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 살인자의 성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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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어떤가요? 청부 살인자와 성모라.. 왠지 살인사건이 있을 거 같고, 사이코지만 놀라운 머리를 가진 살인마도 있을 듯하고, 그 살인마는 자신만의 성모의 계시를 받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일 듯하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스릴러 소설을 너무 많이 봤나요? 아쉽게도 틀렸답니다! 이 책은 그런 스릴러 소설이 아니었답니다. 콜롬비아라는 낯선 나라의 현대 문학을 이끌고 있다는 페르난도 바예호의 대표작이라는데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번째로 출간된 책! 두껍지 않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내용일 듯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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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멈출 시간도 없었어. 그는 그 히피 쪽으로 달려갔고, 그를 앞지르더니 뒤로 돌아 권총을 꺼냈고,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었어. /p.39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인 나. 문법 학자라는 나는 고향인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인에 돌아와 애인부터 만들었답니다. 청부 살인자이면서 매춘을 하고 살아가는 청년 알렉시스가 바로 그의 애인이었는데요. 타락하고 부패하고 폭력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어린 청부살인자인 알렉시스. 그와 함께 지내는 일상 이야기를 주절주절 내레이션처럼 말하고 있답니다. 시끄러운 아랫집 이웃이 마음에 안 든다며 쏴 죽이고, 지나가다 부딪혔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쏴 죽이고.. 뭐 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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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사실상 죽었습니다. 당신들이 보고 있는 영상을 눈여겨보십시오. 저게 바로 삶입니다. 진정한 삶이지요. /p.61

 


 

정말 이런 사회가 존재하는 걸까요? 무언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사회, 폭력과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사회..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며 사회 운동가인 작가는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자신이 보고 자란 콜롬비아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소설로 재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무너져버린 콜롬비아라는 자신의 나라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담은 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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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도대체 이 소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걸까요? 한 남자의. 자기 고백인 듯도 하고, 부질없는 삶의 기록 같기도 했던 소설이었는데요. 폭력이 폭력을 부르고, 복수가 복수를 이어가는 끝나지 않을 굴레를 벗어날 방법이 있는 걸까요? 소설 속 청부살인을 하는 청년들처럼 ‘도움의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하고 고해성사로 죄를 용서받으면 해결되는 걸까요? 자신이 사랑했던 애인을 살해한 자에게 이유를 듣고는 그냥 그렇구나라며 중얼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고 어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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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내용이었기 때문일까요? 조금 생소한 이야기의 전개 방식 때문일까요? 큰 줄거리보다는 주인공인 나의 독백과 같은 이야기가 따라가기 조금 힘든 소설이었어요. 게다가 이야기가 이리저리 옆으로 갔다가 되돌아오곤 했거든요. 하지만, 콜롬비아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야기였기에 그 아픔과 그 슬픔, 그 분노는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어요. 우리의 현대사와 조금은 달랐지만 그 감정은 비슷했으니까요. 오랜만에 정독한 소설. 색다른 이야기였답니다.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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