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미드를 300번 보면 생기는 일 - 미드 1만 시간 본 국내파의 영어 생존 전략
안수아 지음 / 넥서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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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흔다섯 번째로 읽은 책은,
미드를 무려 1만 시간이나 보셨다는 순수 국내파 영어 고수, 수아바나나(안수아) 님의 『같은 미드를 300번 보면 생기는 일』입니다.

최근 영어 필사 100일 챌린지도 하고 문장 만드는 법 등 나름대로 영어 공부를 계속해왔는데도,실력이 제자리인 것 같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영어 자막을 만들어보겠다고 '늑대개'라는 미드를 붙들고 끙끙댔던 기억이 나서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어 새로운 시각의 영어 학습법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한때 '1만 시간의 법칙'이나 '쉐도잉' 기법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지요.
요즘 유튜브에는 정말 다양한 영어 학습법이 소개되고 있고요.
저도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솔직히 꾸준히 이어가는 학습법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영어 필사 챌린지는 100일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왜 문장들은 볼 때마다 새로울까요. ㅎㅎㅎ

그래서 과연 미드를 300번 보고 나면 정말 영어 귀가 트일지, 그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자는 우리에게 무작정 300번, 1만 시간을 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생각보다 분석적이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분이시더군요.
저자가 성공했다고 그대로 따라 해서 성공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어려운 영어 스킬이나 문법을 계속해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12년간의 독학 경험을 바탕으로,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미드 속 캐릭터를 사랑하고,
최소 10번은 반복해서 보고,
그리고 직접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
이 세 가지만 지키면서 딱 한 가지,
'동사'에만 집중하며 재미있게 미드를 즐겨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저는 크게 두 번, 머리가 '띵' 해지는 듯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는 '한 문장, 한 동사' 원칙이었습니다.
여태껏 그 어떤 책에서도 to부정사나 동명사를 왜 써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아주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영어는 본래 한 문장에 동사 하나만 쓰는 게 원칙이라,
동사가 또 나오면 to를 붙이거나 동명사로 만들어 그 역할을 바꿔준다는 것이었죠.
동사를 '죽여버린다'는 저자의 표현이 좀 과격했지만, 그 덕분에 복잡했던 문법 규칙이 단번에 이해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놀랐던 부분은 발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버터 발음이나 연음을 잘하는 비법을 알려줘서가 아니라, 바로 이 한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발음이 원어민들이 내는 발음이다."
늘 교재 속 발음과 실제 원어민 발음이 달라서 '왜 저렇게 제멋대로 말할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사실 가장 편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방법이었던 것이죠.
그들의 발음은 오랜 시간 동안 가장 효율적인 소리로 발전해왔을 텐데, 문화권이 다른 제가 그들의 발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생각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영어를 접한 지 거의 35년 만의 깨달음이었습니다. ㅎㅎ

이처럼 이 책은 장황한 영어 기법을 알려주며 복잡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저 미드를 10번 반복해서 보면서 그때그때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배움의 방향을 제시해 줄 뿐입니다.
그러면서 '재미'와 '반복', 그리고 '동사'의 변화에 익숙해지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요.

당장에 영어를 잘하는 비법을 원하신다면 이 책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오랫동안 해온 영어 공부가 더 이상 늘지 않아 고민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때,
스트레스 없이 영어 능력을 키워가고 싶을 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 중간에 저 같은 초보가 보기에 좋은 OTT 드라마 몇 편이 소개되어 있는데,
저는 거기서 '웬즈데이'를 골라 이 책의 학습법을 따라 해볼 생각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아담스 패밀리'를 처음 접했던 시기가 영어를 처음 배우던 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시절 달달 외우기만 하던 공부법을, 이제는 반복을 통해 즐기는 학습법으로 바꿔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새롭게 영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훌륭한 가이드북, 『같은 미드를 300번 보면 생기는 일』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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