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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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집주인은 나에게 자기 신세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이웃의 어느 농부와 계약을 맺고 늪을 개간하는 일에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삽과 늪지대용 곡괭이를 써서 늪을 개간하면 1에이커당 10달러를 개간비로 받고, 또 그 땅을 1년 동안 비료를 써서 경작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조건이었다. 얼굴이 넓적한 아들은 아버지가 얼마나 불리한 계약을 맺었는지 알지 못한 채 그의 곁에서 즐거운 마음으로일을 해온 것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경험을 토대로 그를 돕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근처에 사는 이웃 중 한 사람이라는 것과 낚시나 다니며 빈둥빈둥 노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나 자신도 일을 해서 먹고산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가 밝고 깨끗하고 아담한 집에 살고 있으며, 그의 집처럼 낡은 집을 1년 동안 세내는 금액만을 가지고도 내 집을 지었으며, 그도 원한다면 한두 달 안에 궁전 같은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더니 존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아내는 양손을 허리에 대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들 부부는 자신들에게 그런 생활을 시작할만한 넉넉한 밑천이 있는지, 또 일단 시작하면 그것을 계속해낼 만한 산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 같았다. 그런 생활은 그들에게는 추측항법에 의해 배를 모는 것과 같아서 어떻게 해서 항구에 도착할지 뚜렷한 방법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내 생각에 그들은 아직도자신들의 방법대로 용감하게 인생에 달려들어, 얼굴을 직접 맞대고 물어뜯고 할퀴고 있으리라. 인생의 거대한 기둥들에다 잘 듣는 쐐기를 박아 갈라놓은 다음 하나하나 부수어 해결해가는 기술을 갖지 못한 이들부부는 마치 엉겅퀴나무를 다루듯 인생을 거칠게만 다루려고 한다. 하 지만 그들은 엄청나게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 존 필드는 안타깝게도 계산 없이 살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이 미국에 건너온 것을 잘한 일로 생각하는데, 그 이유가 이곳에서는 차와 커피와 고기를 매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참다운 미국은 그런 것들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생활양식을 자유로이 추구할 수 있는 그런 나라여야 하며, 또 노예제도나 전쟁을 국민이 지지하도록 국가가 강요하고, 그런 물건들을 사용하는 데서 직접 간접으로 초래되는 쓸데없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도록 강요하는 일이 없는 나라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마치 그가 철학자이기라도 한 것처럼 또는 철학자가 될 의향이 있는 사람인 것처럼 이런 이야 기를 그에게 진지하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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