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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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도착한 조반나 역시 피해갈 수는 없었다. 빅토리아 고모를 닮아간다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조반나의 집에서 가장 협오스럽고 두려운 존재였던 고모를 찾아가는 조반나의 가족 뿌리 찾기와 아버지의 외도로 파탄나는 가족의 붕괴 속에서 그녀는 자아에 눈을 뜨고 어른들의 모슨적인 삶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들보다 더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숨김으로써 어른이 되어간다.

 

지금은 죽은 유부남과의 17년 전 추억을 간직하는 고모의 순정적인 사랑, 친구의 아내와 새로운 가정을 차려버린 아버지의 새로운 사랑, 그런 아버지를 계속해서 두둔하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조반나와 어떻게 하면 한번 해볼까 하는 로사리오와 코라도의 저속한 사랑, 배움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에 버림받을까 걱정하는 줄리아나의 불안한 사랑, 고향에 빚이 있다며 연인을 통해 그 빚을 갚는거라는 로베르토의 사랑. 참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조반나의 주변에 있었다. 이 모든 사랑은 조반나에게 혼란이었고 실망이지 않았을까? 로베르토를 향한 그녀의 사랑은 한눈에 반해버린 열정이 넘치는 짝사랑이었으나, 이 모든 과정의 끝에서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의 의지가 담긴 삶을 살고 싶다는. 드디어 그녀는 불안한 사춘기 시절의 두려운 감정에 굴하지 않고 자아를 찾아 한단계 도약을 한다. 그녀 스스로 선택으로 순결을 잃었고, 스스로 나폴리를 떠나 베니스로 간다.

 

어른들의 거짓말. 아니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짓말을 잘 하는 것이었다. 웬지 슬픈 이야기이다.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하게되는 거짓말. 아니 거짓말이 생각하지 않지만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말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 어린이가 되었는데, 우리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니. 뭔가 서글픈 일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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