성 높은 소설들을 지향할 때, 삶의 민낯에 천착하여 이토록 재미있고 재기발랄하며 의미있는 소설을 써 준 작가 '박지리' 그녀가 멋지다. 앞으로 글의 행보가 기대되며 주목해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양춘단 그녀가 멋지다

 

 비록 배우지 못하고 낮은 자리에 있었으나 누구보다 올곧고 정깊은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용기있게 자신만의 실천을 했던 그녀

 

 코끼리 등을 타고 망치질을 해대던 그녀의 작고 야윈 손 위에

 가만히 내 손도 얹고 싶어지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