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쌍둥이
홍숙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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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쌍둥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같은 해에 태어나 생일이 일 년도 차이 나지 않는 이들을 아일랜드 쌍둥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어원은 피임을 거부하는 아일랜드 가톨릭교도를 비하하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 남부 캐럴주의 작은 마을 애너빌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나쁜 의미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1월 7일에 태어난 재이와 12월 24일 태어난 존은 쌍둥이가 아니면서 쌍둥이 같은 존재였거든요. 하지만 똑똑하면서 운동도 잘하는 형과 그와 반대인 동생.. 그리고 불치병에 걸린 형의 죽음.. 뭔가 이야기가 만들어지나요? 하지만,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는 아니었답니다. 미술치료 워크숍을 통해 다시 일어나는 용기를 얻는 이야기였거든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이었답니다. 어떤 내용이냐고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매일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존은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형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아이였답니다. 그리고 형이 원인을 알 수 없고 치료도 불가능한 병에 걸린 후에는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존재일 뿐이었다네요. 지금도 여전히.. 군인 신분으로 파견 간 일본에서 방사능 피폭을 당하고 나라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는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존재일 뿐인 듯합니다. 아픈 과거, 우울한 현재, 알 수 없는 미래.. 그의 삶은 행복할까요?


엄마 조안의 집에 새롭게 합류한 룸메이트 수희의 매력에.. 아니 그녀의 제안에 미술치료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바닷가에서 지뢰 폭발 사고로 죽은 대한민국 군인이었던 동생을 잊기 위해 미국으로 도망쳐 미술치료를 공부 중인 수희, 태어나자마자 절단한 여섯 번째 손가락의 저주에 잡혀있는 존의 초등학교 동창 에바, 그리고 존.. 이렇게 3명이 모였는네요. 암울함을 표현하는 새 그림 그리기, 부모와의 관계를 담은 포토아트,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만드는 흙 조각, 두려움에 대한 표현인 도형 그리기.. 그리고 다양한 미술치료 기법들을 통해 그들은 용기를 내어 자신들의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미술작품을 통해 그들을 붙잡고 있는 슬픔을 공유하네요. 그리고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과 서로를 응원합니다.


나무는 나이테를 보고 나이를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나무의 안쪽에 있는 부분은 죽은 상태라고 하네요. 죽음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나무 이야기를 건네는 대화에서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삶은 언젠가 죽음으로 연결된다는 것.. 하지만, 삶은 계속 연결된다는 것을 말이죠. 지나간 시간이 불행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고, 다가올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존과 수희, 에바가 미술치료 워크숍을 하면서 조금씩 깨달은 바로 그것을 말이죠.


사실 상담 심리 집단치료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은 비밀이랍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깊은 이야기를 안심하고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일 건데요. 그 안에서만큼은 안전하다고 느끼고 용기를 내서 자신을 돌아보는 치유의 시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기에 소설이라는 틀을 통해서 미술치료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듯하네요. 물론 전문 미술치료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렇게 나이스하고 멋지게 진행되지는 않을 듯 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존과 수희, 그리고 에바의 상처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었네요. 그들이 미술치료를 통해서 자신의 아픔을 돌아보면서 한걸음 내딛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들과 함께 미술치료를 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상상 속에서 새 그림을 그려보고, 포토아트도해보고, 흙 조각도 해보면서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건네고 있더라고요. 그들의 아픔에 비해서는 조그마한 상처들이었지만 말이죠.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정말 대단하군요. 좋은 이야기, 좋은 내용 덕분에 위로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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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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