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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평점 :
아킬레우스는 인간이었다. 아름다운 외모, 건강한 신체, 뛰어난 전투능력과 빠른 민첩함을 가진 신의 아들이자 영광스런 삶을 약속받은 영웅이었지만, 사랑을 하였고 정의를 저버리지 않았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도 하였다. 그가 원한 것은 명예도 영광도 아니었고, 신이 되어 영원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사랑하는 이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는 운명을 거스릴 수 없었다.
테디스는 엄마였다. 그녀는 신이었지만, 그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였다. 아들의 영광을 위해. 아들을 신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하고 신만이 아는 비밀도 누설하였다. 하지만 사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저 아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들이 뛰어난 승리와 명예를 얻어 신이 되어 영원한 삶을 그녀와 함께 하길 원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킬레우스가 죽은 후, 파트로클로스의 영혼에게 들은 아들의 이야기는 바로 그녀가 알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었던 삶이었을 것이다.
파트로클로스는 누구였을까? 연약함의 대표격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던 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연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쳤던 그가 진정 용기있는 자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바로 그것이 그의 운명이지 않았을까? 신은 단지 아킬레우스에게만 운명의 실타레를 감지 않았을 것이다. 파트로클로스의 운명의 실은 그가 몰랐을 뿐 이렇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얄미운 신들이여!
그리스 신화는 참으로 사람냄새가 난다. 신들의 이야기는 완벽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못나고 더 꼬이고 더 복잡한 인간사를 집약해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계속 회자되는 것일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