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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7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02/pimg_7276952563047395.jpg)
엄청나게 기나긴 제목의 이 책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답니다. 최악의 낙하는 뭐고? 자포자기 캐논볼은 뭘까요?? 전에 읽었던 오승호 작가의 책들을 떠올리면 분명히 미스터리일텐데 말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충격, 경악, 통쾌라는 띠지의 소개글만으로 기대를 하면서 읽어보았답니다.... 소개글처럼 정말로 충격과 경악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통쾌는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조금 더 화끈하게 복수를 clear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끝나버려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아니면, 너무 충격적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야기는 주인공인 요리코가 오토바이 사고로 날라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답니다. 시커먼 아스팔트를 향해... 죽기 전에 후루룩 지난 삶의 장면들이 지나간다는 이야기처럼 먼 과거와 얼마전 과거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그녀의 인생 이야기가 후루룩 이야기됩니다. 한마디로 미친 변태에게 세뇌당해서 살아왔던 인생 이야기였답니다. 어릴 적 사건 하나에 연루되어 '너 때문이야'라는 비난 속에 자라난 요리코. 자존감도 없고, 가족간의 유대감도 없고,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못한 그녀에게는 '백부'라는 자의 세계가 전부였답니다. 신과 같은 그의 법칙이 전부인 세상! 그녀는 그 세계의 법칙이 당연하다며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발생하죠! 탕탕탕! 덕분에 요리코는 그 세계에서 탈출하고, 그 사건은 이상한 결론과 함께 마무리됩니다.
그 후 몇 년간 조용히 살아가던 그녀에게 나타난 것은 그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의 여동생 아오이! 밑도끝도 없이 돈을 벌어야한다며 요리코에게 함께 그 사건에 대한 책을 출간하자고 합니다. 뭔가 비밀이 있는 요리코는 그냥 거절하고 조용히 살면 될 것을. 그녀의 꼬임에 함께 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하죠. 감춰졌던 그녀의 과거를요.. 왜 그랬을까요? 양심에 찔려서? 마음의 부담을 덜기위해?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복수를 하고 싶어서? 아니요! 그녀는 그녀를 구해준 할아버지의 딸을 찾고 싶었던 거였어요! 할아버지의 딸도 그 백부의 세계에 잡혀있었거든요. 과연 요리코는 성공했을까요? 복수도 했을까요?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02/pimg_7276952563047396.jpg)
읽으면서 떠오른 것은 사방천지에 있는 '사이비 종교'였답니다. 뉴스에도 가끔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 있잖아요. 어느어느 종교의 수장이 신자들에게 성납부를 받았다느니, 신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었다느니, 전 재산을 기부받았다느니... 요즘같은 최첨단 시대에도 그런 사이비 종교를 믿고 그들의 말에 복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항상 놀라곤 했었답니다! 이 소설은 그러한 종교적 세뇌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네요. 어떻게 눈 앞에 보이는 거짓을 믿는거죠?? 아마도 마음이 약한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런 사람들이 당하는 거겠죠? 이를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도 문제지만, 이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서 슬퍼집니다.
오승호 작가는 다양한 상을 받으며 잘나가는 요즘 작가인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잘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번 소설은 그의 스타일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이었어요. 저자인 오승호 작가 역시 이 책을 출간하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고 하네요. "미스터리 라는 틀에 갇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소설을 쓰고 싶다" 라고 말이에요. 그래서일까요? 굉장히 생각가는대로 손가는대로 쓱쓱 써내려간 듯한 느낌도 들긴 하네요. 자유롭게 쓴 소설!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결을 같이 하고 있지는 않지만, 또다른 그만의 개성을 볼 수 있었기에 즐거운 만남이었네요. 다음에는 어떤 내용으로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