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이 어때서요? - 잠자는 숲속 미녀보다 말레피센트
김태희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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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빌런인가요? 스스로 빌런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그녀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세요? 아니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신가요? 질문하기도 전에 빌런 스스로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네요. ‘빌런’이란 단어는 라틴어 '빌라누스'에서 유래되었는데, 고대 로마의 농장에서 일하던 농민들을 칭하는 말이었다네요. 차별과 배고픔에 귀족과 상인들에게 반발하고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들.. 결국에는 빌런, 악당이 되고 말았다는데요. 그렇다면 스스로 빌런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요? 설마 그녀는 악행을 즐기는 악당일까요? 아니면 조금 많이 특별한 빌런인 걸까요? 왠지 색다른 빌런의 탄생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단순한 빌런은 아닐 것만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이 듭니다. 솔직하고 독특한 그녀의 이야기.. 함께 살짝 엿보실래요?

 

어린 시절 개인 레슨을 받던 수영장에서 강사는 옆 레인 강사와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체벌을 당연시했다네요. 초등학생들에게 멋진 복장으로 최고의 인기였던 아람단에서는 5학년 선배가 4학년 후배들을 집합시켜 이유도 없는 얼차려를 했다네요. 따돌림받던 아이의 도움 요청에 응했지만 오히려 그 아이의 배신으로 자신이 왕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우리의 빌런은 역시 본투비 빌런이었던 거 같아요. 잡히지 않으려고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장에서 뛰쳐나가고, 어이없어하는 선배들을 뒤로하고 한 달 만에 아람단 그만두고, 학년 마지막 날 배신자 친구에게 냅다 소리쳤다고 하네요.

 

어른이 돼서도 변함이 없네요. 그 뒤로도 어마어마한 활약을 했더라고요. 지하철에서 대놓고 야한 영상을 보는 할아버지를 신고하기 위해 비상 정지 버튼을 눌렀다가 주변 승객들의 눈총을 받고, 효율적으로 일했지만 비효율적으로 눈치 주는 상사를 뒤로하고 당당하게 퇴근하다가 눈치 빠른 동기에게 밀리고,, 이 정도면 빌런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 빌런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 악당 빌런이 아니었더라고요. 신호등이 없는 초등학교 앞의 횡단보도 사고를 보고는 사방팔방에 전화를 해서 결국 신호등을 만들게 하고, 안내받은 적도 없고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은 불평등한 이유로 환불이 불가하다는 문화센터에 항의글을 올려서 사과를 받고,,,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고, 그녀 역시나 불편하지만 마땅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그녀는 ’화이트 불편러‘일 듯 합니다.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시선에 대해 대학 수업 발표와 영화 제작 모임에서의 나쁨이 아닌 다름에 대한 의견을 당당하게 밝혔지만 모두에게 비판이 아닌 비난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무지개색 천사 빌런’인가 봅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빌런.. 글쎄요. 불의에 참지 못하고 부당함에 항의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그녀는 정말 빌런이 맞을까요?

 

이런 빌런이라면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다수에 의해 소수가 빌런이 되는 세상이 문제가 아닐까 싶더라요. 다수의 빌런에 대항하는 소수의 정의가 빌런이 되어버린.. 그녀의 에세이는 주객이 바뀐 아프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그래도 그녀가 젊은 시절 배낭여행을 하던 중에 만난 신혼 초등학교 선생 부부가 이런 말을 했다더라고요. 그녀와 같은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우리 아이가 그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고, 어떤 일이든 당당하게 대할 수 있는..! 우리 아이가 또 한 명의 빌런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이들이 히어로가 되지 않을까요? 아니,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정상적으로 만들지 않을까 싶네요. 상식이 통하는 세상으로..

 

도서와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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