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번지면 여길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미도리에게 말했다. "지금은 풍향이 반대라서 괜찮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고 바로 저기가 주유소잖아. 내가 도와줄 테니까 짐 챙겨"
"별로 중요한 것도 없어." "그렇지만 뭐라도 있겠지. 통장이나 인감이나 증서 같은 거. 일단 돈이 없으면 안 되잖아."
"괜찮아. 난 도망 안 갈 거니까."
"여기가 불에 타도?"
"응, 죽어도 괜찮아."
나는 미도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미도리도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말이 어디까지 진심인지 농담인지 도무지 알수 없었다.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알았어. 같이 있을게, 너랑."
"같이 죽어도 좋아?" 미도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설마. 다급해지면 난 도망칠 거야. 죽고 싶으면 너 혼자 죽으면 돼."
"거참, 냉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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