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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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거 같아요. 어떤 단어를 어떤 어휘를 어떤 문장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양하잖아요. 얼마 전에 읽은 김훈 작가는 거칠고 중후한 남성의 필체가 고스란히 느껴졌는데요.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시리즈 중에서 '산책'이라는 작품에서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느껴졌어요. 모두에게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산책이라는 제목 때문일 수도 있을 수도 있지만, 단지 그것뿐이 아니었는데요. 아쉽게도 내용은 전혀 그렇지가 않네요.

 

 

서울 변두리 신도시. 신도시답게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데요. 아니 서울 변두리였기에 가능한 편의 시설이라고 해야 할까요? 넓게 빠진 구조로 실제 평형보다 넓은 집은 환한 햇살이 들어오고, 잘 꾸며진 산책로와 다양한 테마의 단지 안의 공원들에서 친환경을 생활화하고, 물을 뿜어내는 분수와 아이들이 넘쳐나는 놀이터는 삶의 여유가 느껴지네요. 하지만, 서울 변두리! 집값은 서울의 반의반? 그리고 입주민들의 갑질까지..

서울 강남. 최고 집값을 자랑하는 그곳은 영끌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좁은 집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면서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조회하는 낙에 살아야만 한답니다. 그래도 1억씩 팍팍 올라주니 내 돈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긴 하겠네요.

과연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일까요? 각자의 삶은 각자의 방식이 있다고 하니 함부로 비난하진 못하겠네요. 하지만, 윤경과 여경 자매의 삶은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듯해요. 우리는 어떨까요? 집은 사는 (live)가 아니라 사는 (buy)라는 농담처럼, 물질에 치이고 삶에 치이고 사람에게 치이면서 살고 있지 않나요? 김이은 작가의 '산책'은 희망을 주는 결말은 아니었어요. 질문만 남기는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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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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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부표는 내가 아는 그 부표가 맞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던 책이었는데요.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그것? 사실 정확히 어떤 용도인지, 왜 거기에 있는 건지, 어떻게 그 자리에 있는 건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생소한 물건이었는데요. 아니,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굉장히 낯선 단어였어요.

 

 


이야기는 2년마다 바다 한가운데 무거운 추와 두꺼운 쇠사슬로 고정되어 떠있는 부표를 수거하고 새로운 것으로 설치하는 주인공의 작업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네요.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작업이 진행되는지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겹치면서 나오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짧은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일확천금을 노리며 큰소리만 치던 아버지. 빌런도 아니면서 항상 패배하던 아버지. 훌쩍 떠났다가 훌쩍 돌아와 그동안 번 돈을 보여주기만 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어이없이 뺑소니로 돌아가시고 삼우제를 앞둔 날이었거든요.

그동안 수고한 낡은 부표는 중요 부품을 새로운 부표에게 넘기고 재활용하기 위해 갑판 위에 놓여있었고, 이리저리 삶에 치인 늙은 아버지는 예비군 훈련 때 작성한 장기기증 서약을 실천한 후에 한 줌의 재가 되어 나무 아래 잠드셨네요. 부표와 아버지.. 너무도 다른 둘이 이렇게 연결되는 이야기였는데요. 마지막 문장을 읽고서야 숨을 쉴 수가 있었네요. 너무 몰입해서 읽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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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분 이해하는 사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주원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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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살짝 당황했는데요. 분명히 한국어인데 외계어를 읽는 느낌? 분명히 한글인데 살짝 난감한 대화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당황하면서 읽었는데요. 요즘 고등학생 2명이 학교 옥상에서 십분만에 이해하는 사이가 되는 이야기였거든요.

한 명은 뛰어내리려고 하고, 한 명은 말리려고 하는 상황에 서로 안면이 1도 없던 이들이 십 분동안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의 대화만큼이나 당황스런 전개였는데요. 그들은 어떤 사연이 있고,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되는 걸까요? 결말로 참 당황스런 반전이 있네요.

두번째 소설도 만만치 않게 황당한 이야기였어요. 제목부터 흥미진진합니다. 빈둥빈둥 누나집에 빌붙어사는 우주맨의 자기소개서라고 하네요. 읽어보니 정말 자기소개서입니다.

 

 

교사였던 아버지를 만나러 갔던 어린 시절,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형을 구해주고선 그 형에게 우주맨의 자격을 얻게된 주인공. 그의 능력은 놀랍게도 마음 속으로 숫자 다이얼을 소환하여 전화를 걸 수 있다네요. 그런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괴된 조카를 위해 능력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조카를 위해 능력이 사라진다는 기억삭제 버튼까지.. 믿거나 말거나 우주맨의 자기소개서는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웃프기까지 하네요.

또 이렇게 흥미로운 한국 작가를 알게 되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유명한 외국 작가도 이렇게 한국스러운 이야기를 이렇게 한국적인 감정과 말투로 만들어내지 못할거란 생각이 듭니다. 현대 사회의 아픈 단면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다니.. 그렇기에 그는 유일무이한 작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인데요. 조만간 제목부터 흥미로운 그의 데뷔작 ‘피터팬 죽이기’도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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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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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남자친구 고양이 미래의 장례식 이야기인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와 오늘 하루 살아가기 바쁜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옥탑방 정착기인 '사소한 사실들'. 이렇게 두 편의 짧은 소설이 담긴 책이었는데요.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한 예술창작 분야 선정 작가들의 작품집 10권 중에서 첫 번째로 읽은 책이었답니다.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제목인데요. 어떤 내용일지 가늠이 되시나요? 저는 그래서 더 궁금했던 책이었어요. 게다가 노란색과 검은색의 표지까지 눈에 띄어서 제일 먼저 읽게 되었는데요. 다 읽고 나니 제목의 의미를 알겠더라고요. 읽은 사람만 아하!라고 외칠 수 있는 제목. 궁금하신가요?

 



2편의 짧은 단편에 담긴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의 이야기였거든요. 아니 어울릴 수가 없는.. 결혼을 앞두고 돈을 가지고 도망간 남자친구의 배신, 부족한 돈 때문에 힘들었고 벗어나고 싶었던 엄마의 품.. 누군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주기 힘들었던 그들에 대한 이야기. 우리 주변에 있는 그 누군가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네요. 정말로 떠나지는 못하지만요. 겨울에 확장공사로 잠시 쉬는 아르바이트 기간동안 어디로 여행 가냐는 질문에 문득 답해버린 싱가포르는 장바구니에만 담겨있는 장소였어요. 또 다른 주인공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기차표 판매원이 되었지만, 영원히 다른 사람들의 목적지만 듣고 있네요.

 

비록 지금 바로 떠나지는 못하지만, 가고 싶은 어딘가를 가진 이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남기도 바쁜 이들이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미래를 꿈꾸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결국 현재를 넘어 미래를 바라보게 됩니다. 또 다른 고양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누군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옆에 있어주는 그 순간에.. 물론 지금까지 살아온 현재가 바뀐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고 그 안에서 미래라는 희망을 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현실은 아프고 힘들 수도 있지만 희망은 분명히 있나 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야기. 너무 좋았던 한국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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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수동 -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빠져들고, 마침내 사랑한다 아무튼 시리즈 55
장강명 지음 / 위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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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이 이름 하나 때문에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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