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를 만나기 전,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고 외로운 곳이었는지 이경은 기억했다.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무리를 이뤄 다니는 아이들과도 좀체 어울릴 수 없었던 기억. 아무리 아이들을 따라 하려고, 비슷해지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않았고, 자기 자신이라는존재를 애써 바꿔보려 했지만 불가능했으며, 그렇다고 바뀌지 않는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날 용서해줄래." 수이는 그렇게 말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널 힘들게 했다면, 그게 뭐였든 너에게 상처를 주고 널 괴롭게 했다면." 이경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이경은 수이의 오해에 마음이 아팠다.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갈망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린 건데. 용서를 구해야 하는 쪽은 네가 아니라 나라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경은 수이의 그 말이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짐작했다. 수이는 이미 그때 이 연애의끝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너지기 직전의 연애, 겉으로는 누구의 것보다도 견고해 보이던 그 작은 성이 이제 곧 산산조각날 것이라는 예감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용서를 비는 수이를 보며 이경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알지 못했다. 너에겐 아무 잘못이 없어, 넌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조차 수이에게 상처를 입힐 것 같아서였다. 이경은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수이의 동그랗고 부드러운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고, 그건 수이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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