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오만과 편견>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 제법 자아가 생기고 지적 호기심이 불타 오르던 중2, 친한 친구 몇몇은 쉬는 시간마다 모여 앉아 자매들의 연애와 결혼이야기로 열을 올리며 제인 오스틴을 안다는 것만으로 왠지 모를 지적 우월감을 느끼던 철 없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그저 재미있는 연애이야기로만 알았던 그 책이 돈과 결혼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관한 현실 풍자와 비판을 곁들인 역작임을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다.

 

 그러나 오히려 작가 제인 오스틴은 그 시대로서는 드물게 평생 독신으로 그것도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이런 그녀의 삶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 바로 <오만과 편견>200주년 기념으로 출간 된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시리즈 제 1권 <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궁핍하게 살다가 41세의 일기로 숨을 거둔 그녀의 삶에 대한 연구는 유일한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언니 카산드라와 주고받은 편지와 일기의 상당 부분이 유실되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미국 CIA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저자가 기발하고 흥미로운 착상을 하기에 이르른다. 저자가 제인 오스틴의 기록을 발견하여 이것을 편집하고 세상에 알리게 되는 것이 소설의 출발이다. 자료를 기반으로 제인 오스틴의 삶을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탐정으로 재구성한 발상이 신선하고 놀랍다. 우리는 이로써 또 한 명의 유능한 탐정을 얻게 된 것이다.

 

 여자이기에 여러 가지 기회와 교육의 제한이 존재하던 시대, 여성의 인권과 지위가 낮았던 시대에 제인 오스틴 그녀는 생활의 안정을 얻기 위한 경제적 목적의 결혼을 거부하고 자립의 길을 찾으려고 한다.

 

 명민하고 당차며 자아가 강한 그녀는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던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로 파혼 후의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절친 이소벨의 초대를 받고 스카그레이브 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곧 닥치게 되는 이소벨보다 스물 여섯 연상인 남편의 느닷없는 죽음에 얽힌 실마리들을 풀어나가는 탐정의 역할을 맡게 된다.

 

 제인 오스틴의 기록을 따라가는 형식이니 만큼 실제 제인 오스틴의 글처럼 그녀의 문체와 삶을 복원해낸 점 그리고 어색한 문맥이나 엉성하거나 모호한 부분이 없이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힘 있는 전개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저자와 역자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그녀와 호흡을 함께 해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당대 왕실 법정의 재판 모습이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 생활풍속 등을 살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이야 말로 200년 전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을 써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제인 오스틴에게 저자가 헌정하는 한 편의 오마주가 아닐까 싶다.

 

 남과 달랐기에 쓸쓸하고 곤궁한 삶을 살았던 제인 오스틴

 

 그녀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주며 환히 미소 지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