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

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
천경환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12월

<형용사> 게으르니, 게을러 1. 당장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부질없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애정과 노력을 과도하게 투자하려는 성향이 있다. 2.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신경을 쓰려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 3. 고민 없이 달려가는 것보다는 멈추어 쉬거나 차라리 몇 발자국 물러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는 성향이 있다. 게으르다의 사전적 의미가 이렇다면 나도 천경환 건축가 처럼 아주 게으른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게으르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일상 생활속에서의 디자인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천경환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디자인은 아주 유명한 누구 누구의 뛰어난 디자인이 아니다.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볼 수 있는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물건에 숨겨져 있는 디자인의 힘이다. 작가가 아주 오랫동안 소지 하고 있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라 던지 아니면 매일 아침 바르고 다니는 아주 작은 왁스 용기의 디자인이라던지 이처럼 어느 유명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아주 소박한 곳에서 찾은 디자인이기에 더욱 관심있게 볼 수 있었던 책이다.

책속에 소개되어지는 디자인중에 각 나라의 화페가 있다. 작가가 여행중에 발견한 스위스의 돈 사실 책을 통해 처음 본 스위스의 돈은 작가의 소개처럼 화려하고 입체적이었다. 화페 디자인에 숨겨져 있는 각 나라의 모습이 참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대중이 사용하는 지하철에서의 발견, 비오는 쓰고 다니는 아주 흔한 하얀색 비닐우산, 모두가 발고 다니는 길바닥의 보도블럭의 디자인 이처럼 아주 흔하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디자인의 힘은 참 무섭다. 조금만 생각이 바뀌어도 상상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나온다. 어릴적 나도 아주 멋진 유명 디자인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너무나 세련되고 멋진 모습일거라는 허황된 꿈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주변의 아주 작은 것들이 주는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배웠다. 아주 작은 주변의 물건부터 시작되어지는 디자인의 무서운 힘... 천경환 작가는 독자에게 아마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무서운 힘처럼 늘 보고 있는 것들의 무서운 힘... 천경환 작가 아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재미있는 것들을 보았다. 또한 책을 보고 난 뒤에는 나도 내 주변의 물건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