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합본 특별판)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벽돌책으로 재탄생될 만큼 재미난!

 

 

두 권으로 출간되었으나, 이번에 합본호로 새롭게 출간된 소설 책도둑을 읽게 되었어요. 대략 700여 쪽이 넘는 벽돌책으로 재탄생되었기에 시작하기가 약간 두려웠지만, 너무도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책이었기에 첫 장을 넘겨보았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까지 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답니다. 죽음의 신이 들려주는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 이야기이었지만, 그다지 낯설거나 어렵거나 무서운 이야기가 절대 아니었거든요. 많은 이들이 추천할 만한.. 저도 추천하고 싶은 그런 책이었답니다.

 

 

저자인 마커스 주삭 본인도 겪어보지 못한 시절에 대한 이야기였다는데요. 이 이야기는 전쟁세대인 부모님의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2가지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뮌헨에 폭탄이 떨어져 세상이 빨갛게 변하고 하늘에 불이 붙었던 일과 유대인 행렬이 지나가는데 한 소년이 빵을 건네주다가 유대인과 함께 채찍으로 맞았던 일. 저도 할머니께서 한국전쟁을 겪으신 세대이신데요. 어릴 적에 살짝 들었던 전쟁 이야기, 피난 이야기들이 떠오르네요. 아픈 역사지만, 그 역사 속에서도 살아가야만 했던 우리의 어머니들, 아버지들.. 이 책에도 살아가야만 했던 그런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을 듯하네요.

 

 


 

책도둑, 넌 누구냐?!

 

아이를 맡아주는 대신에 일정 금액을 받는 양부모에게 맡겨진 이야기부터 시작이 됩니다. 기차에서 죽어버린 남동생과 떠나버린 어머니, 그리고 낯선 동네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삶. 리젤에게는 마음 기댈 곳이 하나도 없었을 듯하네요. 다행히도 새로운 가족, 친구, 이웃들이 그녀의 삶에 행복이라는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다가왔다가, 가장 가슴 아픈 순간까지.. 리젤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 전쟁 이야기도 아니고, 책 이야기도 아니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였답니다.

 

 

칠쟁이지만, 아코디언을 더 멋지게 연주하는 아빠 한스. 리젤에게 글자를 가르쳐주고 용기와 사랑을 알게 해준 리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죠.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욕쟁이 엄마 로자. 그녀의 욕에는 사랑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기에 리젤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죠. 농담처럼 뽀뽀 한번 해달라는 루디 슈타이너. 달리기를 사랑해서 온몸에 검정칠을 하고 흑인 운동선수를 따라 했던 용기 있는 리젤의 둘도 없는 친구였죠. 한스의 목숨을 살린 전우의 아들 유태인 막스. 리젤네 지하실에 숨어있으면서 리젤에게서 위로를 받고 그녀에게 멋진 책을 선물한 비밀친구였죠. 커다란 집과 멋진 서재를 가진 시장 부인 헤르만 부인. 리젤이 책을 훔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었던 키다리 아저씨였죠.

 

 

책도둑이 훔친 책 이야기

 

그래도 제목이 책도둑인데, 책 이야기는 조금 집고 넘어가야겠죠? 리젤 메밍거에게 책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녀가 훔친 책들은 그 내용보다는 그 책이 주는 의미가 중요할 듯합니다. 사실 훔친 책들 제목들을 보면 정말 다양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리젤에게는 한 권 한 권이 무척 소중했답니다.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이었고, 아빠와의 추억이었고, 막스에게 위로였고, 옆집 홀트차펠 부인에게 위안이었답니다.

 

 

죽은 남동생과 떠난 어머니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던 첫 번째 책, 리젤을 향한 사랑이 묻어있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마련한 책선물 2권, 전시상황에서 빨래거리를 끊어버린 시장집에서 훔친 책들, 책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으라며 훔치라고 대놓고 놓아두었던 사전 등등..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리젤에서 선물로 주었던 막스의 책 [말을 흔드는 사람]과 이 모든 이야기가 담긴 리젤의 검은 책까지!!! 책과 책들 안에, 그리고 책과 책들 사이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이었네요. 그래서 제목이 책도둑인가요? 책을 훔친 것이 아니라, 책이 훔친 다양한 이야기들!!!

 

 


 

또 다른 안네의 일기

 

읽으면서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바로 '안네의 일기'였답니다. 다들 뭔지 아시죠? 2차 세계대전 당시 비밀 은신처에 숨어지내던 유태인 가족 이야기. 13세 안네가 기록한 유명한 일기가 떠올랐답니다. 시대적 배경 때문에.. 일기와 책이라는 소재 때문에.. 주인공이 소녀라는 점 때문에.. 한 명은 숨어지내던 독일계 유태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유태인을 숨겨주던 독일인이었지만 말이죠. 서로 다른 상황이었지만, 이야기에 담긴 감정이나 생각은 전혀 다르지 않았답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독일 내부의 패배의식과 히틀러라는 희대의 독재자가 만들어낸 거대한 욕심이었지만, 사춘기 소녀에게는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져야 하는 가슴 아픈 기억일 뿐이었을 테니까요.

 

 

책을 사랑하던 책도둑 리젤이 기록한 자신의 이야기였지만, 죽음의 신이라는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펼쳐지는 이야기 방식은 굉장히 낯설면서도 신선했답니다. 중간중간 "나"로 시작되는 서술에서 일인칭 "나"라는 것이 리젤인지 죽음의 신인지 가끔 헷갈리기도 했지만.. 마커스 주삭의 이러한 서술 방식 덕분에 책도둑의 삶에 더욱더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네요. 인생 최고인 행복한 순간도 있었고, 가슴 아픈 눈물의 순간도 있었던 이야기.. 언젠가 다시 한번 읽어도 좋을 듯한 이야기였답니다.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 글은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선물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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