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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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은 태생적으로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 아니 그저 나쁘기만 한 남자들은 싫어한다. 나쁘면서 사랑에 대한 순정과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사내들, 그 탐미적인 악의 빛깔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런 나쁜 남자들의 밤의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느와르 영화들.

 

 대부의 말론 브란도, 첩혈쌍웅의 주윤발, 피가 튀고 주먹과 총알이 쏟아지는 음모와 폭력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우수어린 눈빛, 진한 가족애, 사랑에 심장이 뛸 줄 아는 인간미를 지녔기 때문이리라.

 

 이 모든 걸 충족시키는 또 한 편의 범죄 느와르 소설이 2013년 애드거 상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우리 곁으로 왔다. 이미 <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으로 하드 보일드 스릴러 대표작가로 잘 알려진 데니스 루헤인의 최신작 <리브 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가 바로 그것이다. 위의 두 작품이 영화화 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듯이 이 작품 또한 벤 애플렉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영화화 된다고 한다.

 

 표지가 이미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다. 짧게 깎은 머리에 중절모를 쓰고 담배를 문 한 사내의 옆얼굴, 내리 깐 시선과 솟은 광대뼈, 날카로운 턱선이 만들어내는 우울한 분위기, 흑백 영화 같은 컬러와 음영이 우리를 금지된 어둠 속으로 이끌고 간다. 책을 읽기도 전에 벌써 머릿속엔 담배연기 자욱하고 음악이 넘쳐흐르는 술집과 그곳에서 교태를 부리는 여자들의 웃음과 사내들의 기싸움이 눈에 보이 듯 선연하게 떠오른다.

 

 금주법이 존재하던 1920년대 술은 마약처럼 마피아들에 의해 밀조 밀매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엄청난 이익을 독차지 하기위해 조직들 간에는 피비린 내 나는 싸움이 벌어진다. 저자는 여기에 가족, 사랑, 배신, 음모 등을 덧입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들을 리얼리티하게 그려내고 있다.

 

 명망있는 경찰관 커글린 가문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조 커글린 그러나 집을 나와 강도질을 일삼으며 밤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되고 사랑해선 안 될 여인, 지역 조직 보스의 애인과 사랑에 빠지며 그 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회오리 바람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만다.

 

 저자는 조의 이야기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1부. 보스턴에서는 조의 방황하는 성장기와 아버지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2부. 이보르에서는 복역을 마친 조가 진짜 갱이 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이 그려져 있다.

3부. 폭력의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안정된 삶을 꾸리려하나 아내를 잃게 되고 아들과 조용히 여생을 살아가려는 마무리 과정이다.

 

 동서양을 통털어 너무나 익히 들어 본 진부한 싸구려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뻔한 이야기를 높은 문학적 평가를 받는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저자의 대단한 필력, 저마다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강렬한 클라이맥스와 반전의 숨막히는 흡인력, 탄탄한 플롯과 세밀한 재현을 통해 추구하는 리얼리티 등 범죄 느와르 소설이 갖추어야할 요건을 멋지게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점은 저자가 밤의 세계를 통하여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추구했다는 것과 금주법이 존재했던 시대의 사회상을 천착하는 예리한 시선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 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 삶이 지루하고 고루하게 느껴질 때 밤의 이야기에 빠져 보자

 

 어둠 속 인물들이 몸부림치며 간절히 원한 건 환한 낮이었음을

 태양이 떠오르는 새벽을 기다렸음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의 낮은 그 남자의 밤보다 아름답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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