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허상
명소민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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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고, 누군가를 평가하면서 살아가죠.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영원히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런 시간 속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누군가를 공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고 다르기 때문일 텐데요. 디자인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로 만난 이들도 만만치가 않네요. 이강준 팀장과 윤서진 대리의 기싸움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 끝은 뻔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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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에게 유리한 전략만 세우면 돼. 세상은 원래 상사 편이니까.
p.22

병원 침대에 누워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의 이름이 바로 이강준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길래 그는 이런 곳에서 쓸쓸히 있는 걸까요? 알고 보니 그는 작은 스타트업 디자인 회사의 팀장이라고 하네요.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그가 드디어 팀장 자리에.. 물론 직책뿐이라고 하지만 말이죠. 이제부터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팀장이라는 우월감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나아가는 걸까요?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가 그동안 상사들에게 당했던 불합리하고 부당했던 질책과 억압을 고스란히 따라 하네요. 뭔가 멋진 피드백을 해야만 하기에 대기업 핑계를 댑니다. 무시하고 제외하고 떠넘기고 혼란스럽게 만들죠. 얄팍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능력 있는 팀원 윤서진 대리를 집요하게 괴롭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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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그녀의 상처를 보듬으며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p.147

어린 시절 엄격한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던 윤서진 대리, 그리고 자신이 하고픈 그림을 지원해 주지 않은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강준 팀장. 사실 알고 보면 이들은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그들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네요. 그 아픔을 대하는 자세부터 너무 다릅니다. 누군가는 부모님을 탓하고, 누군가는 부모님을 이겨냅니다. 누군가는 예술이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었다면, 누군가는 예술을 통해 강한 내면을 키워냅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무너져내리지만, 누군가는 더욱더 단단해지네요.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 살짝 비현실적인가요? 소설 속의 인물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으신가요?


극단적으로 반대편에 서있는 그들은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지만 각기 다른 삶을 선택했던 것이었네요. 이강준과 윤서진, 이 둘의 모습은 너무나도 극단적인 설정이었기에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감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요. 신기하게도 이들의 모습과 상황과 대화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들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 저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그 누군가,, 아니 그들의 모습들이 이 두 사람에게 고스란히 담겨있더라고요. 전부가 아니겠지만, 조금씩.. 그리고 한쪽만이 아닌 양쪽 모습이 함께..

저 역시나 그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강준의 모습이 많을까? 아니면, 윤서진의 마음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까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네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군요. 선악 구조가 확실한 소설이었지만, 그 안에서 내 모습을 찾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번 고민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하네요. 이 소설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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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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