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웅 오다 노부나가 3
아베 류타로 지음, 노재명 옮김 / 자음과모음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아베 류타로 :
1955년 후쿠오카 현 출생. 국립 구루메 고교 졸업 후 도쿄로 올라옴. 이후 도서관에서 근무하며 동인지에 작품을 발표. 1989년 < 주간 신조 ( 週刊新潮 ) > 에 ' 피의 일본사 ' 를 연재, 일본 전역에 충격을 주며 데뷔. 그 뒤 잇따라 역작을 내놓으며 일본 역사소설 차세대 선두주자로 부상. 이 작품을 비롯, ' 방황하는 천황 ', ' 세키카하라 연판장 ' 이 야마모토상 후보작에 올랐다. 그 밖의 작품으로 ' 오사카 성의 비밀 ', ' 신에게 고함 ' 등이 있다. ( 이상 ' 효웅 오다 노부나가 ' 의 저자 소개를 인용 )

아베 류타로의 ' 효웅 오다 노부나가 ' ( 도서출판 자음과 모음 ) 를 읽었습니다. 앞부분에 있는 저작권 관련 글을 보니 원제는 ' NOBUNAGA MOYU ' 라고 되어있던데 노부나가 불사르다, 불태우다 정도의 뜻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첫째, 시간적 배경을 1581년 초부터 혼노지 정변까지의 1년 반으로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비슷하게 혼노지 사건을 소재로 삼은 이케미야 쇼이치로의 ' 파천황 오다 노부나가 ' 가 노부나가와 미츠히데의 만남에서 시작해서 미츠히데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끝맺는 것이나, 노부나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그 밖의 다른 많은 소설들이 노부나가의 전반적인 일대기를 다룬 것과는 크게 차별화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둘째는 ' 기요 ' 라는 이름의 서술자를 설정하여 상당히 객관적인 태도로 당시의 상황을 그려나갑니다. ( 물론 기요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 ) 르포와 3인칭 소설을 혼합하는 꽤 독특한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이자와 모토히코의 ' 야망패자 ' 에서 모치즈키 세이노스케라는 가공 인물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와 인물을 기술하는 방법과 비교하여 또다른 맛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셋째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내면적인 갈등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등 캐릭터들의 인간미가 두드러져 보이게하는 수법을 썼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노부나가가 오기마치 천황을 물러나게 하고 사네히토 친왕을 즉위하게 한 다음, 다시 사네히토 친왕의 아들 가운데 자신의 양자로 삼은 사람에게 양위하게 하여 스스로 태상천황의 자리에 올라 섭정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노부나가는 이런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서 많은 내적 갈등을 겪는데, 흔히 ' 오와리의 멍청이 ' 로 알려진 개망나니 모습이나 겉으로만 알려진 ' 천재 또는 광인 ' 이라는 평가와는 또다른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부나가에게 맞서 조정의 권위를 지켜내려는 귀족 세력의 대표격인 고노에 사키히사가 노부나가 참살을 결정하면서 겪는 갈등 또한 아주 사실적인 느낌으로 잘 그려냅니다. ( 오다 노부나가 vs 고노에 사키히사 )
그 밖에 미츠히데가 노부나가의 뜻을 받들어 모리 군단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사키히사의 뜻을 따라 노부나가를 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과 히데요시가 사키히사의 계략을 알고도 이를 노부나가에게 보고하지 않고 구로다 조스이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의논하며 자신이 오다 가문을 대신하여 천하를 거머쥐려는 야심을 품는 장면 또한 대단히 멋들어집니다. ( 아케치 미츠히데 vs 하시바 히데요시 )
이와 같은 노부나가와 사키히사, 미츠히데와 히데요시의 크고 작은 갈등 구조 속에 노부나가와 하레코 ( = 사네히토 친왕의 부인 ) 의 사랑 이야기 ( 불륜! 아님 로맨스? ㅎ ㅎ ) 를 끼워넣은 것 또한 다소 특이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나 사랑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등 전체적으로 글의 서술에 있어 현대적인 기술 방식을 많이 채택하여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시나리오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책의 첫번 째 章 을 시작하면서 얼마 있지 않아 바로 혼노지에서의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가장 영화스러운 느낌을 많이 갖게 합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결말을 처음에 제시한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아쉬운 점을 지적한다면 모리 란마루를 모리 노부오, 니와 나가히데를 단바 나가히데, 다케다 가츠요리를 다케다 가츠타노로 표기하는 등 간간히 눈에 띄는 인명과 지명의 번역상 오류는 조금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일본의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로선 임진왜란과 한일합방과 같은 조선 침략을 떠올리며 불쾌해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여기서는 한 선교사가 노부나가에게 조선 쪽이 아닌 아메리카 개척 ( ㅡ.ㅡ;; ) 을 제안했다는 ' 발상의 대전환 ' 을 보여주는 것이 참신했습니다. 이 책 역시 fiction 으로 분명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습니다.
혼노지 일에 대해 그동안 많이 알려진 미츠히데 단독 범행설이 맞는지, 아니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흑막설이 옳은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제 주관적인 견해로는 소심한 미츠히데의 성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흑막설이 더 그럴 듯해 보입니다만... 진실은 저 멀리에 있는 것... 그냥 흥미삼아 한 번 읽어보면 될 일일 듯 합니다. 일본 전국시대를 무대로 삼고 있다라는 것 뿐... 거의 영화같은 현대 소설로 생각하고 읽으셔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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