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이 창조한 것

예술계가 자격을 부여하기만 하면 세상의 모든 게 예술 작품이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뒤샹이라는 예술가가 창조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예술 작품은 아닐 거다.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샘을 만든 것은 변기 공장의 노동자들일 테니까.
그럼 그는 과연 무엇을 창조한 걸까? 그것은 바로 ‘코드(code)‘, 즉 하나의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관습이다. 그가 샘을 전시회에 보냈을 때, 사회에는 아직 변기에 예술 작품의 자격을 부여하는 관습(코드)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엔 커튼이 드리워져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예술계는 분명히 이 작품에 예술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현대 미술에 관한 책을 들춰보라. 이 작품은 틀림없이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을 거다. 이 차이를 낳은 것은 무엇일까? 물론 변기를 전시회에 보낸 뒤샹의 장난이다. 이 장난을 통해 결국 그는 새로운 코드를 창조했다. 변기까지도 예술 작품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그런 코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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