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당신은 옳은가요?" 불쑥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당하게 "그렇다"라고 답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렇다고 여러분이 양심과 도덕에 어긋나게 살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단지, 옳음과 그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거랍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제 생각과 행동에 자신이 있었답니다. 다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나름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나니 조금 의문이 드네요. 제가 생각하는 기준이 맞는 걸까요? 옳음과 그름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무엇이 옳은 걸까요?

 


 

어쩌면 당신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은 주변의 다른 무지한 군중과 달라서 옳음과 그름을 분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p.10

 

특히 요즘에 더 많은 이들이 큰 소리로 외쳐대는 거 같아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불의에 대항하는 용기를 가진 이들을 보면서 박수를 보내곤 하는데요. 가끔 어떤 이들은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든답니다. 과연 그들은 다른 의견을 수용할 수 있을까? 반대편의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 걸까? 자신만이 옳고 타인은 그르다는 양극화와 흑백논리를 가진 이들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물론 극히 일부일 거예요. 몇몇 부류에 대한 저만의 시선일 겁니다. 아마 저에게도 그런 부분이 분명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와 방식이 다르고, 나와 방향이 다른 이들에게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할 텐데, 왜 이렇게 못마땅한 걸까요?

 


 

저자는 옳음과 그름을 이야기하기 위해 수많은 질문들을 던집니다. 인간의 뇌기능에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동성애 성향을 치료하거나 유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할까? 또한 이런 상상도 해보라고 제시합니다. 먼 미래에 우리 후손들이 우리에게 동물을 도살해서 먹는 행위가 잔혹하다고 비난하지 않을까? 체외수정이라든지 피임이라든지 동성애를 윤리적으로 어긋난다고 했던 조상들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믿고 있는 윤리가, 우리가 주장하는 이념이, 우리가 판단하는 기준이 정말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절대적인 옳음은 없다고 말이죠. 물론, 여러분이 잘못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당신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일러주겠다는 명백한 목적하에 집필된 학구적 법규집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p.304

 

저자는 참으로 솔직하네요. 무엇이 옳고 그른 지에 대한 결론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정확하게 고백합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서나 자기 계발서도 아니었어요. 우리 스스로가 정해놓은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였답니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요. 기술은 지속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윤리의 수명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인간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능력이 부족하다니까요.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요.

 


 

대다수의 사람이 기본적으로 우아한 인간이라는 전제하에서 대화를 시작하면 한결 편안하고 행복할 것이다. /p.308

 

그래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말해주고 있어서 사실 읽으면서 저는 길을 살짝 헤매긴 했는데요. 책을 다 읽고 TED Talks에서 유명 강사인 저자의 강연까지 찾아서 들어보니 명쾌하게 정리가 되네요. 그렇군요. 그가 하고픈 이야기는 바로 겸손과 용서. 양극화의 사회에서 귀를 닫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었네요. 옳고 그름은 항상 변할 수 있기에 용서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져야하며, 나 역시 틀릴 수도 있기에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말이죠. 다양한 논점에 대한 인문학책인 줄 알았더니, 점점 마음을 닫아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책이었네요.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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