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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필사 노트 - 백 번의 필사가 백 번의 사유가 되다
장자 지음, 임재성 편역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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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니 필사노트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일주일동안 직접 필사하고 남기는 리뷰입니다.


이번 리뷰는 '장자 필사 노트'입니다.

'백 번의 필사가 백 번의 사유가 되다' 란 부제를 달고 나왔습니다. 장자? 하면 어?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공자, 맹자 나아가서 노자? 정도까지는 아는데 장자는 누구냐? 하면... 꿈 속에서 나비꿈을 꾸니 내가 나비냐 나비가 꿈속에서 나를 꾼 거냐 하는 유명한 에피소드를 남긴 분이 장자입니다. #호접지몽 혹은 #나비의꿈 되겠습니다. 집안의 장자 생각하신 분도? 있겠지요 ㅎㅎ

자 장자님에 대한 궁금증은 각자 알아서 찾아보는걸로 하고 저는 순전히 필사러로써 이 필사노트(책) 리뷰에만 전념할께요.

요즘 필사책들 매우 잘 나옵니다.
제가 리뷰한 필사책만해도 10권은 넘을 것 같아요. 그러면 이 장자의 말이 담긴 이 필사노트는 어떤 느낌일까요?
간단히 평해보겠습니다.
첫번째, 제본 방식. 이 건 누드사출 방식? 이라고 하던가? 찾아봤는데 까 먹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서적 방식마냥 제본하는 방식이고 이 제본 방식이 필사책 혹은 노트에선 거의 기준으로 나옵니다. 쫙 펼쳐지기 때문에 쓰기 편하죠 (하지만 뒷장가면 높낮이가 생겨서 뭘 대고 쓰지 않으면 글씨가 망가집니다. 이건 이런 방식 모든 책이 다 그래요...) 그래서 이건 비교대상이 아니라 당연히 이런 방식이니까 통과 정도 되겠습니다.

두번째, 제가 의외로 신경 쓰는 부분인데요... 바로 '글밥'양입니다. 쉽게 말해 문장이 기냐 짧냐 이건데요... 제 1주일 필사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로 아침에 10분 내외의 루틴으로 출근전에 쓰는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글밥이 많으면 쓰기 싫어지고 글씨도 뒤로 갈수록 엉망이 됩니다. 필사는 손글씨 연습이 아니잖아요? 많이 쓰는게 좋을수도 있겠지만 핵심 문장 몇개만 공들여서 쓰면서 이 책 부제처럼 하루하루 다른 사유를 할 수 있으면 최고 아닌가 생각합니다. 100일중 7일만 정말 랜덤으로 펼쳐서(첫장과 마지막장만 골라 쓰고
나머지 5일은 랜덤으로 펼쳐서 쓴겁니다.) 쓴건데 글밥이 정말 만만하죠??? 전 이거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만점입니다.

세번째 저의 조건은 바로 '번짐' 정도입니다. 전 만년필로 필사를 합니다. 볼펜으로 하시는 분들에겐 별로 의미없는 조건이겠지만 또박또박 쓰면서 음미해보는 문장을 쓸땐 만년필 만한게 없지요. 그러다보니 잉크가 번지면 다음날(순서대로 쓴다면, 랜덤으로 써도 언젠가는) 상당히 곤란해 지는데요...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잉크 전용지보다 약간 더 비치는 정도에요(잉크 종류와 펜촉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그래서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하다 보여집니다.
굳이 점수 매기면 9/10점 정도됩니다.
전 센추리 만년필 UEF촉을 써서 매우 가는글씨를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부드럽게 써지는 것 보면 종이질이 굉장히 좋은것 같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9/10점. 이건 잉크 전용지를 탑재한 필사 노트가 아니라면 그냥 최고 점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네번째 조건은 매우 주관적인 조건인데요
바로 필사를 하면서 생각하기 좋으냐? 하는 점입니다. 이걸 한단어로 뭐로 해야 할진 모르겠는데 ㅎㅎㅎ 이 장자 노트는 말 그대로 단일 인물의 사상이 녹아들어 있고
사진처럼 순서대로 장자를 읽는 법도 있고 장별로 설명도 있더라고요. 랜덤으로 쓰다보니 한번 넘겹보지 않았으면 모르고 리뷰할 뻔 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책들도 탑재한 기능이긴 한데 오늘의 사유, 오늘의질문 그리고 오른쪽 필사쪽에 나의 대답을 한줄 적는 공간이 있어요... 즉 다른 좋은 필사책들이 가진 기능은 다 탑재했으면서 한 사람의 책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보다 일관된 생각을 해 나갈 수 있어서 좋고 장자가 쓴 다양한 편들을 읽는 방법도 제시해 주고 있어서 혹 책으로 접할 분들에게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줄것 같습니다. 솔직히 오늘의 한줄 이런 건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 따로 평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보통 일주일정도 필사를 하고 리뷰를 하면 내가 뭘 썼는지 잘 기억 안 나는데요 장자 노트는 문장이 짧아서 그런가 워낙 도움되는 문장이어서 그런가 이 문장이 생각이 납니다. '시시비비는 내가 더 옳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 문장 보고 띵했습니다. 제가 좀 젠체하는 그런 스타일인데요...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시비의 떡밥이 될 수 있다니!!!

50도 되었고 화를 내지 않아야 로또도 당첨된다는 드라마 속 대사를 상기하며 내가 더 부족하다란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자 합니다. 이런 결심 하나 만들어주는 책이 정말로 좋은 책 아닐까 생각해보며 오늘도 수많은 필사책 중에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필사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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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 - 나를 소모하지 않는 마음 수업
마스노 슌묘 지음, 한성례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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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은 비전비엔피에서 보내주신 책을 보고 격일로 필사를 하며 남긴 기록을 모아 리뷰 형태로 남김을 먼저 밝힙니다.


매일 아침 출근 전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10분 내외의, 나 자신을 대면하는 필사의 시간을 가끔 갖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서평이 아니라 진심으로 제 마음을 관통한 책을 만나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리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소설이 아님에도 이렇게 제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 책은 바로 마스노 슌묘 스님의 인생 통찰서, <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입니다.


올해 딱 50의 나이가 되기도 했지만, 10년 차 팀장으로서의 역할도 뭔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동시에 남편이자 아빠로서 가족의 행복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 제게 이 책은 "스스로를 소모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법"을 스스로 생각하며 깨우칠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일반 자기개발서들 보면 나 이렇게 해서 대단해졌으니 잔말말고 따라와~! 이런 느낌이라 몇장 안 넘기고 너 잘 났다 이러고 덮는게 다반사인데 이 일본의 선승께서는 이건 이럴수도 있으니 생각한번 해봅시다 라는 다정한 말투로 깨닫게 해주셔서 편히 그리고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다섯 장의 필사 기록을 바탕으로 그 깊은 울림을 정리해 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폐 끼치지 말아야지', '인정받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강박에 스스로를 가둘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을 꺼리고, 거절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 애쓰는 삶. 이런 태도가 과연 진정한 책임감일지, 아니면 스스로를 갉아먹는 소모적인 삶일지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폐'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참 무겁게 다가옵니다. 늘 부정적인 의미로만 여겼던 그 단어 속에, 사실은 타인과 연결되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는 스님의 해석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부탁을 하고 신세를 지는 것은 인간관계의 본질이며, 상호 관계 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깨달았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약함이 아니라, 진정한 강함을 드러내는 용기라는 사실은 그동안 혼자 짐을 떠안으려 했던 제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 시절, 하필 5월 초 군번이라 꽃가루 마시며 구르던 그 시절 잠들기 전 '오늘의 한마디'를 복명복창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의 순수함처럼, 저자는 직장 동료를 대할 때도 성급하게 나서서 도와주려 하기보다는, 묵묵히 곁을 지키며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달라"고 건네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배려인지 일깨워줍니다. 이것은 상대의 속도를 존중하는 고도의 배려이자,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의 위대함입니다. 무조건 도와주는 오지랖이 아니라, 상대가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곁에 있어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관계의 미학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책의 3장과 4장으로 넘어가며 만난 가르침들은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도움을 받았을 때 솔직하게 대응하는 법'이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법' 등은 평소 거절을 어려워하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 했던 저의 인간관계 방식에 반드시 필요한 조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가슴에 깊이 박힌 문장은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라는 구절입니다.


저는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귀감이 될 만한 좋은 사람도 아닙니다. 무슨 교육을 잘못 받았는지 남에게 지적받는 것에 예민하고, 늘 능력 있고 인정받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콤플렉스에 갇혀 있었습니다. 남에게 좋은 이미지만 보이려고 애쓰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는 솔직하지 못했던 지난날이 참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는 남들의 기준에 맞춘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으려 합니다. 내 약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며, 실수하면 인정하며 솔직하게 다가가는 사람이 되는 것. 내가 먼저 갑옷을 벗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체득했습니다. 기회의 뒷덜미를 억지로 잡으려 애쓰거나,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조금은 유연하게 흐름을 타는 법을 배웁니다.


아침마다 정성껏 필사하며 스스로에게 새긴 이 마음가짐은 제게 큰 위로이자 힘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솔직하게 세상을 마주하는 연습을 계속해 나가려 합니다. 혼자 떠안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삶, 그 여유를 배우게 해 준 이 책은 제 인생의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표지의 조각배처럼, 저 역시 제 인생이라는 강물에 욕심을 덜어낸 작은 배 하나를 띄워보려 합니다.

모든 짐을 다 짊어지려 하지 않고,

가끔은 신세도 지며,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

오늘부터는 더 가볍고, 더 솔직한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평온한 조각배의 마음으로, 오늘도 유유자적한 하루를 시작합니다.


추가하자면 필사하면서 스님의 말씀을 지친 내 마음속에

꾹꾹 눌러담아보는 것도 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읽는 것보단 쓰는 것이 더욱 더 와 닿기 때문이겠죠?

그런 의미로 필사책이 아니지만 필사책으로도 너무 좋은 책이었습니다.


#마스노슌묘 #혼자떠안지않는연습 #마인드셋 #마음수련 #필사 #자기계발도서 #자기계발추천

#독후감 #인생통찰서 #완독후기 #관계의미학 #솔직한사람이되는법 #필사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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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ㅣ 테마로 읽는 역사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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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1번째 책은 콜린 살터가 지은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입니다.

기원전 346년 스파르타인이 마케도니아에 보낸 편지를 필두로 세계 최초의 화산 폭발 묘사 편지, 구직자가 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헨리 8세의 연애편지, 통신 흐름을 바꾼 세계 최초의 우표...

그리고 "이 편지는 런던에서 시작되어~"로 알고 있는 행운의 편지의 유래부터, 최근 타이타닉호에 탑승한 노부부의 손목시계 경매로 다시 한번 회자된 마지막 편지, 인도 총리에게 쓴 그레타 툰베리의 편지까지 폭넓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1. 펜팔의 추억, 그리고 남의 편지를 훔쳐보는 재미

역사라고 하면 보통 연도 외우고, 전쟁 이름 외우고... 머리 아픈 암기 과목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네요.

제목 그대로 기원전부터 현대의 디지털 시대까지, 역사 속 인물들이 직접 쓴 100통의 편지를 모아놓은 책인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문득 잊고 지냈던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와 펜팔을 주고받으며, 어떤 편지지에 쓸까 고민하고, 밤새 꾹꾹 눌러쓴 글씨로 내 마음을 전하던 그 시절의 추억들...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우체통을 서성였던 그 설렘이 이 책을 보는 내내 오버랩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원래 남의 일기장이나 편지를 몰래 훔쳐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이라고 하던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마치 그 시대의 우체부나, 혹은 그 편지를 몰래 뜯어보는 관찰자가 된 듯한 묘한 기분이 듭니다.

왕과 여왕, 독재자와 혁명가, 예술가와 과학자... 위인전 속 박제된 인물들이 아니라, 고민하고 슬퍼하고 때로는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인간을 만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ㅎ

2. 잉크 자국과 필체에 담긴 그들의 민낯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순히 텍스트만 번역해 놓은 게 아니라 실제 편지의 원본 이미지를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구겨진 종이, 번진 잉크 자국, 긴급한 상황에서는 급하게 휘갈겨 쓴 필체... 이런 시각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니 그 당시의 긴박함이나 절실함이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었습니다.

내용들도 참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천재라고만 알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밀라노의 통치자에게 구직 활동을 하며 쓴 자기소개서(이력서)를 보면, 천재도 먹고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구나 하는 짠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타이타닉호 탑승자의 주머니에 보관되어 있던 마지막 편지들을 보면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서늘함도 들었습니다.

또한 8~90년대 한국을 뒤흔들었던 '행운의 편지'. 이 놈의 지긋지긋한 저주가 요즘 크라우드 펀딩이나 구독형 레터의 시초였지만, 나쁘게 말하면 사기였다고 하니 역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맞는 듯합니다.

3. 역사를 바꾼 한마디, "야, 전쟁 났대"

물론 소소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인 순간들도 편지 한 장에 담겨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결국 원자폭탄 개발(맨해튼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되었고, 한동안 영화로 주목받았던 원자폭탄의 남자 오펜하이머가 등장하는 편지에 막상 원자폭탄이란 말은 등장하지도 않는다고 하니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무서운 국제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합니다.

또한 가장 와닿았던 편지는 진주만이 공습을 받자 단 여덟 글자로 "훈련이 아니다, 실제 공습이다"라고 전한 전보 내용인데... 왜냐하면 저에게도 비슷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1996년 가을, 논산에서 신병 훈련을 받고 대전에서 6주간 통신병 후반기 교육을 마친 뒤 홍천의 한 부대에 배치받은 저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이젠 추억의 단어가 돼버린 '강릉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 벌어진 날 새벽.

피부병으로 막사에서 분리되어 텐트에서 자고 있던 저에게 들이닥친 분대장이 내뱉은 말은 제 평생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저 진주만 공습을 알린 내용과 비슷합니다.

"야, 전쟁 났대. 진짜래."

전 아직도 불안과 공포 사이에서 이 말을 전하던 분대장의 얼굴과 목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저 전보 내용도 그런 모습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다만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아쉬웠던 건, 우리나라의 편지 한 통도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입니다.

바로 학창 시절 교과서에 한 번은 실렸을 법한, 450년 전 고성 이씨 이응태의 미망인이 작성한 '원이 아버지에게(사부곡)' 말입니다. 죽은 남편을 향한 절절한 편지는 꼭 세상을 뒤흔든 편지가 아니더라도, 모든 이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 만한 그런 편지인데 말이죠. 원작가에게 한국에도 이런 편지가 있음을 꼭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된다, 편지가 만든 역사

이메일과 카톡이 지배하는 요즘 세상에, 꾹꾹 눌러 쓴 손편지가 주는 감동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봐야 하는 유물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그런 저에게 평소 참 좋아하는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된다."

이 책에 실린 100통의 편지들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역사란 결국 거창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쓴 그 날의 오늘, 그리고 그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거대한 내일이 아닐까 하는...

100통의 편지 속에 담긴 분노, 슬픔, 사랑, 그리고 희망... 그 날것 그대로의 감정들이야말로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진짜 세계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면 묵직한 인간사를 경험하게 되는 책. 역사의 뒷이야기가 궁금하거나,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엿보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며 서평을 마칩니다.


#100통의편지로읽는세계사 #콜린살터 #역사 #세계사 #편지 #인문학 #책리뷰 #서평 #베스트셀러 #독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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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미드를 300번 보면 생기는 일 - 미드 1만 시간 본 국내파의 영어 생존 전략
안수아 지음 / 넥서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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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흔다섯 번째로 읽은 책은,
미드를 무려 1만 시간이나 보셨다는 순수 국내파 영어 고수, 수아바나나(안수아) 님의 『같은 미드를 300번 보면 생기는 일』입니다.

최근 영어 필사 100일 챌린지도 하고 문장 만드는 법 등 나름대로 영어 공부를 계속해왔는데도,실력이 제자리인 것 같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영어 자막을 만들어보겠다고 '늑대개'라는 미드를 붙들고 끙끙댔던 기억이 나서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어 새로운 시각의 영어 학습법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한때 '1만 시간의 법칙'이나 '쉐도잉' 기법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지요.
요즘 유튜브에는 정말 다양한 영어 학습법이 소개되고 있고요.
저도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솔직히 꾸준히 이어가는 학습법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영어 필사 챌린지는 100일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왜 문장들은 볼 때마다 새로울까요. ㅎㅎㅎ

그래서 과연 미드를 300번 보고 나면 정말 영어 귀가 트일지, 그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자는 우리에게 무작정 300번, 1만 시간을 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생각보다 분석적이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분이시더군요.
저자가 성공했다고 그대로 따라 해서 성공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어려운 영어 스킬이나 문법을 계속해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12년간의 독학 경험을 바탕으로,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미드 속 캐릭터를 사랑하고,
최소 10번은 반복해서 보고,
그리고 직접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
이 세 가지만 지키면서 딱 한 가지,
'동사'에만 집중하며 재미있게 미드를 즐겨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저는 크게 두 번, 머리가 '띵' 해지는 듯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는 '한 문장, 한 동사' 원칙이었습니다.
여태껏 그 어떤 책에서도 to부정사나 동명사를 왜 써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아주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영어는 본래 한 문장에 동사 하나만 쓰는 게 원칙이라,
동사가 또 나오면 to를 붙이거나 동명사로 만들어 그 역할을 바꿔준다는 것이었죠.
동사를 '죽여버린다'는 저자의 표현이 좀 과격했지만, 그 덕분에 복잡했던 문법 규칙이 단번에 이해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놀랐던 부분은 발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버터 발음이나 연음을 잘하는 비법을 알려줘서가 아니라, 바로 이 한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발음이 원어민들이 내는 발음이다."
늘 교재 속 발음과 실제 원어민 발음이 달라서 '왜 저렇게 제멋대로 말할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사실 가장 편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방법이었던 것이죠.
그들의 발음은 오랜 시간 동안 가장 효율적인 소리로 발전해왔을 텐데, 문화권이 다른 제가 그들의 발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생각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영어를 접한 지 거의 35년 만의 깨달음이었습니다. ㅎㅎ

이처럼 이 책은 장황한 영어 기법을 알려주며 복잡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저 미드를 10번 반복해서 보면서 그때그때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배움의 방향을 제시해 줄 뿐입니다.
그러면서 '재미'와 '반복', 그리고 '동사'의 변화에 익숙해지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요.

당장에 영어를 잘하는 비법을 원하신다면 이 책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오랫동안 해온 영어 공부가 더 이상 늘지 않아 고민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때,
스트레스 없이 영어 능력을 키워가고 싶을 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 중간에 저 같은 초보가 보기에 좋은 OTT 드라마 몇 편이 소개되어 있는데,
저는 거기서 '웬즈데이'를 골라 이 책의 학습법을 따라 해볼 생각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아담스 패밀리'를 처음 접했던 시기가 영어를 처음 배우던 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시절 달달 외우기만 하던 공부법을, 이제는 반복을 통해 즐기는 학습법으로 바꿔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새롭게 영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훌륭한 가이드북, 『같은 미드를 300번 보면 생기는 일』 리뷰를 마칩니다.

#같은미드를300번보면생기는일 #미드영어학습법 #미드학습법 #미드영어 #수아바나나 #국내파 #영어공부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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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인지 요구인지 확실히 말해 -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선 긋는 법
김현정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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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흔 한 번째 리뷰는 김현정 작가님의 부탁인지 요구인지 확실히 말해이다.

​

이미 밝혔듯 나는 자기계발서를 썩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책들은 더욱 그렇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먼저 마음을 여세요" 같은 뜬구름 잡는 조언들은,

정작 타인의 무례한 요구와 무책임한 감정 앞에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억누르다 보면, 결국 내 마음만 너덜너덜해지는 결말을 수없이 겪어왔다.


그런데 최근, 운명처럼 나를 위한 책 두 권이 연달아 찾아왔다.

『렛뎀』이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그 시간에 나의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지 고민하라고 설득했다면,

이 책 『부탁인지 요구인지 확실히 말해』는 시작부터 달랐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부터,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은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온 이들을 위한 심리적 안내서입니다.

...조금은 까칠해도 괜찮습니다.

나를 지키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요."

​

이 책은 '착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나를 지키는 무례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법을 알려준다.

내가 직접 필사한 문장들을 통해, 이 책이 어떻게 나의 무너진 관계의 경계선을 다시 세워주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




내 감정의 책임자는 오직 '나'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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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타인의 감정에 휘둘린다.

상대가 화낼까 봐, 실망할까 봐, 혹은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내 감정을 숨기고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다.

하지만 책은 단호하게 말한다.

"내 감정은 내가 책임지고, 타인의 감정엔 휘둘리지 않으며" 살아야 한다고.

진짜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상대방의 기분에 집중하느라 내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과거의 나에게,

이 책은 "감정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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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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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그토록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걸까?

이 책은 그 허상 뒤에 숨겨진, 거절당하기 싫은 두려움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정확히 짚어낸다.

거절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경계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자기 존중의 표현이었다.

건강하게 거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를 지키고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나를 위한 삶을 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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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필사하며 가장 많이 마주한 단어는 '나'였다.


"타인의 기대보다 나의 기준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사람",

"자신을 지키고 존중하는 마음"...

결국 모든 관계의 중심에는 '나'가 있었다.

내가 단단히 서 있지 않으면, 어떤 관계도 모래성처럼 위태로울 뿐이다.

타인의 시선과 요구에 낭비하던 에너지를 거두어,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지키는 소통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식의 허황된 약속을 하지 않는다. 대신, 수없이 상처받고 괜찮은 척 웃어넘겨야 했던 우리의 마음에 다가와, "조금은 까칠해도 괜찮아. 네 마음부터 챙겨"라고 다정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을 건넨다.

『렛뎀』에 이어 이 책까지, 남의 감정이 아니라 '나'를 챙기라는 메시지를 연속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제는 남의 감정을 살피기보다 내 감정이 어떤지부터 먼저 살피는, '나'를 아끼는 그런 사람이 되리라 다짐해본다.


만약 당신도 더 이상 '착한 사람'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이 아주 훌륭한 탈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만, 마음이 아플 때마다 꺼내어 두고두고 읽어야 할 책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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