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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거울아 거울아’는 르네상스 이탈리아 보르자 가문의 실존인물 루크레치아를 백설공주 이야기로 패러디한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책장에 첫 페이지에 있는 "이것은 사실이 아니더라도 잘 만들어진 이야기" 라고는 문구처럼 이 책은 등장인물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야기해 나간다.
‘오즈의 마법사’를 ‘위키드’라는 소설로 그리고 ‘백설공주’를 ‘거울아 거울아’라 재탄시킨 소설인 것이다. 어린시절 누구나 읽었던 책인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사실 ’백성공주‘가 모티브가 된 책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동떨어진 느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실존 인물이었던 루크레치아를 모델로 삼아 이야기를 해 나가기에 어느 정도 역사적인 바탕도 포함 되어있으며, 실제로 보르자 가는 근친상간, 독살, 간통, 음모, 살인, 미모, 성욕, 쾌팍주의, 친척드용, 교황의 과오 등의 소문으로 악명이 날렸다.
이 책의 주인공은 비안카이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주며 전개해 나가는 인물은 비안카의 계모역인 바로 루크레치아이다. 그녀는 비안카의 아이같은 심장을 부러워했으며, 순수함,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 그리고 굳은 의지력을 부러워했다. 그녀 또한 아름다움을 소지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안카를 시기, 질투함으로써 루크레치아는 책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것이다.
"거울을 단 하나의 정확한 질문, 거울이 신경 쓰는 유일한 질문을 할 수 있는 탈출구로 이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 어떤 사람인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거울을 빛나게 하는 빛의 비밀스러운 행동이 실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거울에 반사되는 이미지는 언제나 일이 분 정도 진실을 앞서 말한다. 하나의 질문이 만들어지는 동안(예컨대 우리 중에서 누가 가장 예쁘지? 아니면 오늘 내가 눈가 주름을 몇 개나 갖지 않은 척할 수 있지? 아니면 이것이 살인자의 얼굴인가?) 거울은 질문을 받기도 전에 그 답을 알고 있다."
p. 326
'거울은 질문을 받기도 전에 그 답을 알고 있다.‘라는 문구처럼 이 책속에 거울은 모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며, 또한 자신을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기도 하다. ’나는 거울이며, 거울은 나이기도 하다‘와 같은 문구가 이 책속에는 독자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시각의 변화와 함께 이 책에는 어지러운 부연 설명이나, 불필요한 에피소드는 담고 있지 않다.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했기에 동화적 이야기를 꿈꾼다며 그런 생각은 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내면세계에 대해 질문을 해주고 답을 해주는 책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어릴 적 누구나 읽었던 환상 같은 동화 이야기가 이렇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에 조금 놀라웠다. 그리고 종소리를 들으면 목욕을 하고 예배당에 기도를 하러 가는 난쟁이 하지만 언제나 가는 사이에 예배는 끝이 나고야 마는 삶 책을 다 읽으면서 나는 거울 통해 나를 보고 내게 질문을 했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거울은 바로 내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