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것들 네오픽션 ON시리즈 26
기에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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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토끼와 작은 여자 인형.. 핑크로 도배된 책표지만 보면 깜찍하고 예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한 점들이 느껴집니다. 여자 인형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네요. 빨간 눈을 한 토끼 역시나 뭔가 재미난 장난감을 만난 듯한 표정입니다. 책표지의 핑크색도 예쁜 핑크가 아니라 형광 핑크에 가까운 색이라 부담스럽네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작고 귀여운 것들의 복수극..??? 우화와 괴담을 버물린 기묘한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요. 갑자기 섬뜩해집니다. 첫 장을 넘겨서 읽어도 되는 거겠죠?

동네에 불이 났는데.. 인형이 불을 지른 거라는 소문이 있다네요. 인형이..? 이것보다 왜 불을 지른 건지가 더 궁금하네요.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귀여운 토끼 인형이었다는데 말이죠. 바로 깔랑이 바로 그 토끼 인형이라고 합니다. 주인이었던 이희지가 어느 순간부터 관심을 주지 않자, 스스로 움직이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데요. 자신을 버린 주인에게 복수를 한 걸까요? 아니면.. 다시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반항을??

어느 순간 움직일 수 있게 된 깔랑, 그런 인형에 놀란 희지는 깔랑을 내다 버립니다. 아니, 어느 검은색으로 뒤덮인 여자에게 넘기죠. 여기부터 귀여운 것들의 이야기는 시작입니다. 아무도 도망칠 수 없는 집, 여자가 가져오는 인형을 괴롭히고 분해하고 파괴하는 지점토 인형, 죽어가는 주인에 대한 의견 차이로 치고받고 싸운 실험실 쥐들과 불량품 인형들, 꿀호떡이 먹고 싶다는 이유로 한평생 갇혀있던 철장에서 도망친 커다란 곰, 주인에게 버림받고 낙엽 괴물에게 쫓기는 고양이.. 이들의 이야기가 작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어집니다. 그리고,, 외모에 집착하면서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여자, 교복과 피부가 붙어서 옷을 벗을 수 없는 희지까지.. 어느 하나도 멀쩡하지가 않네요.

파괴적이고 잔혹하고 처참합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네요. 아니, 사랑받기 위해서..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의심스럽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조차 간절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하기에.. 아무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았기에.. 몰랐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와중에 서로 돕고 화합하고 희생을 합니다. 잔인한 삶이 계속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악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제목이 다르게 읽히네요. '귀여운 것들'이 아니라 '가여운 것들'이라고 말이죠.

단순히 무섭고 잔혹한 한국 장편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기분이 찝찝하네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아동학대, 쉽게 자행되는 동물 유기, 인간의 욕심 때문에 착취당하는 동물들,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쓰레기들.. 너무나도 친숙한 이야기들이었기에 더 무섭고 더 섬뜩합니다. 작가의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었기에 말이죠. 조심하세요! 오늘 밤.. 그들이 복수를 하러 당신을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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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코가라시 와온 지음, 양지윤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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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세요? 우연인 듯하지만 인연 같은 남과 여, 너무나도 아름다운 만남, 행복했던 추억 쌓기, 그리고 너무나도 슬픈 이별.. 그리고 남겨진 사랑이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는 연인의 마지막 인사까지.. 정말 이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들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그들의 아픈 이별에 눈물지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하는데요. 제목부터 화려한 로맨스 소설이라 역시나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답니다. 오랜만에 그런 풍성한 감성에 푹 빠지고 싶기도 했기에 펼쳐봤는데요. 조금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답니다. 스무 고개로 쌓아가는 사랑, 그리고 나를 찾아가는 인생 이야기였는데요. 한번 맞춰보실래요? 스무 번의 질문에 대답해 드릴게요!

꽃집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그 꽃집에서 꽃을 배달시킨 희귀병에 걸린 시한부 인생 고객님..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의 만남이었는데요. 어쩌다가 스무고개 게임을 하게 되었을까요?? 어찌어찌 엮이다 보니 시작한 그녀와 그의 스무 고개.. 진실을 추구하는 기개와 올바른 선택을 위한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요?? 그동안 수백 번까지는 아니지만, 꽤 많은 스무고개 게임을 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사실인데요. 이들의 스무 고개를 따라가다 보니 충분히 가능하겠더라고요. 아니 이런 멋진 게임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내가 이 병원에 입원한 이유'를 시작으로 '하토는 식물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꽃집에서 일하고 있을까', '소노 마키나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건 어떤 인간일까?'를 지나면서 이들은 서로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네요. 서로의 아픔에 대해,, 서로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각자의 미래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 문제.. '내가 지금 뭘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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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사카 하토. 꽃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인데요.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특이하네요.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남편을 잃고 아들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엄마는 조금.. 아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이상합니다. 이상한 모임에 가입해서는 온통 초록 풀만 신뢰합니다. 뱀이 나올 것만 같은 음식들과 집안 가득한 식물들.. 이제는 모든 것에 관심을 잃어버리고 그냥 살아가는 것만이 목적인 그는 미래라는 것이 없어 보이네요.

소노 마키나. 몸 안에서 식물이 자라는 희귀한 병에 걸린 여인인데요.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아니고, 셀룰로스가 생성된다고 합니다. 주기적으로 제거 수술을 하면 괜찮다고 하지만, 그녀의 피부는 조금씩 딱딱해지고 있었네요. 똑똑한 머리, 예쁜 얼굴, 강단 있고 성격까지.. 하지만, 아픈 과거로 오랜 시간 혼자 버텨야 했던 그녀는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던 듯합니다. 자신의 몸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살아가기를 원했던 그 마음.. 머지않아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며 그에게 살아가는 이유와 방향을 제시해 주는 그녀 역시나 살고 싶지 않았을까요? 마지막 연인을 위해,,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또 다른 이들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그녀가 참으로 멋지네요. 이별은 언제나 슬픈 일이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이별일 듯합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건 선의가 아닌 선행..?? 역시나 아니었군요. 선의는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었네요. 그녀의 선의가 만든 풍요로운 인생.. 그리고 이제는 그가 만들어갈 선의를 기대해 봅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웠던 로맨스 소설, 계절이 바뀌는 요즘 살짝 읽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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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민박집 서사원 일본 소설 2
가이토 구로스케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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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의 기와는 여기저기 빠져있고, 외벽 회반죽은 벗겨져서 흙벽이 보이고, 목제 창문은 바닷바람에 삐거덕거리고,,, 여기는 바로 고등학생이 된 남자아이, 아모리 슈가 오늘부터 생활하게 된 친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집이라고 하는데요. 상상했던 유서 깊은 일본식 민박집과는 너무 다르네요. 아니, 여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맞는 거겠죠?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연락이 없던 할머니의 부름에 도착한 이곳은,, 요괴 만화의 일인자 고향답게 사방팔방 요괴 관광 상품이 즐비한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 위치한 ‘아야시 장’이라는데요. 요괴 마을에 어울리는 콘셉트인가 했지만, 그냥 낡고 허름한 집이네요. 여기 괜찮은 거겠죠?? 그런데.. 사실 여기는!!!

사람과 요괴를 연결한다고요? 바깥세상과 안쪽 세계를 이어주는 민박집이라고요?? 낡은 목조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회색 철제문에는 경고 문구가 적혀있었다는데요. 관계자 및 요괴 외 출입 금지..!! 이러면 궁금하지 않나요? 우리의 주인공 역시나,, 무언가 휙 지나가는 존재를 따라서 입장합니다. 요괴들의 세상, 안쪽 세계로 말이죠. 침입자를 막는 미로를 헤매다가 겨우 도착!! 그리고 드디어 만난 할머니에게 들은 놀라운 사실!!

알고 보니, 이들 집안은 대대로 ‘밤을 지키는 일족’이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퇴마사! 요괴를 퇴치하는 집안이었다는데요. 아하! 그래서 슈는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존재를 보는 거였군요. 슈에게 씌워진 74마리의 요괴들 때문에 저주를 내리는 눈을 가진 거였군요. 그럼 이제부터 저주의 눈을 해결하나요! 아니요, 우선 민박집 아르바이트부터 시작입니다!

기묘한 민박집은 할머니의 꿈이라고 하네요. 사람과 요괴가 구분 없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만든.. 사람과 요괴를 이어주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든.. 그래서 숙박부에 이름을 적은 이들은 잠시나마 요괴를 볼 수가 있다고 하네요. 물론 돌아가면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말이죠. 아직은 낯선 존재,, 무섭고 두려운 모습의 요괴들이지만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런 뜻을 손자인 슈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나 봅니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저주의 눈을 가졌지만, 74마리의 요괴를 가지고 있지만,,, 착한 아이였군요!

변신술을 하는 말 하는 햄스터는 슈의 절친이 됩니다. 몸에 백 개의 눈알을 가진 안경원 주인은 저주의 눈을 막아주는 안경을 만들어줍니다. 어릴 때 죽은 아이의 혼을 일시적으로 몸속에 받아들인 올빼미는 부모를 만나게 해줍니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비의 여인’의 사랑고백 도움도 줍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거치면서 요괴가 된 낡은 우산의 주인이 되기도 하고요. 좌충우돌!! 문제투성이!! 사건사고!!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성장하네요. 친구도 생기고, 동료도 생기고, 이웃도 생기고.. 인간도 있고 요괴도 있지만,, 겉모습이 뭐가 중요하나요. 마음이 통하는데 말이죠. 이제 할머니는 안심할 수 있다고 하시네요. 이제 떠나야 할 때가 왔다고 하십니다. 앗! 그러면 민박집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폐업하나요? 아니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답니다. 요괴와 인간의 만남! 그리고 숙박업소..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였네요. 판타지 모험소설이면서 성장소설이었거든요. 혼자였던 아이가 새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이 너무 좋네요. 든든하게 지켜봐 주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이들, 그리고 이들을 응원하는 이들까지.. 이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인간이든 요괴든.. 어떤 존재이든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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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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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은 평범한가요? 한때는 ‘보통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요. 아래나 위가 아닌 그냥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평온한 삶이 아닐까 싶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어떤 것이 평범일까? 그 보통은 누구의 기준일까? 남과 똑같으면 보통이고 평범인 걸까? 글쎄요. 하지만, 바느질을 좋아하는 남자 고등학생이 누나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어주겠다는 것은 보통이 평범함은 아닌 듯하네요. 조금 헷갈리는 화두를 던지는 소설.. 궁금한 마음에 후다닥 읽어봤답니다. 평범한 보통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예쁜 표지도 한몫을 했지만, 사실 작가 때문에 선택한 책이었답니다. 데라치 하루나, 저에게는 낯선 작가였기에 살짝 검색을 해보았는데요. 그녀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부드럽고 여운이 남는다는 것이었답니다. 도대체 어떤 작가길래,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길래 이런 평가를 받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이런 따스한 힐링 소설을 읽고 싶기도 했거든요. 바쁜 일상에서 조금은 위로받고 싶은 느낌.. 이런 느낌이 그리웠기에 펼쳐보았답니다. 그런데.. 너무 좋네요!


반짝반짝이고 하늘하늘하면서 팔랑팔랑한 웨딩드레스가 너무 부담스러운 누나를 위해 직접 만들어주겠다는 동생. 이런 동생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데,, 그 동생은 남자 고등학생이라고 하네요. 보통의 시선에서 살짝 벗어나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아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마냥 평범하지는 않더라고요. 결혼을 준비하는 누나 미오는 왜 하늘하늘 예쁜 드레스를 거부하는 걸까? 이혼하고 아이들을 키운 엄마 사쓰코는 성공한 삶이라고 느낄까?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실패할 권리도 있다는 할머니 후미에는 어떤 삶을 살아오신 걸까? 현실 감각이 떨어지지만 옷에 대한 열정 하나는 뛰어난 아빠는 어떤 사람인 걸까요?


가족 각자는 자신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더라고요. 관계에 대한 문제들.. 나이 들어서 수영복은 안 된다는 남편 한마디에 상처받았던 할머니, 어린 시절 만났던 치한의 기억 때문에 귀여우면 안 된다는 누나, 아이들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엄마, 평범함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아들까지.. 하지만, 누나의 웨딩드레스 사건은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네요. 기요스미가 좋아하는 자수에서 한 땀의 바느질이 모여서 면이 되는 것처럼.. 그 면이 합쳐지면서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것처럼.. 이들의 작은 이야기는 각자의 성장을 만들었고, 그 성장들이 모여 진짜 가족이 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과연 기요스미는 누나의 웨딩드레스를 완성했을까요?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를 꿈꾸는 동생과 평범하고 편한 드레스를 원하는 누나.. 이들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걱정이네요.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따스함이 하나 가득입니다.


남자답게? 여성스럽게? 부모니까..? 세상에서 정해놓은 규칙대로 다들 살아가고 있지만, 그 규칙은 누가 정한 걸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프레임에 따라서.. 아니 그 프레임에 맞춰서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요? 옴니버스 식으로 각각의 가족 구성원들, 아들 딸 엄마 할머니 아빠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담겨있는 소설이었는데요. 오랜만에 만난 따스함이 가득인 이야기.. 잔잔한 감동과 울림이 있는 일본 힐링 소설이었답니다. 아직도 그 여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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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은 언제나 서늘하다 - 시골 소년의 기묘한 에세이
강민구 지음 / 채륜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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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기억하시나요? 지금과는 사뭇 다른 그 시절의 풍경과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 그리고.. 잠시 잊어버리고 있던 그 시절 기묘한 이야기들!! 나는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깜짝 놀라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이야기들이 스르륵 떠오르실 듯하거든요. 우리 일상에서 만났던 이야기들이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지내왔던 추억 속의 장면들이 소름 돋는 순간으로 다가옵니다. 시골 소년의 기묘한 에세이라고 하지만, 그 소년이 다름 아닌 바로 저였더라고요. 그리고 여러분일지도..


역시나 작가의 이력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단편영화로 데뷔해서 다양한 영화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영화감독이자 영화연구자라고 하네요. 그리고 인도 유학 이후 통역사이자 인도 문화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괴담에 대한 흥미가 많은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자라고 합니다. 영상 미디어에 친숙하고, 괴담에 관심이 많은 작가의 기묘한 에세이??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있네요. 영화 속의 흥미로운 에피소드 같을 지도.. 작은 것에서 찾은 디테일이 있을 듯한.. 이런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요.


역시 책에는 이런 기대에 부합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잔뜩 담겨있네요. 동네 음식점에서 토끼 뇌를 맛있게 먹었던 이야기부터 까마귀, 멧돼지, 참새만두를 먹었던 이야기들!! 아버지와 사냥을 다니고, 강에서 낚시를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 친구들과 동굴 탐험도 하고, 다양한 생명체들을 집에서 키우면서 벌어진 이야기들까지.. 어마어마한 사건들은 아니지만, 아니 정말 소소한 이야기들이었기에 더 소름이..!!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2개만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강 아래 사람 시체?? 잠자리 연날리기??


강이나 바다에 가면 물에 첨벙첨벙 들어가시나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물속.. 언젠가부터 살짝 무섭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그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미지의 무언가와 접촉할지도 모르기에 조금은 주저하게 되는데요. 강에 수상스키를 배우러 갔다는 저자의 경험은 더 리얼합니다다. 발가락으로 느껴지는 미끌한 무언가.. 군데군데 거친 느낌의 그것은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는데요. 물고기의 사체? 아니면.. 사람의 시체??? 출발해버린 보트로 인해 확인하지 못했다지만, 그 자리에 계속 있었더라도 확인을 할 수 있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네요. 미끈한 그 무언가가 발끝에 느껴지는 듯합니다.


어린 시절에 이런 장난을 해보셨나요? 곤충 세계의 무법자라는 잠자리지만, 아이들에게는 흔하디흔한 놀이감이었는데요. 날개를 반쯤 잘라서 행글라이더처럼 날아가게 만들고, 꼬리와 꼬리를 풀잎으로 연결해서 2마리 잠자리가 함께 날아다니게 만들고,,, 시골 소년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잠자리 꼬리에 실을 묶어서 애완동물처럼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다고 하네요. 살생..!! 지금 생각하면 참 잔인했던 일이었는데, 왜 그때는 이게 이렇게 재미났을까요? 그때 기억 때문일까요? 요즘은 나뭇가지에 가만히 앉아있는 잠자리를 잡는 것부터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 커다란 눈과 촘촘하게 털이 나있는 몸통, 까칠해 보이는 다리까지.. 오늘 밤 꿈에 나올 것만 같네요! 날개도 잘리고 내장도 흘리면서 말이죠..


사실 기묘한 에세이라고 해서 서늘한 공포체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여름날 더위를 쫓으며 모여앉아서 나누던 그런 괴담은 아니었답니다. 우리가 언젠가 어린 시절에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 그렇지만 완전히 시골도 아니고 완전히 도시도 아닌 곳에 살았던 시골 소년의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들이었답니다. 저도 생각해 보니.. 그 시절에 너무나도 당연했던 일들 중에서 기묘한 일들이 참 많았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행동들을 떠올려보니 살짝 소름이 돋네요.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생각하고 상상하고 성장했던 거 같습니다. 작가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함께 나누고, 함께 추억하고, 함께 공감했던 기묘한 에세이.. 여러분의 기묘한 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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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한 솔직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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