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이전의 언어는 우리 것과 달라, 그 낱말만 들으면 사물의본질이 저절로 떠올랐다. 애초에 이름을 아무렇게나 붙이지 않고 음성에 사물의 본질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벨탑을 쌓은 죄로인간은 아담의 언어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때부터 언어는 더 이상이름 하지 못하고, 자의적인 기호가 되어버린다. 자의적‘이라는 말은 ‘제멋대로‘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바벨의 언어는 제멋대로 붙인 딱지이기에, 그 음성을 들어도 그 안에 사물의 본질이떠오르지 않는다.
제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 때 아무렇게나 지어주는가? 애써 그 이름 안에 아이가 커서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을 담으려애쓰지 않는가. 옛날에 인간들은 사물에 이름을 붙일 때 마치 제 자

식에게 이름을 주듯이 그렇게 붙였다. 하지만 바벨의 타락 이후에 모든 이름은 한갓 자의적 기호가 된다. 심지어 인간의 이름마저도.
기억하는가? 학창 시절 우리는 가끔 이름이 아니라 번호로 불렸다.
37번, 나와!" 아직도 이 사회는 내 정체성을 주민등록번호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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