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제목이 책도둑인데, 책 이야기는 조금 집고 넘어가야겠죠? 리젤 메밍거에게 책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녀가 훔친 책들은 그 내용보다는 그 책이 주는 의미가 중요할 듯합니다. 사실 훔친 책들 제목들을 보면 정말 다양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리젤에게는 한 권 한 권이 무척 소중했답니다.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이었고, 아빠와의 추억이었고, 막스에게 위로였고, 옆집 홀트차펠 부인에게 위안이었답니다.
죽은 남동생과 떠난 어머니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던 첫 번째 책, 리젤을 향한 사랑이 묻어있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마련한 책선물 2권, 전시상황에서 빨래거리를 끊어버린 시장집에서 훔친 책들, 책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으라며 훔치라고 대놓고 놓아두었던 사전 등등..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리젤에서 선물로 주었던 막스의 책 [말을 흔드는 사람]과 이 모든 이야기가 담긴 리젤의 검은 책까지!!! 책과 책들 안에, 그리고 책과 책들 사이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었네요. 그래서 제목이 책도둑인가요? 책을 훔친 것이 아니라, 책이 훔친 다양한 이야기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q/o/qortn78/temp/IMG_IMG_7054.jpg)
또 다른 안네의 일기
읽으면서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안네의 일기'였답니다. 다들 뭔지 아시죠? 2차 세계대전 당시 비밀 은신처에 숨어지내던 유태인 가족 이야기. 13세 안네가 기록한 유명한 일기가 떠올랐답니다. 시대적 배경 때문에.. 일기와 책이라는 소재 때문에.. 주인공이 소녀라는 점 때문에.. 한 명은 숨어지내던 독일계 유태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유태인을 숨겨주던 독일인이었지만 말이죠. 서로 다른 상황이었지만, 이야기에 담긴 감정이나 생각은 전혀 다르지 않았답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독일 내부의 패배의식과 히틀러라는 희대의 독재자가 만들어낸 거대한 욕심이었지만, 사춘기 소녀에게는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져야 하는 가슴 아픈 기억일 뿐이었을 테니까요.
책을 사랑하던 책도둑 리젤이 기록한 자신의 이야기였지만, 죽음의 신이라는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펼쳐지는 이야기 방식은 굉장히 낯설면서도 신선했답니다. 중간중간 "나"로 시작되는 서술에서 일인칭 "나"라는 것이 리젤인지 죽음의 신인지 가끔 헷갈리기도 했지만.. 마커스 주삭의 이러한 서술 방식 덕분에 책도둑의 삶에 더욱더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네요. 인생 최고인 행복한 순간도 있었고, 가슴 아픈 눈물의 순간도 있었던 이야기.. 언젠가 다시 한번 읽어도 좋을 듯한 이야기였답니다.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 글은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선물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