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책 읽기 2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인문.교양.실용편 카페에서 책 읽기 2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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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흔적을 남긴다. 음악이나 영화는 여운을 남기지만 책은 그보다 더 깊게 머릿속이나 가슴을 건드린다. 그 흔적들을 그냥 그대로 내 속에 갈무리 해두고 펼쳐보고 느껴보다 시간이 흐르면 떠나 보내곤 했다. 그러다 서평이라는 것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서평을 쓴지 반 년이 지난 지금도 독후감과 서평과 리뷰의 차이점이 확실히 무엇인지 솔직히 헷갈린다.

 

 독후감이 줄거리와 느낀 점을 쓰는 평면적인 글쓰기라면, 서평은 저자가 그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궤뚫고 또 거기에 나만의 사유를 더하는 입체적이고 심도있는 글쓰기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린 채 쓰다보니 늘 서평 아닌 서평을 쓰곤 했다.

 

 이런 독불장군식의 서평쓰기에 힘을 보태는 발칙한 책을 만났으니 바로 < 카페에서 책 읽기 2 >이다. 1권을 읽어보진 못했으나 그 유명세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서평에 정도는 없다고 당당하게 큰소리친다. 세상에 카툰으로 서평을 쓰다니 이것이야말로 대단한 발상의 전환 바로 미친 발상법이 아니겠는가.

 

 늘 서평의 형식에 대해 고민하고, 책의 본문들을 성의있게 추려 그 부분마다 느낀 점을 덧붙여가며 길고 긴 서평을 정성스럽게 쓰는 이들을 보며, 부러움과 반성과 자신에 대한 질타를 일삼았는데 자유분방 개성만점 재치발랄한 카툰 서평은 그런 고민따윈 개나 줘버리라고 어깨를 두들겨주는 느낌을 받았다.

 

 글발이 미흡하여 그림으로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지만 저자의 글발은 독자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어린시절 만화방 구석에 틀어박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화책에 머리를 파묻었던 것처럼, 그냥 마음 편안하게 책장을 넘기며 때론 키득거리고 때론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다보면 어느새 머리와 가슴 속이 가득 채워지는 책.

 

 책의 정보를 알게 되고,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되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알맞은 맞춤식 독서 처방전을 알게 되는 책.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는 책에 대한 흥미를 , 독서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독서 취향을 선물하는 카툰 독서 입문서.

 

 귀엽고 유쾌한 한 컷 한 컷 속에 결코 가볍지 않은 인문, 교양, 실용서적에 대한 저자 뚜루의 서평이 담겨있다. 할 수만 있다면 카툰으로 서평을 쓰는 것이 이 책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림발이 없으니 구태의연한 서평을 쓸 수 밖에 없고 이것은 기상천외한 이 책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란 지나친 우려마저 들 정도이다.

 

 '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 할 것이다.' - 김연수의 < 지지 않는다는 말 >

 

 이 한 구절이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위로가 되는 시간, 뚜루는 이렇게 우리에게 외친다.

'펼쳐라 그리고 읽어라 읽기 전까지는 그 어떤 책도 너에게 가 닿지 않을 것이다.'

 

 읽어야 할 책이 있고 읽고자 하는 열정이 있고 책이 남긴 흔적을 서평으로 옮길 수 있는 마음자리가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

 

 뚜루의 카툰들은 책 읽기의 행복함을 선물한다.

 

 눈 앞에 펼쳐진 수 많은 갈래 길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책의 길을 찾아보자.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와 속도로 채워가는 길

 

 그 길이 바로 보물섬으로 향하는 당신만의 독서지도를 그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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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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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은 태생적으로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 아니 그저 나쁘기만 한 남자들은 싫어한다. 나쁘면서 사랑에 대한 순정과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사내들, 그 탐미적인 악의 빛깔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런 나쁜 남자들의 밤의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느와르 영화들.

 

 대부의 말론 브란도, 첩혈쌍웅의 주윤발, 피가 튀고 주먹과 총알이 쏟아지는 음모와 폭력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우수어린 눈빛, 진한 가족애, 사랑에 심장이 뛸 줄 아는 인간미를 지녔기 때문이리라.

 

 이 모든 걸 충족시키는 또 한 편의 범죄 느와르 소설이 2013년 애드거 상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우리 곁으로 왔다. 이미 <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으로 하드 보일드 스릴러 대표작가로 잘 알려진 데니스 루헤인의 최신작 <리브 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가 바로 그것이다. 위의 두 작품이 영화화 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듯이 이 작품 또한 벤 애플렉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영화화 된다고 한다.

 

 표지가 이미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다. 짧게 깎은 머리에 중절모를 쓰고 담배를 문 한 사내의 옆얼굴, 내리 깐 시선과 솟은 광대뼈, 날카로운 턱선이 만들어내는 우울한 분위기, 흑백 영화 같은 컬러와 음영이 우리를 금지된 어둠 속으로 이끌고 간다. 책을 읽기도 전에 벌써 머릿속엔 담배연기 자욱하고 음악이 넘쳐흐르는 술집과 그곳에서 교태를 부리는 여자들의 웃음과 사내들의 기싸움이 눈에 보이 듯 선연하게 떠오른다.

 

 금주법이 존재하던 1920년대 술은 마약처럼 마피아들에 의해 밀조 밀매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엄청난 이익을 독차지 하기위해 조직들 간에는 피비린 내 나는 싸움이 벌어진다. 저자는 여기에 가족, 사랑, 배신, 음모 등을 덧입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들을 리얼리티하게 그려내고 있다.

 

 명망있는 경찰관 커글린 가문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조 커글린 그러나 집을 나와 강도질을 일삼으며 밤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되고 사랑해선 안 될 여인, 지역 조직 보스의 애인과 사랑에 빠지며 그 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회오리 바람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만다.

 

 저자는 조의 이야기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1부. 보스턴에서는 조의 방황하는 성장기와 아버지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2부. 이보르에서는 복역을 마친 조가 진짜 갱이 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이 그려져 있다.

3부. 폭력의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안정된 삶을 꾸리려하나 아내를 잃게 되고 아들과 조용히 여생을 살아가려는 마무리 과정이다.

 

 동서양을 통털어 너무나 익히 들어 본 진부한 싸구려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뻔한 이야기를 높은 문학적 평가를 받는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저자의 대단한 필력, 저마다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강렬한 클라이맥스와 반전의 숨막히는 흡인력, 탄탄한 플롯과 세밀한 재현을 통해 추구하는 리얼리티 등 범죄 느와르 소설이 갖추어야할 요건을 멋지게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점은 저자가 밤의 세계를 통하여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추구했다는 것과 금주법이 존재했던 시대의 사회상을 천착하는 예리한 시선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 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 삶이 지루하고 고루하게 느껴질 때 밤의 이야기에 빠져 보자

 

 어둠 속 인물들이 몸부림치며 간절히 원한 건 환한 낮이었음을

 태양이 떠오르는 새벽을 기다렸음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의 낮은 그 남자의 밤보다 아름답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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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나무의 노래 - 아름다운 울림을 위한 마음 조율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도나타 벤더스 사진 / 니케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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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소리가 좋았다. 20대 초반 답사를 위해 오르던 진안 마이산 계곡을 울리던 '두둥' 북소리. 귀를 열고 머릿속을 두들기고 기어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두들겨대던 북소리. 그 순간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호흡에 가장 가까운 소리가 북소리라는 느낌이 번개처럼 다가왔다. 이후로 한동안 북소리를 들으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혈관을 타고 세차게 떠돌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그 강렬함을 사랑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순간의 강렬한 두들김보다 먹물처럼 서서히 번지고 젖어드는 선율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해주었고, 언제부턴가 북소리보다는 첼로나 바이올린이 들려주는 영혼의 연주에 마음의 귀를 열게 되었다.

 

 깊고 어두운 영혼의 동굴 속 심연에서 울려나오는 첼로의 속깊은 울음.

너무나 여리고 섬세한 영혼이 찢겨지고 상처입었을 때 흐느끼는 바이올린의 울음.

 

 영혼을 울리는 첼로와 바이올린의 몸이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이 책이 악기를 만드는 과정과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줄 알았다. 척박한 환경의 고지대에서 2-3백년 넘는 세월동안 서서히 자란 가문비나무만이 울림의 소명을 받아 좋은 악기로 탄생한다고 한다.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가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놀랍고 마음이 묵직해져 갔다. 단순히 악기가 탄생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와 내적 깨달음에 관한 깊은 명상과 통찰을 다룬 책이었다. 그것도 신앙인으로서의 영성과 기도와 구도의 고귀한 자세가 책 전체를 경건하게 이끌어 주고 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만드는 바이올린 제작 아틀리에를 운영하는 저자 마틴 슐레스케는 작업장에서 악기를 만드는 일상에서, 비유적인 계시의 순간들을 통해 늘 깨어 있음으로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하며, 특별한 의미가 담긴 충만한 시간 카이로스를 보내야 함을 깨닫는다.

 

 자신의 일과 믿음에 대해 쓴 비유의 책 < 울림 - 삶의 의미에 관하여 >에서 각별한 문장을 엄선하여 펴낸 책이 바로 이 < 가문비나무의 노래 >이다. 사진작가 도나타 벤더스의 52장의 사진과 함께 악기를 만들고 조율하며 순간순간 조우하게 되는 삶의 지혜를 차분하고 진정성 담긴 연주로 빚어내어 읽는 이의 가슴을 조용히 적셔준다.

 

 한 번에 다 읽어서 가슴에 담을 책이 아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비춰보고 닦아내고 조율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음이 변한 첼로를 연주하며 막힌 음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연주자의 모습을 보며, 인간이 제음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안타까워하는 하느님의 심정을 느꼈다.'는 저자의 깨달음은 비단 종교인이기에 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악기를 만드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받들며 나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믿음의 대패질로 결을 다듬어 우리의 영혼을 울려주는 지혜와 사랑의 곡을 연주하는 삶의 자세. 우리는 자신의 일상과 직업과 일 속에서 얼마만큼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 하루하루를 불만과 원망과 탐욕으로 헛되이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겸허하게 자신의 마음을 날것 그대로 들여다 볼 일이다.

 

 나의 마음이 나의 영역을 벗어나 어지러이 떠도는 날

 맨발로 숲속의 흙길을 산책하 듯

 이 책을 읽으며 가문비나무의 노래에 가슴으로 귀 기울여 보라.

 

 어긋난 음을 내고 있는 마음의 현들을

 조율하는 부드러운 손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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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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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벽'이라는 말이 후두둑 소낙비처럼 다가왔다. 고치기 힘든 습관이나 버릇을 뜻하는 벽(癖)이란 글자가 붙는 말들이 여럿 있지만 감동벽은 처음 듣는 말이다. 아직도 웬만하면 멋지고 예쁘고 놀랍고 설레고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또 가슴 아프고 슬퍼서 웃음과 눈물이 과잉인 철없는 감수성을 한탄하고 사는, 내 증세에 딱 맞는 이런 어여쁜 이름이 있다니 프롤로그 첫 줄부터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그동안 감성을 건드리는 감각적이고 따스한 에세이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저자의 감수성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10년 동안 아무리 바쁘거나 힘들어도 1년에 한 번씩 유럽 여행을 떠나 삶의 지혜와 방향을 깨달았기에 그런 별빛 같고 햇살 같은 글을 쓸 수 있었나 보다.

 

 이 책은 대한항공이 33만 여행자와 함께 뽑은 유럽의 보석 같은 여행지 100곳에 대해 문학평론가 정여울이 사진을 곁들여 자신의 여행 단상을 풀어놓은 것이다.

 

 10개의 Chapter로 나누어 사랑을 부르는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갖고 싶은 유럽,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달리고 싶은 유럽, 도전해 보고 싶은 유럽, 유럽 속 숨겨진 유럽을 소개했다.

 

 마치 미술관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

 노을지는 바다에서 낮과 밤이 서로 잠시 인사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는 느낌

 보름달이 뜬 봄밤, 하염없이 날리는 벚꽃비를 맞으며 걷는 느낌

 산속 오솔길에서 스쳐지나간 비구니의 파르라니 깎은 뒷머리를 훔쳐 본 느낌

 끝없이 눈 내리는 밤, 외딴 오두막 벽난로 앞에 앉아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고독을 마시는 느낌

 그리고 철길 위에 서서 기차를 타고 떠나버린 연인을 기다리는 그리움 같은...

 

 수많은 감정의 파도들이 밀려왔다 밀려가며 유럽의 명소 100곳에서 저자가 뽑아내는 실타래로 뜨개질하는 색색깔의 옷들을 입어볼 수 있었다.

 

 오래 전 전해들은 신화작가 고 이윤기 님에 대한 일화가 있다. 여행 막바지에 일행들이 절에 들렸다가 가자고 하자 사양하면서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던지는 한 마디 '소천도 내겐 절집이네' 소천은 그의 아내의 호(號)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유럽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유럽이 아니고 여행이라고, 그 여행 또한 길을 떠나는 여행의 의미뿐만 아니라 마음의 빗장을 풀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뜻하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가진 여행자는 동네 뒷동산도 삭막한 도시도 멋진 엽서 속 아름다운 유럽 풍경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안방에 앉아서도 부처의 깨달음을 알 수 있다고.

 

 이 책을 읽고 멋지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유럽에 대한 여행의 유혹을 강렬하게 느꼈다면, 눈으로 잘 읽은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면, 가슴으로 잘 읽은 것이다.

 

 그 어떤 것이어도 좋다

 마음껏 사랑하고 그리워하라

 

 유럽은 언제나 우리의 그리움을 밤안개처럼 품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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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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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 제법 자아가 생기고 지적 호기심이 불타 오르던 중2, 친한 친구 몇몇은 쉬는 시간마다 모여 앉아 자매들의 연애와 결혼이야기로 열을 올리며 제인 오스틴을 안다는 것만으로 왠지 모를 지적 우월감을 느끼던 철 없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그저 재미있는 연애이야기로만 알았던 그 책이 돈과 결혼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관한 현실 풍자와 비판을 곁들인 역작임을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다.

 

 그러나 오히려 작가 제인 오스틴은 그 시대로서는 드물게 평생 독신으로 그것도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런 그녀의 삶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 바로 <오만과 편견>200주년 기념으로 출간 된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시리즈 제 1권 <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궁핍하게 살다가 41세의 일기로 숨을 거둔 그녀의 삶에 대한 연구는 유일한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언니 카산드라와 주고받은 편지와 일기의 상당 부분이 유실되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미국 CIA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저자가 기발하고 흥미로운 착상을 하기에 이르른다. 저자가 제인 오스틴의 기록을 발견하여 이것을 편집하고 세상에 알리게 되는 것이 소설의 출발이다. 자료를 기반으로 제인 오스틴의 삶을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탐정으로 재구성한 발상이 신선하고 놀랍다. 우리는 이로써 또 한 명의 유능한 탐정을 얻게 된 것이다.

 

 여자이기에 여러 가지 기회와 교육의 제한이 존재하던 시대, 여성의 인권과 지위가 낮았던 시대에 제인 오스틴 그녀는 생활의 안정을 얻기 위한 경제적 목적의 결혼을 거부하고 자립의 길을 찾으려고 한다.

 

 명민하고 당차며 자아가 강한 그녀는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던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로 파혼 후의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절친 이소벨의 초대를 받고 스카그레이브 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곧 닥치게 되는 이소벨보다 스물 여섯 연상인 남편의 느닷없는 죽음에 얽힌 실마리들을 풀어나가는 탐정의 역할을 맡게 된다.

 

 제인 오스틴의 기록을 따라가는 형식이니 만큼 실제 제인 오스틴의 글처럼 그녀의 문체와 삶을 복원해낸 점 그리고 어색한 문맥이나 엉성하거나 모호한 부분이 없이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힘 있는 전개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저자와 역자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그녀와 호흡을 함께 해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당대 왕실 법정의 재판 모습이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 생활풍속 등을 살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이야 말로 200년 전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을 써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제인 오스틴에게 저자가 헌정하는 한 편의 오마주가 아닐까 싶다.

 

 남과 달랐기에 쓸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았던 제인 오스틴

 

 그녀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주며 환히 미소 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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