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시간 - 언제나 우리 곁에는 색이 있다 컬러 시리즈
제임스 폭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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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검사 한번 해보실래요? 검정, 빨강, 노랑, 파란, 하양, 보라, 초록 중에서 하나의 색을 선택해 보세요. 어떤 색을 선택하셨나요?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셨겠죠? 잘 하셨습니다. 선택한 색의 의미가 뭐냐고요? 글쎄요.. 당신이 선택한 색 하나에 당신의 심리가 전부 들어가 있다고 믿으시는 건 아니시겠죠? ㅎㅎ 윌북에서 새롭게 출간한 컬러 시리즈의 4번째 도서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7가지 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컬러와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각각의 색들에 대한 인문학, 철학, 과학, 문화, 역사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하나 가득 담겨있었답니다.

 


 

어쩌면 색은 글로 다룰 수 없는 주제 가운데 하나인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색에 대해 써보고 싶은 유혹에 저항할 수 없었다. /p.7


 

BBC 예술 다큐멘터리 진행으로 이름난 케임브리지대 미술사학자 제임스 폭스가 들려주는 컬러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BBC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유명한 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문에서 그가 들려주는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보면 색에 푹 빠져있는 사람인 듯합니다. 여섯 살 때 엄마가 때려잡은 금파리의 반짝이는 빛에 반해버리고, 주변 온갖 색에 빠져들어서는,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그림들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어린 시절의 저자.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언어로는 절대 표현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는 색의 유혹에 넘어가버렸다고 하네요. 과연 그가 쓴 컬러 이야기는 성공적일까요? 아니면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었을까요?

 


 

물론 색에는 본래 의미가 없다. 색의 의미는 색을 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창조한다./p.22


 

아리스토텔레스의 일곱 기본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각각의 색 이야기에 앞서 흥미로운 서론 부분이 있었는데요. 과학 이야기면서도 철학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역사 이야기고 사회학 이야기입니다. 반사된 특정 빛의 파장이 인간의 광수용체에 의해 판단된 결과물인 빛. 하지만, 사람마다 고유한 시각 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절대로 같은 빨강은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문화적으로 지리학적으로 색의 의미와 분류가 다 다르고요. 더 많이 더 멀리까지 서로를 알게 된 현대 사회에서나 조금씩 비슷해 지고 있는 듯 하지만요. 살짝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여지니 재미나네요. 색 하나로 이렇게 무수한 이야기들이 나오는군요.

 


 

우리에게 최초의 상징을 제공했고, 우리의 의례를 풍요롭게 했으며, 우리의 창조 신화에 등장했다. 선사시대부터, 그리고 그 후로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빨강을 사용해 누구든 걸어가야 하는 탄생과 죽음 사이의 위험한 여정을 이해했고, 그 사이를 수놓은 많은 통과의례를 치렀다. /p.115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는 챕터는 바로 “빨강”이었답니다. 선사시대 동굴에서 발견된 빨간 손자국들부터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인간 창조 이야기. 피의 색을 결정하는 헤모글로빈과 다양한 언어에서 빨강을 칭하는 단어의 어원. 중국 혁명의 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욕망, 사랑, 분노 같은 감정을 나타내는 빨강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는데요.

 

하지만, 저에게는.. 아니 대한민국에는 또 다른 빨강이 있잖아요!! 2002년 한일 월드컵에 함께 했던 세대에게는 강렬한 붉은 악마로 기억될 듯한 빨강.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전 멸공을 외치던 세대에게는 악마 같은 공산당으로 각인되어 있을 빨강. 정말 다양한 의미와 역사와 문화가 하나의 색에 반영되고 있지 않나요? 나머지 6개의 색의 이야기들 역시 또 다른 이야기들로 가득했답니다.

 


 

지금쯤 이 책이 색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음이 분명해졌을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상징들, 그리고 그들을 채우는 관심사들을 다룬 이야기다. /p.329


 

맞아요. 대표적인 7가지 색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 철학과 과학 등등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답니다. 사실 모든 것들이 그렇잖아요. 태양, 구름, 꽃, 동식물 등등 모든 것들은 그냥 존재하는 것들인데.. 거기에 다양한 의미와 상징과 해석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잖아요. 색도 그냥 빛이 만들어내는 현상일 뿐인데 말이죠. 너무 극단적이어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 덕분에 인류가 진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단순히 컬러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많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던 책. 살짝 용량 초과 상태지만, 즐거운 지식 업그레이드였답니다. 좋은 인문학책이라 살짝 추천합니다.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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